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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헬스 인터뷰

삼성전자 인사팀이 찾은 그곳…“휴식을 소비합니다”

성수동 이야기

2020년 03월 26일
아주경제 x 루트임팩트

복잡한 세상이다. 기술은 진보하고, 사건 사고도 매일 터진다. 세상의 흐름을 쫒다보면 어느새 방전이다. 일과를 벗어난 휴일, 온종일 침대에 누워있어도 몸은 회복되지 않는다. 체력은 떨어지고, 마음도 답답하다. 누군가의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현대인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최재원 라이프쉐어 대표는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오히려 대화와 명상, 여행을 키워드로 “휴식을 적극적으로 소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라이프쉐어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조금 더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휴식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소셜 벤처다. 또한, 삶에 지친 최 대표가 스스로를 위로받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휴식과 소비, 그리고 해소를 말하는 그를 올해 초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다.

  • 라이프쉐어는 어떤 곳인가

“인생을 살아가다 어려움에 닥쳤을 때 질문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뮤니티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에 대한 편견이 없는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속 이야기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멘탈케어를 받는 거다. 정신과 관련되면 병원과 상담사를 생각하는데, 우리는 게임적이고 팝적이고, 레저에 가까운 장르로 풀어낸다.”

  •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

“휴식 엔터테인먼트라는 말을 쓴다. 사람들에게 휴식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게 해서 나를 조금 더 나은 곳에 둘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면, 라이프쉐어(회사 이름과 동일)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100가지 인생 질문을 갖고,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서로의 나이, 직업, 학력 등은 블라인드로 하고, 오로지 인생의 중요한 질문만 진솔하고 주고받는 대화 게임이다. 라이프쉐어를 중심으로 1박 2일 캠프 프로그램, 10주 인생토론 커뮤니티 다이빙 클럽, 여행 트립 프로그램 등이 있다.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도 있다. 영화와 음악을 결합해 가상 팝업바를 경험하는 노트바다.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즐기면서 영화 주인공이 느꼈던 갈등과 고민을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참가자들은 그 과정에서 정화를 느낄 수 있다.“

  • 왜 이런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나

“과거 내가 잘되기 위해서 욕망대로 살았다. 원하던 직장도 얻었고, 만족도 높은 업무를 하게 됐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인생이 무너졌다. 집과 회사, 금전적 문제, 애정 관계가 충족되면 행복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살려고 찾은 게 외국인이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낯선 외국인과 함께 지냈고,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유럽 친구들도 속이 엉망진창이더라. ‘헬독일’, ‘헬이탈리아’ 다 있었다. 그게 위안이 됐다. 친구 중에는 독일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있었다. 그 친구가 공부하는 의학분야에는 병원에서 외롭게 치료받지 않고, 가족과 커뮤니티를 통해 치료하는 학문이 있다고 했다. 저는 그 과정은 라이프쉐어라고 이름 붙였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가하나

“농담으로, 참가자들을 ‘호모 라쉐리언’이라고 부른다. 라이프를 쉐어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2017년 처음 시작해 회당 30분씩 거의 매주 진행하고 있는데, 참가자들의 특징이 있다. 첫째, 끊임없이 이동하려는 사람들이다.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움직이는 분들이다. 둘째, 남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분들이다. 지속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주변에서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다. 재테크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들이 라이프쉐어를 찾는다.”

  • 최근에는 삼성전자에도 서비스를 제공했다. 기업에서도 많이 활용되나

“직원 복지에 대한 생각이 열려 있거나 색다른 콘텐츠 찾고 있는 기업 인사 교육 담당자가 우리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라이프쉐어서는 기본적으로 낯선 사람들이 교류하지만, 사무실에 있는 동료들도 낯선 관계인 경우가 많더라. 사이가 안 좋은 직원들끼리는 감정이 쌓인다. 일로 풀려면 답이 안 나온다. 우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서로의 감정선을 뚫는다. 일이 아닌 여행, 사람, 미래, 죽음,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 저 부장님은 이런 사람이었구나“ ”막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지냈구나“ 하고 서로를 이해한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무선사업부에서 직원들에게 휴식을 제공해야 하는데, 짧게라도 깊은 휴식을 취하면 좋겠다고 해서 노트바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 보통 휴식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떠올리기 쉽다. 휴식의 소비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

“휴식의 소비는 말 그대로 휴식에 관련한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다. 휴식의 소비는 이미 산업화가 됐다. 거스를 수 없는 세계 흐름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고도화되고 있다. 시간도 없다. 가만히 있다고 쉴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기본적으로 뇌가 멈추질 않는다. 우리는 명상, 대화, 교감을 통해 빠른 휴식과 교감 테크닉을 개발해 휴식을 질적으로 높게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만족도가 높다. 솔직히 35살만 넘어도 갈 곳이 없다. 술 먹고 노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두려움 많고 스트레스가 커지고, 문제의식이 많아질수록 풀 곳이 없다. 음악적 명상, 춤추는 명상, 뇌를 잠깐 멈추고 사람과 교감을 통해 내 안으로 들어가는, 그래서 건강하게 푸는 것이 대세다. 재이용률은 측정 못 했는데, 대부분 프로그램은 하루면 다 마감된다.”

  • 최 대표에게 성수동은 어떤 곳인가

“아주 좋아하는 동네다. 내 삶이 성수동에 와서 크게 안정됐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 주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일상에 지친 분들도 많지만, 어쨌든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좇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을 스마트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분들은 사업을 한다. 가치 지향적 사람과 자기 주도적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니 에너지를 받는다. 정보와 기회도 많이 모인다. 성수동에선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도 기회가 떨어진다. 나 역시도 외로운 라쉐리언인데, 성수동에는 관계망이 잘 형성돼 있다.

  • 성수동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많다. 또, 할 수 있는 일과 가치를 조금 더 좋은 곳에 쓰고 싶어 한다. 가치가 있으니, 사람들이 멋지다. 처음에는 변태 같다고 생각했다. “저 학벌에 그렇게 배웠으면서……. 겉멋 아냐?”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진짜인 사람들이었다. 멋을 표현하는 데 있어 누구는 옷을 입고, 다른 누구는 인스타그램을 한다. 성수동 사람들은 가치를 통해 멋있게 사는 법을 표현하고 있다.“

  • 최종 목표가 있다면

“풀고 싶고, 놀고 싶고, 내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고, 그렇게 해소하고 싶을 때 ‘가오’ 안 빠지는 놀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다. 내가 소비하는 것도 나를 표현하는 거다. 이게 디자이너블하면 좋겠다. 그런 놀이터 만드는 것 목표다.”

▶ 기사원문보기 : https://www.ajunews.com/view/2020032612200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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