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1 기금의 2025년, 그리고 그 다음
IP1 기금
들어가며
그동안 IP1 기금은 왜 이런 기금이 필요한지, 어떤 관점과 방식으로 비영리 조직의 성장을 지원해왔는지를 소개하는 데에 집중해 왔습니다. 2022년 7월 공식 런칭 이후 반환점을 이미 지난 지금, 이제는 자연스럽게 종료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IP1은 비영리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 경로를 찾기 위해 시작한 기금입니다. 그래서 선정 조직의 변화를 돕고 그 과정을 잘 기록하는 것은 지금도 중요한 일이죠. 하지만 몇몇 조직의 성공 사례만으로 생태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비영리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문제는 개별 주체의 내부에만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역량이나 의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인센티브 구조, 그러니까 다양한 참여자들이 각자에게 합리적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는 조건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이는 하나의 프로젝트나 조직이 혼자서 풀 수 있는 과제가 아닙니다. 각자의 실험과 시행착오가 연결되고, 그 목소리가 한 곳에 모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25년 IP1의 주요 장면들을 단순히 기록하기보다 생태계의 관점에서 해석하여 공유하고자 합니다.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는 루트임팩트의 사업’으로서의 IP1이 아니라, 비영리 영역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장으로서의 IP1을 소개합니다.
선정 종료: 발굴의 한계에서 생태계 연결의 과제로
2025년, IP1 기금은 두루와 계단뿌셔클럽을 최종 선정하며 지원 대상 선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목표한 10곳을 다 채우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2028년 상반기 종료가 예정된 기금의 생애주기 상 선정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고 그 변화를 관리하는 일, 더 나아가 기금의 성과를 평가하고 확산하는 활동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인 결정이었습니다.
IP1은 효과성을 검증한 뒤 성과를 대폭 확장하는 시기의 팀을 타깃으로 합니다. 런칭 이후 2년 9개월 동안 1만 건 이상의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 및 등록 비영리 민간단체 데이터를 스크리닝하고 직접 신청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68건의 심사를 진행했고, 7개 비영리 조직과 1개의 비영리 생태계 강화 프로젝트를 선정했습니다. 선정을 조기 종료했다는 것은, 이와 같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비영리 조직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하는 조직들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팀이 아닙니다. 서울시NPO지원센터의 비영리 스타트업 육성사업, 다음세대재단의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아산나눔재단의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브라이언임팩트의 브라이언 펠로우 등 실제로 다양한 기회를 거치며 성장해온 것이죠. 이처럼, 더 많은 비영리 조직이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개별 기관의 파편화된 노력을 넘어 생태계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간의 심사와 지원 과정에서 발견한 빈틈을 지원 기관과 적극적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더 많은 탁월한 조직이 다음 단계로 이어지려면, 어느 단계의 지원이 부족한지, 각 기관의 경험과 자원이 어디에서 연결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심사 및 선정 과정에 대한 회고를 나누는 자리가 그 논의를 시작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역량 개발 고도화: 개별 지원에서 성장 방향의 정렬로
IP1은 비영리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임팩트 관리와 자금 조달, 두 축의 선순환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관리는 첫 선정 조직이 합류한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다면, 2025년에는 자금 조달 측면의 지원을 본격화했습니다.
비영리 조직을 위한 자문과 교육은 적지 않습니다. 다만 받은 자문들이 조직 안에서 한 방향으로 모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조직이 어디로 가려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가려는 곳이 분명하지 않으면 서로 다른 자문이 파편화되고, 조직의 일상적 의사결정과 연결되지 못하고 잊혀지곤 합니다.
IP1은 이 합의를 조직과 함께 만드는 일에서 출발했습니다. 2024 임팩트 리포트에서 공개한 조직 역량 진단 방법론을 토대로, 온기, 에이유디, 피치마켓 세 조직과 자금 조달을 잘 하는 조직의 모습을 동기화하고, 그 모습에 다가가는 데 꼭 개발이 필요한 역량을 선별했습니다. 이를 통해 산발적이고 일시적인 자문이 아닌, 설정한 바람직한 조직의 모습으로 수렴되어가는 로드맵을 수립한 것이죠.
