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임팩트 얼라이언스 준비위원회 발족식 현장 스케치
대학 임팩트 얼라이언스
“혼자 빨리 가는 대신, 함께 멀리 가기 위한 준비”
지난 11월,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특별한 모임이 열렸습니다. 전국 대학의 교수진과 직원, 학생들, 그리고 사회혁신 생태계의 주요 기관 관계자 4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요. 바로 ‘대학 임팩트 얼라이언스(University Impact Alliance, 이하 UIA)’ 준비위원회 발족식이 진행되었습니다.
| 대학 임팩트 얼라이언스 University Impact Alliance 사회·환경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차세대 청년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대학 협의체입니다. UIA 준비위원회는 정식 출범 전까지 개별 대학이 겪는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혁신 리더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합니다. *루트임팩트는 백본(backbone) 조직으로서 대학 간 협력을 촉진하고 사회혁신 교육 생태계를 연결합니다. |

새로운 상상을 시작하는 자리
이날 행사에는 각 대학의 사회혁신 기관과 교수진이 모여, UIA라는 이름으로 어떤 그림을 함께 그려갈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태석재단, 임팩트얼라이언스 등 관련 기관들도 참석해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습니다. ‘대학이 함께 사회혁신 교육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첫 순간’이었습니다.

오늘날의 대학은 어떤 인재를 길러야 하는가?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 신현상 단장은 한 학생의 이야기로 환영사를 시작했습니다.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는 소셜벤처 ‘닷’과 협업했던 공대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이 만든 프로그램 덕분에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가 처음으로 아버지의 문자를 읽게 되었고, 그 순간 활짝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학생은 닷의 매니저와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고 하더군요. 그 경험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하는 학생의 해맑은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신 단장은 각종 전공지식과 AI 스킬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관점 자체가 바뀌는 경험 (Eye-opening experience)을 학생들에게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대학들이 자원을 모으면 더 많은 학생에게 이러한 기회를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전했습니다.

최근 UN NGO로 등록된 이태석재단의 구수환 이사장과 이태석리더십아카데미 구진성 대표도 함께 자리해 축사를 전했습니다. 기후위기, 지역 불균형 등 사회문제의 복잡성이 커지는 요즘같은 시기에 대학들이 손을 잡는다는 소식을 반겼습니다. 더불어 오늘의 만남이 더 따뜻하고 포용적인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커리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학에서의 경험
이어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는 자신의 대학 시절 경험을 들려주며 UIA에 대한 기대를 말했습니다. 허재형 대표는 2008년 겨울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노보 혁명>이라는 책. 비즈니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에 가슴이 뛰었고, 휴학을 한 채 사회적기업 동아리 설립에 뛰어들었던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루트임팩트를 만들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대학 시절의 경험이 한 사람의 인생과 커리어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들 잘 알고 계실겁니다. 제가 UIA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허재형 대표는 성수동이 10여 개 소셜벤처에서 시작해 500여 개 조직이 모여든 성수소셜벤처밸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연대’와 ‘협력’ 덕분이라고 전했습니다. 헤이그라운드가 성수동의 허브가 됐듯이, UIA도 사회혁신 교육의 허브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어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죠. UIA의 이름으로 함께 가면서, 혼자서는 만들기 어려운 더 큰 변화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즐거움은 두 배로, 괴로움은 절반으로 나누면서요.”
학생들이 말하는 사회혁신 교육이란

발족식의 하이라이트는 각 대학에서 사회혁신 교육을 경험해 온 학생들의 패널토크였습니다. 사회혁신을 직접 배우고 실천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UIA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죠. 학생들은 사회혁신 대학 강의 또는 직접한 활동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과 배움을 소개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유진솔 —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을 운영하며 배운 ‘중재자’의 역할
고려대학교에서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 ‘리필로드’를 운영 중인 유진솔 학생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마주한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했습니다.
“교내 카페 앞에서 한 분이 ‘다회용컵을 쓰니 죄책감이 덜어진다’고 리필로드 운영진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어요. 그런데 같은 날 SNS에는 ‘왜 굳이 다회용컵을 이용해야 하냐’는 댓글이 달려 있었죠.”

