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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미래세대와 새로운 ‘할 일’을 만듭니다!”  서울 밖에서 도전하고 싶은 사람 모여라!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2024년 02월 21일
소셜임팩트뉴스 염지현 기자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⑮ 멘토리 권기효 대표

과거 ‘청소년’이랑 ‘지방’이라는 키워드가 만나면, ‘청소년은 곧 지방을 떠난다’는 공식이 있었어요. 이젠 ‘지방’이란 단어 대신 ‘지역’ 혹은 ‘로컬’이라고 표현해요. 보통 사람들이 단어만으로 떠올리는  편견과 뉘앙스를 거두려는, 깨어있는 사람들의 새로운 시도가 모여 만든 변화죠. 멘토리는 이처럼 틀 안에 갇힌 여러 공식을 깨면서 청소년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청소년은 대부분 어릴 때는 그저 학업에 매진하다가, 주로 20-30대를 거치면서 각자의 진로를 고민하잖아요. 아무래도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각자 무얼 잘하는지, 어떤 재능이 있는지 발견하는 학교 밖 활동시간이 부족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멘토리는 청소년을 만나 학교 밖으로 꺼내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돕고 싶었어요. 특히 지역 청소년을 찾아 다녔죠. -권기효 멘토리 대표

진짜 어른(=멘토)을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사는 청소년을 주기적으로 만나, 그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해 줄 동네 삼촌이 되자!

청소년에게는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

멘토리는 농산어촌 청소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 93명이 뜻을 모아 세운 비영리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멘토리는 설립 이후, 청소년이 지역에서 머물며 사회 활동을 하는 환경을 만들고 각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비즈니스맨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로컬메이커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초기 로컬메이커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선 함께 협업할 도시를 찾는 일이 먼저였다. 하지만 주로 도시 청년들이 모여 협업할 만한 지방 소도시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수많은 거절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토리는 전국팔도를 다니며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도시를 찾아나섰다. 마침내 외부인에 대한 편견이 적고 안정적인 투자처가 존재하는, 그러면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한 도시를 골라 멘토리는 꾸준히 지역과 관계를 만들어 냈다.

가끔은 무모한 도전도 이어졌다. 지역의 한 고등학교로 무작정 찾아가 ‘고교생들과 안전하게 학교 밖 활동을 함께 하며 진로멘토링을 해 보겠다’고 계획에 없었던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얻은 크고 작은 기회를 살려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각 지역에서 삼삼오오 모인 청소년들과 대학생 멘토가 팀을 이루고 역할을 나눴다. 그리고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 ‘지역의 특색을 살려 해 볼 수 있는 일’을 찾아 어떤 형태로든 무조건 성과를 냈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던 때에도 멘토리는 조심스레 한 걸음씩 발을 뗐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던 때에도 멈추지 않았던 로컬메이커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강화드림 프로젝트’.  강화 청소년들과 강화도 특성을 살려 강화 갯벌 영화제도 열고, 강화도에서 생산한 고구마를 펀딩으로 팔기도 했다. 함께 했던 친구들과 멘토리 멘토들 모습. /제공=멘토리

이런 과정 속에서 멘토리는 지역 청소년을 발굴해 로컬메이커로 성장시키려면 거처야할 3단계를 정의했다. 지역을 잘 모르는 청소년들이 여행을 통해 지역의 매력과 가치에 빠져드는 ‘다이버’, 지역의 자원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챌린저’, 두 가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손으로 지역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메이커’로 단계를 나눴다.

멘토리는 지역 청소년과 단계를 거치며 세상에 없던 영화제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하고, 지역 특산물을 직접 팔며 지역을 홍보하는 일도 이뤄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멘토리를 이끄는 권기효 대표와 크루들은 몇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권기효 멘토리 대표(=왼쪽)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현희 에디터

“청소년은 곧 청년이 됩니다”

“아무래도 저희 프로젝트는 ‘실행’이 기반이 돼야 하는 사업인데,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결국 대학이라는 큰 관문을 지나야 했어요. 대학을 건너뛰고 지역에서 먹고 사는 일을 고민하고 창업하는 비즈니스맨으로 성장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죠. 적어도 현장에서는 그랬어요. 이러한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나니, 결국 사업을 확장하려면 청소년은 물론 대학생과 청년까지 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멘토리 사업이 재정비를 거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거죠.”