다만 IP1 팀과의 정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조직은 우리의 지원만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원을 제공하는 주체마다 조직에 기대하는 변화의 모습이 다르면, 조직의 입장에서는 지원이 다시 흩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태계의 소중한 자원이 더 효과적으로 쓰이려면, 조직을 둘러싼 지원 기관과 전문가들이 각자의 역할을 유지한 채 더 자주 만나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는 무엇을 지원할지에 앞서, 조직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먼저 맞추고, 그 방향에 꼭 필요한 지원을 서로 나누어 맡고 함께 보완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효과성 연구: 사례 기록에서 설득 근거의 확대로
임팩트 관리 역량은 첫 선정 조직이 합류한 시기부터 이어온 IP1의 핵심 성장 지원 중 하나입니다. 2025년은 다년간의 유연한 자금과 임팩트 관리 지원이 조직 안에서 어떤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이에 IP1은 지원 조직 4곳을 대상으로, 서울대학교 윤세미 교수 연구진과 질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는 임팩트 관리의 내재화, 중간지원조직의 전략적 역할, 실행의 장벽과 극복 전략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연구를 통해 임팩트 관리가 외부 요구에 대응하는 과제를 넘어 조직 내부의 운영과 의사결정에 활용되기 시작한 점, 유연한 자금과 신뢰 기반 지원이 전략적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작동한 점, 전략과 실행, 성과가 연결되며 조직 운영 체계가 고도화되는 흐름을 확인했습니다.

저희에게 이 연구는 기금의 성과를 다시 확인하는 작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IP1은 그동안 사례와 내러티브를 통해 선정 조직의 변화와 성장 지원의 의미를 설명해왔습니다. 다만 지원과 배분, 평가의 책임을 가진 주체들에게는 실증적 연구에 기반한 근거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IP1의 지원 방식이 조직 변화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토하고, 비영리의 지속가능성을 더 많은 의사결정의 자리에서 다루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시도였습니다.
구체적인 사례와 함의는 연내 연구진의 외부 저널 투고를 통해 소개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흐름에 맞추어 연구에서 확인한 효과와 한계를 함께 읽고, 각자의 지원 방식과 판단 기준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과 논의를 이어가며, 최종 연구가 더 유용한 질문을 다룰 수 있도록 보완해가겠습니다.
성장 공유회: IP1 경과 공유에서 생태계 회고로
2025년 9월, IP1 기금은 성장 공유회를 열었습니다. 기금의 취지와 지원 관점, 선정 조직의 경험,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하나의 흐름으로 나누고자 했고, 100명 이상의 생태계 이해관계자가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이 자리는 IP1의 성과를 정리해 보여주기 위한 행사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기금이 어디까지 왔는지, 선정 조직과 함께 무엇을 시도했는지, 그리고 여전히 무엇이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는지를 솔직하게 꺼내놓는 자리였습니다. 선정 조직의 변화와 성장 지원의 시도, 출연자의 문제의식과 기대를 함께 놓고 보며, IP1의 경험이 루트임팩트의 개별 사업에만 머물기보다 비영리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다루는 재료가 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다만 공유회 이후 이 흐름을 바로 이어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IP1의 경험을 생태계의 자산으로 남기려면, 저희의 회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공유회에서 꺼낸 가능성과 한계를 더 작은 대화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비영리 조직의 성장을 지원해온 분들의 경험과 판단을 더하며, 무엇이 더 나은 지원 방식과 협력의 조건이 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마치며
IP1은 2028년 상반기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영리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 경로를 만드는 일은 기금의 운영 기간 안에서 마무리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IP1을 돌아보는 일은 지난 활동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더 확인하고, 무엇을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 나누어야 할지 살피는 일에 가깝습니다.
2025년의 장면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IP1이 생태계 차원의 이니셔티브로 넓어지기 위해 필요한 준비입니다. 더 많은 탁월한 조직이 다음 단계로 이어지려면 어디에 빈 곳이 있는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역량을 개발하려면, 조직이 가려는 방향을 중심에 두고 여러 지원과 자원이 그 방향에 맞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사례와 내러티브만으로 닿기 어려운 이해관계자에게는 실증적 근거와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은 루트임팩트의 회고만으로 남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판단과 회고가 더해질 수 있는 자리로 이어져야 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IP1은 선정 조직의 변화를 계속 지원하고 기록하는 동시에, 졸업 조직이 개척하는 새로운 경로까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사례와 방법, 근거와 질문을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 나눌 예정입니다. 올해는 그 첫걸음으로 지원 기관 실무자들과의 스터디를 시작합니다. 이 글도 그 과정의 일부입니다. IP1의 경험이 하나의 기금 안에 머물지 않고, 비영리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다루는 데 필요한 참고점으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