학교·카페·다회용컵 업체 사이를 조율하며 직접 다회용컵 서비스를 운영해온 진솔 학생은, 중간에서 조율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감각,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서로 다른 입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몸으로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사회문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하며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지,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여자대학교 송승아 — 마을식당을 기획하며 깨달은 ‘돕는 관계’에서 ‘협력하는 관계’로
서울여자대학교 송승아 학생은 민·관·학 협력 도시재생 프로젝트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마을식당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기획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주민분들을 ‘도와드려야 할 대상’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바로 주민분들이 지역을 제일 잘 알고 변화를 만들어나갈 당사자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송승아 학생은 그 경험을 통해 사회혁신을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돕는 일이 아니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건국대학교 김태준 — SDGs 현장 조사에서 발견한 ‘내가 기여할 수 있다는 감각’
건국대학교 학생이자 유엔한국학생협회(UNSA) 대외협력국에서 활동 중인 김태준 학생은, UN SDGs를 기반으로 한 활동이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부산 SDGs 캠프 2025’ 청년 보고관으로 활동하며, 직접 부산시의 수자원 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부처에 개선 제안서를 제출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문제에 적용해보고,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기여한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학생들이 UIA에 기대하는 점 💬 “사회혁신 교육에서는 프로젝트 결과보다 직접해보는 경험과 인식 변화를 더 중점적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번의 경험이 저에게는 평생에 걸쳐 유용한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 “대학 간 프로그램과 수업을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각 대학이 잘하는 분야가 다를 테니까요.” 💬 “지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원의 한계를 많이 느낍니다. 지역을 넘어선 자원 연결이 가능하면 좋겠습니다.” 💬 “임팩트 커리어가 대학생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만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생들에게는 기회비용이 중요한 문제거든요.” |
학생들의 경험담은 각기 달랐지만 모두 공통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사회혁신 교육에서는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경험의 중요성, 실패를 감수하며 시도할 수 있는 환경, 학교와 전공을 넘어선 경험, “나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감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패널 토크는 UIA가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명확한 힌트를 남겼습니다.
대학 임팩트 얼라이언스의 이름으로 꿈꿀 수 있는 변화
학생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참석한 교수진과 기관 관계자들이 돌아가며 UIA의 미래를 함께 상상해보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건국대학교 이항심 교수는 “지금까지는 사회혁신 교육이 각개전투로 진행되며 어려움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여러 대학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을 보며 연대의 힘, ‘콜렉티브 파워’를 생생하게 느낀다며, 함께 고민하고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진정성이 모인 에너지로 좋은 변화들을 만들어나가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한림대학교 김용근 교수는 학생들이 열심히 뛰어놀고 실패할 수 있는 자리를 잘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예전에는 학생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for generation’ 교육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과 ‘함께 with generation’ 하니까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by generation’ 교육이 될 때, 그 변화는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송수진 교수는 ‘Learning by Doing’ 철학을 언급하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많은 교육은 학생들의 머릿속에 최대한 많은 것을 집어넣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작은 것이라도 학생들이 직접 해볼 수 있게 해주면, 진정한 배움, 머리에 남는 배움, 학생들의 삶이 변하는 배움이 있을 거예요.”
또 사회혁신 교육이 대학마다 있는 특정 교수나 소수의 학생만의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대학 전체가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고, 더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설득과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서울여자대학교 윤수진 교수는 UIA가 교수들에게도 용기와 상상을 실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지만, 정작 교수인 저도 현실적 조건과 강의평가가 걱정돼 망설일 때가 있다”고 고백하며, “교육자 역시 함께 실험하고 상상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팀 김은정 팀장은 “사회혁신을 함께 고민할 동료가 없어서, 해외 파트너를 찾아다니곤 했었는데 이렇게 많은 동료가 국내에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갑다”며 “교수진이 깊이 있는 뿌리를 만들어주신다면, 대학 행정 조직에서는 필요한 자원을 전문가로서 잘 연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UIA 준비위원회는 워크숍 등을 통해 출범을 위한 구체적인 발걸음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UIA의 앞으로의 행보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