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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앞으로도, ‘원래 그런 정치’는 없어!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2024년 09월 04일
소셜임팩트뉴스=염지현 기자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⑲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정치 산업의 생태계에 다양성 불어넣는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세계관 마케팅’의 힘으로 2030 유권자 3만 여명의 관심을 한 곳에 모으는 쾌거

우리는 살면서 종종 ‘우리나라 정치는 왜 그럴까?’ ‘왜 우리는 정치로 인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각자 생애주기에 따라 절망의 시기와 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삶의 큰 변화를 앞두고 있을 때 ‘이런 정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제도가 없을까?’ ‘이 시기엔 이런 보호를 받고 싶은데…’라고 문제의식을 느낀다.

그러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 실망만 쌓이고, 이런 실망은 모여 때론 절망에 이르곤 한다. 하지만 이내 곧 이런 절망은 바쁜 일상 속에 떠밀려 금세 무관심으로 바뀐다. 정치 세계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 단념하고, ‘원래 정치가 다 그렇지 뭐!’라 푸념하며 문제로 인식했던 문제를, 다른 문제로 슬쩍 덮어버리곤 한다. 그렇게 대부분 다시 일상을 산다. 

그런데 여기, 이와 비슷한 절망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한 청년이 있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여러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정치계를 뒤흔들고, ‘N번방 사건’이 고개를 들던 2020년, 피해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절망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뉴웨이즈는 젊은 정치인(젊치인)을 위한 에이전시”라고 소개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뉴웨이즈는 젊은 정치인(젊치인)을 위한 에이전시”라고 소개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국회를 들여다 보니 국회의원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중년 남성으로 구성된 거예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청년이나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줄 정치인의 수가 적죠. 그런데 젊은 정치인 후보자도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후보자가 적으니 당선자가 적을 수 밖에요. 2019년 11월에 퇴사를 하면서 정치 산업을 좀 진지하게 들여다 보기 시작했어요. 대체 정치는 왜 다 비슷한 건지, 국회의원이 되려면 뭐부터 해야하는지, 젊은 정치인은 왜 이렇게 수가 적은지, 말이 통하는 정치인을 찾으려면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하는지, 청년들은 왜 정치에 관심이 없는지 관찰했죠.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틈에 변화의 가능성과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거예요. 강한 호기심이 생겼죠.

박 대표는 기존 정치 산업 속에서 체계적으로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현실에 집중했다. 그리고 특별한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초당(특별히 지지하는 정당 유무에 상관없이)’적이면서 체계적인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한다. 물론 박 대표의 결심은 한순간이 이뤄진 건 아니다. 여러 번 결심했고, 결국 그 결심은 현실이 됐다.

/사진=조태현 작가
뉴웨이즈는 대한민국 유권자라면 누구나 공평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개인의 영향력을 모으면 정치의 얼굴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이 가설을 ‘증명’하고 싶은 한 사람(박혜민 대표)과,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을 잘 만들고 싶은 또 다른 한 사람(곽민해 커뮤니케이션 리드)이 만나 ‘뉴웨이즈’라는 조직을 탄생시켰다. 동갑내기 두 사람은 대한민국 유권자라면 누구나 공평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정치를 잘 몰라 알 권리마저도 포기하는 2030 유권자의 소중한 ‘관심(표 아님)’을 모아 기존 정치 생태계를 바꿔 보기를 소망했다. 그리고 박 대표가 마지막 퇴사를 할 때 결심했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뇌이며 뉴웨이즈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앞으로는 ‘스스로 탁월해지는 일’ 말고, ‘내가 어떤 문제에 집중해서 해결하고 싶은지를 찾아서 그 일을 하자!’

시간이 흘러 2022년, 뉴웨이즈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법인의 형태를 갖추고 본격으로 활동을 확대했다. 만 39세 이하의 젊은 정치인을 ‘젊치인’이라고 부르며 뉴웨이즈는 실제로 크고 작은 성과를 냈다. 박 대표는 ‘젊치인’이 뉴웨이즈의 대표 발명품이라고 덧붙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젠 ‘젊치인’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뉴웨이즈 기사가 가장 많이 떠요. 대중들이 뉴웨이즈는 기억하지 못해도 젊치인이란 단어는 찰떡같이 기억하는 걸 확인했죠. 시간이 흐르면서 젊치인은 곧 뉴웨이즈의 고유한 단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실제 뉴웨이즈의 활약으로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비교해, 기존 6%에 불과했던 젊치인 당선자 비율이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전체의 10%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젊치인 당선자 중 10%(당선자 40명 배출)는 뉴웨이즈가 제공하는 성장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웨이즈의 활동이 실제 젊치인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결과로 증명한 셈이다.

