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을 몰랐던 조직이 3,100만 원을 모으기까지: 에너지전환포럼의 첫 모금 캠페인
CP1 프로젝트
비영리 조직이 오래 활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자금은 활동 지속의 필수 요건이지만, 비영리 조직에서 가장 불편하게 다뤄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에너지전환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해온 에너지전환포럼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이 현실 앞에 서 있었습니다. 해외 기후 필란트로피에 의존하는 재정 구조, 프로젝트 수주 중심의 수입, 그리고 모금이라는 단어 앞에서 느끼던 낯섦. 루트임팩트 CP1 프로젝트와 함께한 여정을 통해 에너지전환포럼은 어떻게 조직의 가치와 성장을 위한 모금 역량을 키우게 되었을까요?
에너지전환포럼의 변화 한눈에 보기

모금 경험 제로에서 시작된 첫 질문
에너지전환포럼은 회원 기반의 네트워크 조직으로, 정책 의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중장기적인 조직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프로젝트성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자체 재원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서린 매니저
에너지전환포럼은 에너지전환 분야의 오픈 플랫폼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둘러싼 정부·연구자·기업·시민사회 등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해온 조직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긴 싸움에서 중요한 거점이 되어온 조직이지만, 재정 구조 측면에서는 구조적 취약성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있었습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이 해외 기후 필란트로피와 프로젝트 단위의 용역·수탁 사업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특정 재원이 끊기거나 사업이 종료되면 곧바로 흔들릴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인 모금은 구성원들에게 다소 멀게 느껴지는 영역이었습니다. 단순히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를 시도하기 어려운 내부적 요인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CP1 프로젝트는 에너지전환포럼이 이러한 재정 다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 프로젝트 수주에 갇힌 모금의 개념: 에너지전환포럼의 주된 재원은 PF(프로젝트 펀딩), 즉 특정 연구나 사업을 수행하며 받는 자금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조직 내에서는 모금을 개별 프로젝트 수주나 소규모 온라인 마케팅 정도로만 인식했을 뿐, 전사적 차원의 재정 전략으로서 모금을 진행한다는 발상은 자리 잡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 전담 체계의 부재와 불명확한 역할: 모금을 전담하는 팀이나 담당자가 별도로 없었습니다. 소통팀 담당자가 후원 관련 업무까지 겸하는 상황이었고, 모금 담당자 역할 자체가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조직과 개인 모두 모금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실무자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업무를 주도해야 하는지 경계를 설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 수동적인 기업 파트너십: 에너지전환포럼은 기존에도 일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회원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는 주로 외부에서 먼저 제안해 오는 협력을 수용하는 소극적인 방식에 그쳤으며, 이를 조직의 지속가능한 회원 제도나 모금 전략으로 연결하지는 못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관계 유지를 넘어, 주도적이고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려는 인식과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조직의 강점을 발견하고, 모금 상품으로 설계하다
조직이 새로운 모험을 하기 위해서는, 중심에 설 메시지를 먼저 세워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CP1 프로젝트에서는 모금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방법을 배우는 학습을 먼저 진행했습니다. 자문을 담당한 한국모금가협회 황신애 이사의 주도 아래, 『성공하는 모금 제안의 기술』 (김재춘 저) 도서를 읽고 스터디 과제를 해나가는 과정부터 거쳤습니다. 이를 통해 실무자들은 조직 전체의 자원과 강점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었고, 기부자를 설득할 수 있는 우리 조직만의 모금 메시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시각이 넓어지자 에너지전환포럼이 가진 진짜 강점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운영하던 세미나, 포럼, 뉴스레터, 연구 결과물들은 사실 기업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자산이었습니다. 에너지 전환이 기업이 당면한 중대 과제인 시대, 에너지전환포럼이 제공할 수 있는 정책 정보·고급 네트워크·전문가 교류의 장은 충분한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모금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세우고 내부 자원을 발굴한 결과, 에너지전환포럼이 선택한 해법은 ‘기업 정기 회원제 모금’의 적극적 확대였습니다. 개별 프로젝트 모금보다 정기 회비 방식이 부작용은 적고 재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존의 수동적인 회원 구조에서 벗어나, 조직이 먼저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이후 전문가의 컨설팅 아래 에너지전환포럼은 모금 타겟을 선정하고, 제안 콘텐츠를 개발하고, 후원 제안서와 상품을 만들고, 모금 실행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실제 후원 제안과 캠페인을 실행하는 단계까지 나아갔습니다.
