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4.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임팩트커리어 포럼
2020 Impact Career Forum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는 우리의 삶을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일, 우리 사회에 변화를 만드는 일, 즉 임팩트 커리어를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자리였습니다.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를 찾아 조금 앞서 임팩트 커리어의 여정을 떠난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의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2020 Impact Career Forum에서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곳에 기록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상과 커리어라는 현실의 줄타기,
그 속에서 커리어 경로를 재점검해봅니다.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은지
“사회적 가치와 나의 취향이 만나는 방향을 찾는 과정”
저는 대기업, 소셜벤처, 그리고 에어비앤비를 거쳐, 현재는 저만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네비게이션에 종착지를 정해놓는 타입이라기보다는, 나침반 같은 것을 들고 사회적 가치와 저의 취향이 만나는 방향을 찾아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이미 잘 포장되어 있는 대로로만 가는 게 아니라, 때로는 길을 벗어나 숲을 걷기도 하는 거죠.
“덕업일치, 우연한 이탈”
예전에 사용하던 사무실이 밤에 비는 것이 아까워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숙소를 빌려주는 ‘카우치서핑’이라는 것을 시도해봤어요. 근데 그 일이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낮에 하는 본업보다 카우치서핑에 더 많은 시간과 애정을 더 쏟게 되던 그 순간, ‘아차’ 하며 경로를 이탈했던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책을 써볼 것을 권하신 분이 있었고, 그 결과물이 에어비앤비 입사의 계기가 되어줬고요.
그 밖에도 계획과 우연이 맞물린 순간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다 한 맥락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당시에는 알 수 없었지만, 그때 그때의 다양한 딴 짓, 즉 경로를 이탈하는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재미있는 스토리가 되는 경험을 했어요.
혜민
“변화를 만드는 다양한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
인권 운동, 소셜벤처, 소셜벤처 투자자, 다시 스타트업, 이런 커리어 여정을 거치다가 작년 11월에 퇴사했어요. 직무와 직장이 계속 바뀌니까 멀리서 보면 계속 경로를 이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다만, 제 네비게이션에는 소셜 임팩트라는 것이 디폴트으로 입력되어 있어서, 이 과정이 변화를 만드는 다양한 방식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제 커리어들을 어떻게 잘 연결해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까 모색하는 중입니다.
“결핍에 의한 계획과 멋진 우연의 결합”
새로운 경험과 성장을 하고 싶은 저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방식으로 이직을 해왔어요. 제가 함께 하고 싶은 조직에 대해 쭉 적어본 적이 있었는데, 제가 바라는 조건들을 한번에 만족하긴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고민을 듣던 선배 한 분이 그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이름없는 항공 스타트업을 추천해주셨어요. 정말 우연처럼 기회가 나타난 거에요.
이런 이탈들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단계에 다다르면, 이런 성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이해하고 다음 성장에 적용시키는 중요한 경험이니까요. 밖에서 보기에는 그냥 이탈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사실 제 안에서는 그런 경험들이 조금씩 연결이 되어 있고, 제 나름대로 꽤 연속적인 선을 그어 나가고 있는 거죠.
경로를 재검색합니다.
혜민
“나만의 서사 만들어가기”
저는 자기 계발이 아니라 ‘자기 기획’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요. 자기 계발은 인생의 여정 하나 하나가 달성해야 하는 프로젝트이고, 저 자신을 그 프로젝트의 자원으로 보게 될 수 있어요. 반면, 자기 기획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이런 이유로 이런 방향으로 살고 싶어’ 등 자기의 스토리, 쭉 이어지는 큰 서사를 쓰는 거에요. 불안이나 모호함이 있을 때, 보이는 것 만으로 설명이 잘 안 될 때, 이런 접근을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연말이 되면 한해를 돌아보며 ‘연말결산’ 이라는 글을 쓰며 저를 회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답니다.
