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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칼럼

임팩트 N잡러의 길을 걷다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4년 04월 25일
임팩트리서치랩 최고연구책임자 이호영
‘십시일밥’을 아시나요? 대학생들이 매주 공강 시간을 활용해 학생식당에서 봉사를 하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취약계층 친구들에게 익명으로 전달하는 대학생 봉사활동인데요. 십시일밥의 설립자 이호영 님은 현재 자립준비청년의 성장을 돕는 커뮤니티 ‘십시일방’의 대표이자 ㈜임팩트리서치랩의 최고연구책임자로, 또 사회 혁신을 가르치는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계속해서 미치고 있습니다. ‘임팩트 N잡러’ 호영님은 어떻게 임팩트 커리어를 시작했고 지속할 수 있었는지 지금 바로 살펴보세요.

임팩트 N잡러의 길을 걷다

안녕하세요, 저는 ‘임팩트 N잡러’ 이호영입니다. 제가 왜 스스로 임팩트 N잡러라고 소개했는지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잠시 시간을 10년 전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2014년 대학교 3학년이던 저는 학과 친구들 9명과 함께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식권을 전달해주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하였습니다. 이것이 제가 임팩트 커리어에 첫 발을 디딘 계기였습니다. 이후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주거와 교육을 제공하는 저만의 두번째 비영리단체인 ‘십시일방’을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는 저의 주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임팩트리서치랩’에서 최고연구책임자로 일하며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프로젝트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컨설팅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사회혁신 관련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N개의 임팩트 커리어를 동시에 걷고 있다 보니 스스로를 임팩트 N잡러로 소개하게 된 것입니다.

함께 했던 십시일밥의 멤버들은 어디로 갔을까

10년 전 저에게 임팩트 커리어로의 첫발을 내딛게 해준 비영리단체 ‘십시일밥’. 문득 당시 저와 함께 십시일밥을 열정적으로 운영했던 9명의 동료들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6명은 사기업에 취업했고, 1명은 공무원, 1명은 기자, 1명은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속한 조직의 설립 목적이 특히 사기업인 경우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임팩트 커리어를 걷고 있는 나와는 다른 길을 가게 되었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왜 계속해서 임팩트 커리어의 길을 걷고 있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대학교 초반의 저는 임팩트 커리어에 관심이 없는, 아니 엄밀히 말하면 임팩트 커리어의 존재를 모르던 사람이었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2학년 겨울방학 때는 여의도의 한 금융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기도 했습니다.

십시일밥을 시작한 것도 어떤 큰 뜻이 있어서라기보다 학과 친구들과 함께 작은 봉사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것인데 어쩌다 보니 규모가 커졌습니다. 그리고 그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은 제가 많은 것을 배우고 달라질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도움이 시급한 분들을 만나서 말씀을 나누고,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알게 되고, 공강시간에 땀 흘려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게 삶을 사는 거구나’, ‘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구나’ 를 깨달으며 역으로 학습을 해 나갔던 것입니다. 또한 단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익혀가며 제가 만든 조직 안에서 성장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사진=십시일밥 홈페이지

그래서 늘 저는 십시일밥이 대학교 3학년인 제가 스스로를 교육하기 위해 만든 ‘학교 안의 학교’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이라는 곳의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그 안에 저만의 학교를 만들고 배움을 통해 성장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임팩트 커리어’를 의도한 것은 아니고,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봉사와 도움에 대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꾸준히 실행하다보니 어느 순간 임팩트를 업으로 삼고 있게 된 것이었죠. 이러한 경험은 지금까지도 자기 확신을 바탕으로 임팩트 커리어의 길을 걷고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한 9명의 친구들은 어떠했을까요. 당시에 저는 친구들이 제 아이디어에 동참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기 때문에 학업으로 바쁜 친구들의 시간을 최소한으로 뺏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외부 미팅이 있을 때도 주로 혼자 갔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도 홀로 고민하기 일쑤였습니다. 

어쩌면 임팩트 커리의 씨앗이 될 수 있던 이런 시간들을 혼자서 ‘독점’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십시일밥을 깊이 경험하는 기회 또한 ‘독점’ 해버린 리더가 아니었는지 이제야 깨닫습니다. 제가 친구들에게 시간을 뺏는 걸 미안해할 게 아니라, 오히려 소중한 경험들을 독점한 걸 미안해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현장에서의 소중한 경험과 고민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10명 중 저 혼자가 아니라 더 많은 친구들이 임팩트 커리어를 걷고 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또 다른 임팩트 커리어의 씨앗을 위해

지금까지 말씀드린 십시일밥 이야기로부터 10년이 지나 2024년입니다. 저는 재작년부터 모교에서 겸임교수로 임용되어 후배인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회혁신과 임팩트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한 저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10년 뒤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늘 궁금합니다. 과거의 저와 친구들처럼 10명 중 1명만이 임팩트 커리어를 가게 될지, 또는 제가 그 숫자를 늘릴 수 있는 사람인지, 만약 그렇게 하고 싶다면 제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요.

여러가지 훌륭한 교육 방법들이 있겠지만 저는 오늘의 저를 ‘임팩트 N잡러’로 만들어준 방식을 택했습니다. 학생들이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기획해보고, 실행해보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관을 세우고 마침내 자신만의 커리어 로드맵까지 그려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프로젝트 기반 학습, 즉 PBL(Project-Based Learning)이라고도 합니다. 학습자가 중심이 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주도적으로 지식을 탐구해가는 학습 방법론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교과목인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경영의 이해’ 모두 이러한 PBL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2학기부터는 실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고민을 학생들과 함께 풀어보는 강의도 개발하여 운영할 계획입니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임팩트 지향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천하면 그것이 곧 그 학생만의 학교가 됩니다.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학생들은 스스로가 임팩트 지향 커리어에 맞는 사람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역량을 쌓고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 탐구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회혁신과 임팩트가 무엇인지 모르던 학생들도 프로젝트를 통해 한 번 실제적 경험을 하고 나면 임팩트 지향성이라는 테마에 푹 빠진다는 것입니다. ‘내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Z세대 학생들의 DNA를 자극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회 경험이 충분치 않은 대학생들은 자신이 여태껏 봐 온 세계 안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전부터 다양한 전공(가령  경영학과, 컴퓨터공학과, 간호학과 등)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된 커리어 옵션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 사회혁신과 임팩트에 관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없는 채로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누군가 별도로 알려주지 않으면 ‘임팩트 커리어’라는 옵션 자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폭을 넓게 가져갈 수 있도록 임팩트 커리어의 존재감과 면모를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학생들이 이론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 뿐 아니라,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해보며 그 안에서 스스로의 학교를 만들어 임팩트 지향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 학생들에게 임팩트 커리어의 현장을 보여주고 그곳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멋진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목격하게 하는 것. 이들과 이야기하며 자신만의 임팩트 커리어를 설계해가는 것. 오늘 제 강의실에 앉아 있는 누군가와 언젠가 임팩트 커리어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길, 이것이 10년 뒤 제가 그리는 임팩트 생태계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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