지난 4월 10일에 있었던 2024 총선(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뉴웨이즈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드래프트 2024’ 젊치인 후보 중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다만, 뉴웨이즈는 이 과정에서 ‘실패’라는 단어를 떠올리진 않았다. 그 시간 동안 충분히 뉴웨이즈의 방식으로 애썼기 때문이다.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저희가 지난 2월에 4월 총선을 앞두고 퓨쳐 보터라는 이름의 2030 유권자를 한 자리에 불러보는 ‘퓨처 보터가 간다: 총선 예비 후보 및 정당 간담회’를 열었어요. 주말 아침 이른 시간에 진행했거든요? 근데 행사 3일 동안 모두 만석이 된 거예요! 총선 출마 예정자, 정당 지도부가 2030 유권자를 만나서 자신들의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을 밝히는 자리였는데, 실제로 ‘정치가 궁금한 2030 유권자’들이 시간을 내어 함께 토론하고 소통할 수 있었어요. 정치·사회 이슈에 무관심하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2030 유권자들을 만나본 거죠. 선택할 후보가 없다고 포기해야하는 권리가 아니라, 선택할 후보가 없다면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뉴웨이즈의 목소리가 통한 순간이었어요.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얻었는데, 뉴웨이즈가 2024 총선 프로젝트에 실패했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저흰 처음부터 실패할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멈추지 않았어요. 정치는 절대 빠르게 변하는 영역이 아니거든요. 정치인이 정치인이 되는 과정과 경험 자체가 달라지면, 세상도 달라질 거라 믿으니까요.”  (관련기사: “2030세대가 왜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적극적 무당층 ‘퓨처 보터’ 참여하는 연속 간담회 개최)

뉴웨이즈는 이번 2024 총선을 준비하며 2030 유권자들과 젊치인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여러 차례 마련해 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조태현 작가
뉴웨이즈는 이번 2024 총선을 준비하며 2030 유권자들과 젊치인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여러 차례 마련해 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조태현 작가

아무렴. 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적어도 유권자들이 뉴웨이즈와 함께 활동하며 ‘나에게 필요한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주체감, ‘내가 변화의 과정에 참여했다’는 성취감,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연결감과 효능감을 느꼈다고 확신을 주었기 때문이다. 뉴웨이즈는 이번 총선을 겪으며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탄탄한 솔루션을 바탕으로 하는 통통 튀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2030 유권자들과 젊치인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여러 차례 마련해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동안 뉴웨이즈는 ‘왜 하필 정치 산업이냐’ ‘젊다고 정치도 다 잘하냐’ ‘대체 돈은 어떻게 버냐’는 세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

“정치만큼 공평한 산업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변화를 위한 ‘한 표’가 주어지잖아요. 기존 정치권의 좋지 않은 관습이 있다는 건 누구나 동의하는 일이니까요. 젊치인들은 아무래도 기성 정치인보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고, 젊치인에게 2030 유권자는 적어도 그들이 경험하는 사회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는 공감 능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조직의 설립시점부터 세워둔 탄탄한 세계관과 처음부터 확실하게 정한 조직의 페르소나 덕분에 두 사람은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뉴웨이즈를 지켜왔다. 조직 규모는 2명에서 4명으로 두 배 성장했다. 운영 기금도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뉴웨이즈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도처에서 모이며 잘 마련되고 있다. 뉴웨이즈의 명쾌한 메시지와 누구보다 단단한 추진력 덕분이다.

최근 뉴웨이즈의 두 사람이 쓴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도 화제다. 책에는 그동안 궁금했던 뉴웨이즈의 명확한 세계관이나, 뉴웨이즈가 헤쳐 온 경험을 모두 알차게 담았다. 찰떡같은 사이사이 일러스트도 독자들로 하여금 뉴웨이즈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뉴웨이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를 펼쳐 보시라!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와 곽민해 커뮤니케이션 리드, 두 사람이 쓴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의 책 표지. /제공=뉴웨이즈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와 곽민해 커뮤니케이션 리드, 두 사람이 쓴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의 책 표지. /제공=뉴웨이즈

– 이하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 중에서!

젊치인 : 경기장에 출전하고 싶은 신인 선수

만 39세 이하 젊은 정치인. 의지는 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정당에서는 신인들이 출전할 수 있는 방법을 투명하게 알려주지 않고, 젊은 선수를 출전시키는 데도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시간도, 비용도, 네트워크도 부족한 상황에서 어디서부터 준비를 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뉴웨이즈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현역 정치인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누구나 정치를 시작할 수 있게 첫 출마 로드맵을 그려주고, 자신만의 지지 기반을 만들 수 있게 유권자를 연결한다. 뉴웨이즈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 해결의 수혜자이자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자다.

뉴웨이즈 : 정당 밖의 젊치인 에이전시

정치에 더 다양한 관점과 우선순위가 반영될 수 있도록 만 39세 이하 젊치인을 키우는 초당적 에이전시. 축구선수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 선수지만 CAA라는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다. 에이전시는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이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칠 팀을 찾도록 돕는 한편, 더 다양한 선수가 필요한 이유를 설득하고 경기 룰을 바꾼다. 뉴웨이즈는 정당을 뛰어 넘어 정당 밖 젊치인의 성장을 돕는다.

[미니 문답]

Q.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이하 헤비멤) 프로그램은 뉴웨이즈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세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헤이그라운드에는 저희말고도 굉장히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 늘 시너지가 나요. 조직끼리 탄탄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장점이고요. 두 번째는 이렇게 연결돼 있으니 자원이 흐르고요. 자원이 흐르면서 교육의 기회나 피가되고 살이 되는 소모임이 정말 많아요. 부지런하기만 하면, 정말 기회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는 9층(서울숲점)에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바쁜 와중에 건강을 잘 챙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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