은지
“다양한 경험으로 내 취향 파악하기”
저는 자신의 취향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삶의 소명이나 당위가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한데, 조금 더 마음이 끌리는 작은 단위의 것들이나 내가 좋아하는 느낌을 아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일의 형태도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훨씬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범위를 좁혀 가면서 탐색하는 게 필요해요. 그러려면 무엇이든 다양하게 해보는 게 중요하고요. 꼭 커리어랑 상관 없어도 사소한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면서 경험의 면적을 넓혀 나가면 보이는 게 많아지지 않을까요?
경로를 이탈한 것 같아 불안한 이들에게
은지
“나만의 안전판 만들기”
다들 저를 보고 엄청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것도 맞긴 하지만 저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분석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기도 해요. 더 과감하게 모험과 도전을 하려면 완전 망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의 심리적인 안전판 같은 것이 있어야 하죠. 다만, 남들이 흔히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안전판의 두께가 아닌, 나 자신이 정말 정신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는 두께를 알아내고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혜민
“판단은 한 숨 쉬어가기”
사실 저도 이탈하는 매순간이 늘 편안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에요. 저희가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도 사실은 후속적인 해석인 거고, 그 당시로 돌아가보면 이런 저런 고민에 힘들어하며 버틴 순간들도 있었어요. 저는 원래 일을 여러개 굴리면서 하는 타입이라, 오히려 멍때리고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치열하게 달려가는 도중에라도, 때로는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해서 나에게 쉴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주면 어떨까요?
또, ‘판단은 미뤄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나 자신을 들여다볼 때, ‘난 이래서 안 돼’, ‘난 이런 사람이니까 여길 가야 해’하고 바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는 이런 단계에 있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실험하는 단계에 있구나’ 라고 자신을 이해하면서 관찰하면, 무조건 실패했다고 느끼거나 좌절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그 밖에도 현장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였던 질문들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변을 더해주셨습니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
혜민
“마음 속 진열장에 불안 올려두기”
저도 불안이 정말 많아 스스로 불안을 다루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는 사람인데요.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면 마음 속에 진열장 하나를 두고 그 위에 불안한 마음을 올려 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왜 불안한지 가만히 관찰해보고 가능한 구체적인 언어로 쪼개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라는 불안한 마음을 시간을 들여 관찰한 결과, 사실은 ‘요즘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못 받아서 잘 하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었구나’ 라고 제 마음을 깨달은 때가 있어요. ‘나는 피드백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사람이구나. 그런데 꼭 잘 한다는 말을 들어야만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지’ 하고 피상적인 마음을 구체화하면 불안이 잠재워지더라고요.
은지
“있는 그대로 불안감 마주하기”
저는 불안감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너무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과도하게 애쓰거나 회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불안한 감정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껴보려고 해요. 저는 2년 정도 명상을 해왔는데요, 걱정, 불안, 스트레스를 직면하고 이런 감정들이 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하게 불안이 없어지기도 하고 마음이 훨씬 더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하거든요.
전문성, 그 분야와 깊이
은지
“내가 즐거워하는 것 찾기”
예전에는 한 분야를 깊게 파고 들어 전문가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에 대해 알아갈수록 제가 제일 잘 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다양한 분야의 것을 알아가고, 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물론 모든 일이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울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일할 때 드는 이 느낌이, 정말 싫어하고 안 맞는 것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순간의 힘듦을 회피하기 위해 변명하는 것인지 구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혜민
“나만의 것 쌓아가기”
저 역시 한 분야의 구체적인 툴과 스킬을 다룰 수 없다는 것에서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불안이 들었어요. 하지만 툴과 스킬은 계속해서 변하는 것이기도 하고,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한 일의 속성과 그 일을 통해 훈련된 역량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고 종합해보는 것 아닐까요? 일을 하는 순간에 충분히 최선을 다한다면, 그 때마다 쌓을 수 있는 역량과 태도가 있고, 그것들이 모여서 전문성이라는 형태를 구성하는 것 같아요.
남들이 보기엔 경로를 이탈한 것일지라도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을 향해 오롯이 집중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나만의 새로운 경로를 설정하는 방법 아닐까요? 🙂
정리: 이규영 (루트임팩트 Learn Program Int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