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교육 에세이

미래교육, 비상구는 있다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1년 09월 13일
EFG/미래교실네트워크 정찬필 대표

이번 주 초,중,고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하면서 이른 아침에 등교를 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배움을 찾으러 가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리고 궁금증이 생기죠. 
“아이들은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8년 동안 한국의 직업 종류가 3535개 늘어났다고 합니다. 기술발전에 의해 빅데이터 전문가, 블록체인 개발자, 드론 조종사 등의 직업이 생겨났고 저출산·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등 인구학적 변화에 따라 유품정리사, 애완동물 장의사와 같은 직업이 나타났습니다. 

아마 지금 등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미래’는 학창시절 저의 미래였던 ‘오늘’과 많이 다를 것입니다. 국영수(국어, 영어, 수학) 위주로 공부하던 ‘라떼는 말이야’와 달리 이들은 ‘ABC(AI, 블록체인, C언어)’ 위주로 공부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달라진 미래를 준비한다면 교육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새 학기가 시작하는 9월, 매거진 루트임팩트의 주제는 ‘교육’ 입니다. 오늘은 새로운 교육을 향한 나침반과 지도를 지닌 교육혁신가 정찬필 대표의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다음 8년 뒤에 생길지도 모를 3천여 가지 직업에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어떤 변화에도 유연하게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자아인지’와 ‘자기주도성’을 키우고자 끊임없이 교육 실험을 하고 있는 정찬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민지 드림-


미래교육으로 전환할 시기 

새로운 다문화 교육 모델 기획 회의에 나서는 길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은평구청과 파일럿으로 추진 중인 부모를 위한 미래교육 프로젝트의 피드백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육아에 힘겨워 하는 부모들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손쉬운 학습놀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한 어머니가 “평소 영단어 외우기를 싫어하던 아이가 알려준 방법대로 함께 놀이학습을 했더니 승부욕을 갖고 재미있게 외우고, 내일도 하자고 즐거워한다”며 “이제 쉬는 시간이 줄어들까 걱정이 된다”는 행복한 엄살을 남겨주셨다. 첫걸음이 상쾌하다.

올들어 (주)EFG와 (사)미래교실네트워크에는 이처럼 전에 없던 프로젝트가 줄을 잇는다. 학교 교사 대상의 연수 프로그램은 온/오프라인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도 시행 중이다.  청년 성장 프로젝트, 지역 기반의 미래 교육 생태계 구축 사업, 아제르바이잔 교사를 위한 교육 혁신 기법 연수 등이 그 예다.   이제서야 비로소 미래 교육에 대한 컨설팅 및 기획 운영이 핵심 사업 분야 되었다고 말하곤 한다. 코로나 시국에도 뜨겁게 이어지는 관심을 보며 바야흐로 미래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가 도래했음을 실감하곤 한다. 

학생 주도의 활동 중심 수업을 직접 디자인하는 ‘거꾸로교실 캠프’를 듣고 있는 교원들

교육의 위기

교육이 위기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어른이 있을까? 방향은 다를 수 있어도 대학 간판을 절대 목표로 두고 무한경쟁과 사교육으로 찌든 교육이 뭔가 크게 잘못 되었다는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많은 걱정 끝에 결국 마지막 하나의 질문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대학은?”

그래, 교육이 문제인건 알겠고, 다양한 대안과 시도도 좋아 보이지만, 아무리 그래봐야 대학 졸업장이 궁극적으로 장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니 어쩌겠냐는 것이다. 주저리주저리 답해 봐야 결론은 뻔하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훗날 잘 살기 위해 무한경쟁은 불가피하니 참고 견디라는 수 밖에…

과연 그러한가. 근래 들어 이런저런 발표, 강연에서 항상 제시하고 설명하는 자료가 있다. 2016년 이후 급격해진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확산 추이와 소위 최고 스펙을 지닌 청년들의 취업난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을 한 장의 슬라이드에 제시한다.

“진짜 세상은 더 이상 기존 교육의 내용과 평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만일 이 말에 동의한다면, 무한경쟁과 사교육 과잉, 입시 공정성에 대한 집착이 모두 허무해진다. 대학 간판이 삶의 질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대체 인정받지 못할 학습을 왜 하며, 신뢰하지 않는 시험에 대한 공정성이 어느 짝에 쓸모가 있단 말인가. 쉽게 납득하지 못할 이들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이런 현상은 한국 만의 것이 아니다.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 회사들 

2019년 4월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실리콘 밸리의 공룡들인 “애플, 구글, 넷플릭스에서 채용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으며, 이런 추세가 업계 표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20년 3월 일론 머스크는 “기본적으로 대학은 뭘 배우는 곳이 아니라 재미로 다니는 곳”이라며 “테슬라가 고용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테슬라가 요구하는 뛰어난 능력의 증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 간판과 실제 일하는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노골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이외에도 전세계적으로 대학 졸업장을 취업의 조건에서 배제하는 흐름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 비밀은 ‘역량(competence)’이라는 거대한 ‘빙산’ 에서 찾을 수 있다. 