코로나 시절 만났던 청소년은 시간이 흘러 이내 청년이 됐다. 청소년기 코로나를 겪은 청년들은 진로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며 더 혼란스러워 하기도 했다. 멘토리는 그들과 함께 멘토리 품안에서 넥스트 스텝(진로의 다음 단계)을 고민하기로 결정하고, 자연스럽게 청년의 성장에 더 집중하고 현장 중심의 실전형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청년들이 지역에서 창업과 관련된 체험이나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거점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그 결과, 권 대표는 대학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로 마음먹고,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를 찾아가 학교와 협력할 수 있는 인증제도를 마련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활동의 일부를 졸업 인증이나 학점 등으로 인증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기업가정신을 갖춘 로컬의 혁신가라는 뜻으로 ‘로컬프러너(local preneuar)’ 육성 과정이다. 현재는 교육부의 학점이나 인증을 연계함과 더불어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정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따라서 로컬프러너십제도는 각 지자체와 청년마을, 대학이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로컬 혁신가로 성장할 청년들을 지원한다. 그중 대표 프로그램은 각 지역에 2~3달 간 직접 거주하면서 지역 주민과 관계 기업이 고민하는 로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거나 실전경험을 통해 로컬 비즈니스의 기본을 다지는 로컬임팩트 캠퍼스 과정이 있다.

지역에 먼저 자리잡은 청년들에게 지역정착기를 듣는 참가자들 모습. /제공=멘토리

“지역 비즈니스는 서울과 모델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10년 전만 해도 지역으로 내려가 컨셉을 잘 정하고 인테리어 신경써서 카페를 차리면 절반은 성공하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이제 앞으로 지속가능한 로컬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해보고싶은 것만이 아니라, 지역과 타겟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공부하고 설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청년 개개인이 홀로 지역에 찾아가 학습하고 준비해서 창업을 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큰 구조잖아요. 정착과 생활 비용도 그렇고 내려갈 결심을 하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이런 현실에서 저희가 진행하는 로컬프러너 과정은 로컬에서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실험실’인 셈이죠. 과정에 참가하면 실제로 지역으로 내려가 스마트폰 사용을 어려워하는 노인분들을 위한 솔루션을 함께 고민해보거나 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플리마켓을 기획하고 운영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멘토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지역 기업과 함께 호흡하면서 로컬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보기도 하고요. 먼저 자리 잡은 선배들에게 지역정착기를 듣기도 해요. 도시 밖 삶을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해서 마련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찾는 꼭 필요한 과정이지요.”

실제로 멘토리는 지난 3년 동안 청년창업사관학교 입학팀을 6팀이나 배출했고, 창업뿐 아니라 경북 의성군과 함께 지역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발굴해서 현장에 적용시키는 성과를 냈다. 또 솔나라, 향촌당, 호피홀리데이 등 로컬의 스몰브랜드와 협력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며 ‘청년’과 ‘로컬’의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계속해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창업 연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경북 의성군과 전북 부안군 두 지역에 캠퍼스를 설치하고, 강원 강릉시, 대전시와 연대하며 청년의 성장을 핵심으로 삼는 지역 얼라이언스를 확대하고 있다.

취업 또는 창업, 더 나아가 창직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도시에서의 삶을 강요 당해 왔는지도 모른다. 혹시 문득 서울을 떠나 로컬에서의 삶에 관심이 생겼다면, 정해진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다면, 멘토리가 날개를 달아줄 지도. 

도시 밖 삶을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지역으로 떠나 로컬에서의 삶을 준비하던 2022년 가을 로컬러닝랩 참가자들 모습. /제공=멘토리
[미니 문답]
Q. 멘토리는 왜 비영리를 선택했나요? 
멘토리 조합원은 뜻을 모아 조직을 법인화하면서 ‘수익을 우리끼리 나누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어요. 저희는 ‘비영리=돈 못 버는 조직’이라는 프레임을 깨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조직도 수익을 내야 지속가능성을 논할 수 있으니까요. 멘토리는 수익 사업을 꽤 열심히 하는 비영리 조직입니다. 
또, 멘토리는 후원을 받지 않는 조직인데요. ‘농산어촌’이란 키워드와 ‘청소년·청년 후원’이라는 키워드가 만나 양산하는 ‘어려운 청년을 돕는 조직’이라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에요.
덕분에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재단이면 재단, 학교면 학교, 지역 소도시를 대표하는 대기업까지 안 다녀본 곳이 없어요. 혹시 방문을 시도조차하지 않고 망설이고 있는 대표님이 계시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 보세요! 두드리면 문이 열립니다!

Q.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은 멘토리의 행보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합류하기 전부터 일 잘하는 비영리 조직은 모두 모인 곳이라고 들었어요. 이곳에서 누군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장점이 아주 큽니다. 
아무래도 지역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어서, 서울 거점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헤이그라운드의 크고 작은 공간을 활용해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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