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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헬스 에세이

나를 위해 멈추세요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0년 11월 20일
Root Impact

나를 위해 멈추세요

Opinion
매거진 루트임팩트의 이번 호 주제는 멘탈헬스입니다. 일하는 ‘나’ 외에도 다양한 색을 가진 ‘나’를 돌보자는 내용을 담은 웹툰과 내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내 마음의 ESG 리서치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았습니다. 오늘은 루트임팩트 박영은님과 함께 국내외 멘탈헬스 시장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마음을 돌보기 위해 하는 다양한 활동과 생각들을 함께 나눕니다. 코로나로 시름이 깊어지는 요즘이지만, 건강과 함께 마음 또한 평온하시길 바랄게요.

1. 멘탈헬스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습니다

매일 뉴스에서 코로나19에 관한 기사를 봅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우울감에 대한 기사도 자주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정부에서 코로나19 에 의해 발생하는 정신 건강상 문제를 통칭하는 공식 명칭을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 이라고 하고 질병분류코드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한다고도 했었지요. 

2020년의 상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정신 건강에 대해 더 주목하게 되었지만, 사실 정신 건강 문제는 매년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한국만 보더라도 건강보험통계연보 기준으로 2015년 약 2조 9천억원이었던 정신질환 진료비 총액은 매년 증가하여 2019년 약 4조 2천억원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기회라고도 하듯, 정신 건강 혹은 멘탈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Pitchbook 에서 집계한 멘탈 헬스 관련한 전세계 스타트업  투자는 2015년 32건, 198M 달러에서 2019년 89건 1.3B 달러로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스타트업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명상 어플리케이션 Calm이나 Headspace 와 같은 곳부터 개인과 전문 상담사의 연결을 쉽게 만들어주는 Talkspace, 그리고 약물 중독, 불면증 등에 디지털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Pear Therapeutics 까지 다양합니다. 

2. 한국의 멘탈 헬스 시장은 ‘사회적 처방’과 닮아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심리상담어플 트로스트를 서비스하는 휴마트컴퍼니가 시리즈A 투자 소식을 전하기도 했지만, 세계의 멘탈 헬스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비교한다면 ‘멘탈 헬스케어’ 혹은 ‘정신 건강’ 스타트업이 한국에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헬스케어 시스템이나 규제의 차이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거에요. 그런데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조직들은 많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종의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ption)’ 과 비슷한 것 같다고 할까요. 

사회적 처방은 영국에서 한국의 건강보험공단에 해당하는 NHS (National Health Service) 주도로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의료비 관점에서 지나친 NHS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약물 등 의학적인 처방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 활동에 가까운 처방이 실제 건강의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효과를 검증해야 하고 또한 질병에 영향을 주는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는 한계도 있지만, 그래도 만성 질환을 포함한 신체적 건강 문제와 함께 특히 정신 건강 문제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나 ‘마인드풀한 일상을 돕는 커뮤니티 플랫폼’ 마인드 그라운드처럼 조금 더 정신 건강에 가까운 심리상담, 코칭, 명상, 글쓰기 등의 활동을 담고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이러한 활동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속도를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한편 다양한 취미 혹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는 프립이나 독서 모임을 하는 곳이라는 트레바리도 어쩌면 참가자들이 하는 경험의 코어는 조금 닮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활력이 증진되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고 동기 부여가 되고, 성장감을 느끼는 것은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에서 정신 건강의 개선 차원에서 기대하는 효과와 같거든요. 

인스타그램이 보여주는 세상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러한 ‘사회적 처방’ 효과를 가진 프로그램들은 더욱 다양합니다. 향을 빚는 경험, 차를 마시는 경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경험을 명상과 연결하거나 혹은 그런 활동 자체로 자연스럽게 명상의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요가를 더 이상 운동이나 스트레칭이 아니라 아주 효과적인 마음 챙김의 수련으로 보는 관점을 갖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숲이나 바닷가 혹은 공원에서 원데이 요가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고 명상의 경험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 일종의 ‘사회적 처방’ 과 같은 프로그램도 많이 보입니다. 