1993년 미국에서 발표된 ‘일터에서의 역량(Competence at Work)’이라는 기업 인재 역량에 관한 연구논문에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빙산’의 이미지가 실렸다. 기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루는 사람들의 특성을 추출한 결과, 쉽게 관측이 가능한 ‘지식’과 ‘기술’은 표면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수면 아래에 위치한, 즉 잘 보이지 않는 일의 ‘동기’, 상황에 대처하는 ‘기질’, ‘자아인지’ 가 훨씬 더 성과와 강한 상관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조건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 전환의 시작이었다.

Lyle M. Spencer, Signe M. Spencer 의 ‘Competence Work'(1993)에 나온 Iceberg Model

숨겨진 빙산, 소프트스킬(Soft Skills)이 필요하다

이 연구 결과는 그간 기업이 좋은 직원 선발의 조건으로 여겨왔던 지식, 혹은 기능적인 우수함이 자칫 허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거의 30년이 지난 2021년, 이 논문의 문제제기는 기업에서는 거의 정설로 굳어져 가고 있다. 당장 구글을 검색해보면 빙산 상단의 눈에 보이는 ‘하드스킬(ard Skills)’이 아니라, 바다 속에 잠겨있는 ‘소프트스킬(Soft Skills)’이 훨씬 인재에게 중요한 요소라는 글이 넘쳐난다.

문제는 지식, 전문 기술인 하드스킬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스킬이 성장하기 훨씬 어렵고 오래 걸린다는데 있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서 빨리 배울 수 있는 빙산 윗부분은 교란되지 않도록 아예 가려버리고 대신 빙산 아래가 충실하게 강한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 즉 블라인드 채용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강연장에서 이런 추세를 전하면 청중의 분위기는 어느새 무겁게 가라앉는다. 위기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발 밑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비상구를 찾아 떠나지 않으면 아이들의 미래가 위험함을 직시하게 된다.

천만 다행히 지난 8년간 ‘거꾸로캠퍼스’ 설립을 비롯, 현장의 교사들과 함께 쌓아온 시행착오를 통해 교육 혁신의 길을 닦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설명을 드린다, 이미 지도와 나침반이 준비되었으며 교육위기 탈출의 비상구까지 안내할 수 있다고. 그것이 2021년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미래교육 프로젝트들의 진짜 배경이다.

교실 속 배움을 진짜 세상으로 연결하는 미래교육솔루션 사상최대수업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

기업 BRIEF
EFG/미래교실네트워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 
시대에 뒤쳐진 교육 문제를 핑계대지 않고 지금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찾고, 만들고, 실험하고, 검증하고, 확산시키는 것까지 하고 있어.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은 누가있어? 너의 차별점은 뭐야? 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곳은 없는 것 같아. 우선 우리는 목표 수준이 작심하고 “완전한 미래 역량 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세계에서 제일 높아. 그리고 그걸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학교에서 교사들과 실현하고 있어. 또 그 경험을 다시 최고의 연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 일반 교사들에게 확산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야. 무엇보다 교육 프로젝트 컨설팅, 기획, 운영, 각종 영상 콘텐츠 제작, 온라인 플랫폼 개발, 운영까지 원스탑 문어발 사업도 큰 특징이지. 

📣체인지메이커들이 어떻게 너를 밀어주면 돼?  
우선 우리가 하고 있는 게 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잘 듣고 파악해주면 좋겠고, 내가 워낙 이질적인 걸 잘 연결하니까 뭐든지 가지고 있는 걸 알려주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야. 다양한 협력 파트너들을 소개시켜줘도 좋고, 물론 가장 좋은 건 펀더 혹은 펀딩을 밀어주는 거지만….

🎬이 이슈에 대해 궁금하다면 어떤 컨텐츠를 추천해? 2014년부터 3년 동안 직접 만든 9편의 다큐멘터리가 최고의 바이블이야. <21세기 교육혁명 3부작>, <거꾸로교실의 마법, 1000개의 교실 4부작>, <학교의 진화 2부작>까지. 미래교육과 관련해 개념과 단계적 실행전략과 그 효과와 의미까지 모든 게 들어있지.

기고 정찬필 대표
KBS에서 20년 넘게 PD로 일하다 교육 실험 다큐멘터리 제작 중 아이들이 보여준 충격적인 변화를 목격한 것을 계기로 교육혁신가로 변신했다.
학교 현장의 혁신적 교사들과 함께 설립한 (사)미래교실네트워크는 다양한 혁신적 교육 기법 연수와 콘텐츠 제작으로 교육계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의 관점을 통째로 뒤집어 버린 <거꾸로교실>, 미래역량 교육의 결정체인 <사상최대수업프로젝트>, 학교 교육의 개념을 근원적으로 뒤바꾼 <거꾸로캠퍼스> 실험 등 획기적인 교육 혁신의 방법을 직접 실현하고 그 성과를 나누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해왔다.
현재 (사)미래교실네트워크의 사무총장과 사회적 기업 (주)EFG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학교 뿐 아니라 지자체, 기관, 기업, 국제기구 등과 협력하며 전방위적으로 임팩트를 확장하고 있다.
기획 루트임팩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

매거진 루트임팩트를 구독하여 일주일 먼저 컨텐츠를 받아보세요
매거진 루트임팩트 구독하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