리더십과 구성원 간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과 접근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으며, 모금의 의미를 단순한 재원 확보를 넘어 조직의 재정 건전성과 지속가능성과 연결된 문제로 바라보게 된 점도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 김서린 매니저
모금 대상에 따라 셀링해야 하는 메시지(언어)와 사업(가치) 패키지를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부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도 배웠습니다. – 강재은 소통팀장
목표를 넘어선 4주: 3,100만 원, 신규 기업 회원 8곳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14일까지, 약 4주 동안 기업 대상 후원 모금 캠페인이 진행되었습니다. 설정한 목표는 후원 금액 3,000만 원, 신규 기업 회원 7개 사.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후원 금액 3,100만 원, 신규 기업 회원 8개 사. 보통의 기업의 의사결정이 그리 빠르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안에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잠재 후원 기업 리스트를 세분화하고 분석한 탄탄한 사전 준비, 그리고 에너지전환포럼이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와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메시지가 명확하고 기업이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가 분명하게 전달되었을 때, 의사결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에너지전환포럼도 모금 프로젝트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내부적으로 생긴 것이 주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강재은 소통팀장
기업 대상 모금 경험이 없는 조직이 매우 어려운 과정을 잘 만들어내고 끝까지 해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 황신애 이사
숫자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에너지전환포럼이 실행과 성공 경험을 통해 ‘우리도 모금을 하는 조직’이라는 감각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사무처가 전체 캠페인을 설계·운영하고, 운영위원회와 이사회가 기업 추천에 참여하는 등 조직이 처음으로 모금을 함께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에너지전환포럼이 기업 모금에 처음 도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시민과 대중을 대상으로 한 모금 캠페인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모금 담당자의 역할은 직접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실행자라기보다는, 전체 그림을 공유하고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시키는 캠페인 매니저에 가깝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모든 분께 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에 맞게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ㅡ 김서린 매니저, 강재은 팀장
우리 조직, 이렇게 달라졌어요
단 한 번의 집중적인 캠페인이었지만, 이를 통과하며 에너지전환포럼 내부에는 커다란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 모금에 대한 인식의 전환: 근본적인 변화는 모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입니다. ‘프로젝트 예산 확보’ 혹은 ‘소규모 온라인 마케팅’으로 인식하던 모금이, 한시적 재원 의존을 낮추는 유연한 자금 확보 수단이자 핵심 이해관계자 유지·확장 전략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 모금 담당자의 지정과 역할 정립: 처음으로 내부에서 모금 담당자가 지정되었고, 타겟 설정, 명분 설계, 캠페인 기획 등을 직접 실행하면서 모금 캠페인에 대한 기초 근육을 차근차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 전사적 역할 배분의 중요성 체득: 모금이 실무자 한 사람의 업무가 아니라, 리더십·이사회·사무처 등 여러 단위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이뤄지는 전사적 과제임을 배웠습니다. 각 단위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외부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 에너지전환포럼 사례에서 얻는 핵심 인사이트 1. 모금은 특정 구성원의 일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과업 모금의 성패는 뛰어난 담당자 한 사람보다, 구성원 모두가 역할을 나누어 함께 움직이는 조직의 실행력에 달려 있습니다. 에너지전환포럼이 캠페인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모금을 일시적인 프로젝트나 특정 구성원의 업무로 국한하지 않고, 조직의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사적 과업으로 인식하게 된 점입니다. 이처럼 모금을 조직 전체의 역할로 확장하는 것, 이것이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2.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치’와 ‘상대의 필요’의 교집합 찾기 에너지전환포럼이 기업을 모금 대상으로 설정한 것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의제가 대부분의 기업이 당면한 중대 과제라는 맥락 분석에서 나온 전략적 결정이었습니다. 모금 메시지를 설계할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단순히 후원을 요청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당면한 과제와 조직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맞닿는 지점에서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금은 단순한 재정 확보를 넘어, 조직의 의제에 공감하는 파트너십을 늘리고 가치를 알리는 임팩트 창출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3.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이미 가진 내적 자원 발굴이 중요 소규모 조직이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개별 용역을 늘리는 방식보다는, 조직이 이미 수행하고 있는 활동의 성과를 기부자와 공유하는 임팩트 기반의 모금 접근이 필요합니다. 에너지전환포럼이 오랫동안 쌓아온 세미나, 연구 결과물, 전문가 네트워크 등을 기업의 필요와 연결하는 시각이 생기자, 모금 명분이 비로소 만들어졌습니다. 4. 학습과 실행으로 쌓는 기초체력 모금 경험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잠재 기업 리스트를 다양한 기준으로 세분화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학습력과 실행력이 이번 캠페인의 결정적 동력이었습니다. 모금 역량은 기획서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모금 역량은 결국 직접 부딪히고, 요청하고, 성사시키는 경험을 통해 쌓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