3. 불확실성이 높아진 세상에서 마음챙김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점점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개인과 사회가 분리될 수 없고 또한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어쩌면 연결이 아니라 그 경계 자체가 모호한지도 모릅니다. 주체와 대상은 언제나 명확하게 분리되는 것은 아니며, 몸을 통해서만 우리의 인식은 작동하니까요. 어떤 질병도 100% 개인의 탓은 아니며, 김승섭 교수의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속 ‘우리는 더 연결될 수록 건강하다’는 말이나 세계속의 신체와 몸의 현상학을 이야기했던 메를로 퐁티의 글들을 떠올려 봅니다. 손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일 때, 우리의 감각과 운동 신경을 사용할 때 근육을 넘어 설명하기 어려운 위치의 마음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고 새롭게 인지하게 되었던 경험, 기분이 달라지는 경험을 한 번씩은 해보셨을 것이라 생각해요.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정신 건강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문제의 규모와 심각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동시에 그러한 욕구나 필요를 누르지 않고 돌보아 줄 수 있는 여유와 의지가 커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정신 건강, 멘탈 헬스, 마인드풀니스, 마음 챙김이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말이지요.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고,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전과 안정에 대해서, 성장에 대해서, 휴식과 회복에 대해서, 어떤 것의 지속과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됩니다. 

다만 양적 증가가 꼭 질적인 증가를 담보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한국은 너무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사회라 그런지, 성공 지향적인 문화가 너무 퍼져 있어서 그런지 혹은 기복신앙의 전통이 있어서 그런지 이러한 다양한 정신 건강에 관한 프로그램을 더 나은 나 또 다른 무엇인가를 이루어 가기 위한 일종의 ‘자기 개발’ 로 바라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혹은 힐링으로 포장한 무의미한 상품에 그치는 경우도 많구요. 이렇게라도 정신 건강을 돌보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도 필요하지 하는 마음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같이 듭니다. 

4. Doing을 멈출 때, Being이 가능합니다.

저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기반의 명상, 아쉬탕가와 빈야사 위주의 요가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MBSR 명상과 구글에서 개발했다는 SIY(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도 참여해보았습니다. 최근 화두를 참구하는 참선 수행과 싱잉볼 연주도 시도해보고 있고, 심신 균형을 위한 힐링 요법인 휄든 크라이스와 의식을 활용하여 자기를 사용하는 기술이자, 나 혼자 산다에서 유아인이 했던 알렉산더 테크닉 워크샵도 듣고 있어요.

동서양, 전통과 현대의 다양한 마음챙김과 몸챙김을 경험하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현존’ 그리고 ‘내려놓음’ 입니다. 계속 흘러가는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이 순간 자체가 나를 통해 살아지게 하는 것이지요 – 내가 이 순간을 산다, 를 넘어서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려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나의 에고를 내려 놓을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은 도달하는 상태라기보다 반복해야 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무엇인가를 더 하려고 하기보다는 덜 하는 것이 필요하고, doing 을 멈출 때 being 이 가능합니다. 불편함을 밀어내려고 노력하는 행위에는 밀어낼 불편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애써도 계속 불편하게 되는 것이지요. 오히려 불편하고 불안한 느낌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머무르고 지켜볼 때 비로소 편안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20년이 저물어 가는 11월,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무엇인가를 시도하셔도 좋고 또 시도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연말에 누군가를 만나도 만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사회적 처방과 같은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시도하셔도 좋고 또 시도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다만 올 한 해 계속 쌓여왔던 불편함과 답답함이 있다면 그것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마세요. 그저 그 불편함과 답답함 속에서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 주시는 것, 동시에 ‘나’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버리는 것으로 나의 멘탈을 지키는 – 첫 발자국은 충분합니다. 

글/ 박영은 
학부에서 사회학과 미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습니다. KT와 Bain & Company를 거쳐 2013년부터 비영리 섹터로 진입해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와 아산나눔재단 마루180에서 일했습니다.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의 기업가정신센터장/교수로 일했으며 현재 루트임팩트에서 교육의 변화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편집/ 정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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