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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칼럼

지역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변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징검돌을 놓다

CP1 프로젝트

2026년 02월 02일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CP1 프로젝트 기고 시리즈 02

[편집자주]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단일 주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입니다. 학계·시민사회·기업·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수적인 가운데, 기후 비영리 조직은 서로 다른 영역을 잇고 공동의 실행을 만들어내는 핵심 연결자로서 기후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역할과 책임에 비해 장기적·신뢰 기반의 지원은 충분하지 않으며, 이는 조직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기후 대응 생태계 전반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의 CP1 프로젝트는 기후 비영리 조직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기후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조명하고,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필란트로피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이번 기고 시리즈는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의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지역 현장에서 만들어온 변화의 경험을 전합니다. 이어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팀장이 기업의 책임과 협력의 관점에서 기후 비영리 조직과의 관계를 짚고,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국내 기후 비영리 조직의 성장 사례를 통해 장기적·전략적 지원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살펴봅니다.

지역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변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징검돌을 놓다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전북환경운동연합 30년, 지역에서 만들어낸 변화

전북환경운동연합은 1993년 창립 이후 30년 동안 전북지역 환경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해왔다. 그 출발점은 개발 중심의 정책속에서 사라져가는 자연과 생태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작은 문제의식이었다. 갯벌을 지키고, 산을 살리고, 물길을 되살리는 이 모든 운동의 중심에는 언제나 시민과 함께한 연대의 힘, 불의에 맞선 진실한 목소리,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 새만금 해수유통, 모악산·마이산 보전,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 등은 단지 지역의 싸움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생명의 실천이었다. 

우리는 단순히 환경을 지키는 운동에 머물지 않았다. 개발 압력 속에서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삶의 터전을 지키는 문제로 연결되었다. 환경문제는 지역사회의 삶 전체와 맞닿아 있다는 인식 아래, 시민교육과 참여 기반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초록시민강좌, 푸르미환경탐사대, 청소년 환경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제공했고, 이러한 과정은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개발 감시, 정책 제안, 교육과 캠페인을 아우르는 지역 환경 거버넌스의 중요한 주체로 자리 잡는 기반이 되었다.

전북은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직면한 가운데, 지역 차원의 실천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청소년들이 직접 도시 열섬을 측정하며 기후변화를 기록하는 ‘기후천사’ 활동, ‘온난화 식목일’, 재생에너지 전환과 녹색도시로 만들기 위한 지역사회에서 시작된 구체적이고 생생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지역 현장에서 실행가능한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활동가의 눈으로 바라본 전북의 환경 위기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35년째 이어진 새만금 사업은 실패한 사업의 반복이며, 어민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새만금신공항은 조류충돌 위험과 적자, 군사적 우려에도 추진되고 있으며, 수도권 전력 공급을 이유로 세워지는 송전탑은 전북의 산과 들, 마을을 위협하고, 고창–영광 한빛 핵발전소 수명 연장 문제도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국립공원조차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등 무분별한 개발 압력에 노출돼 있다. 

또한, 개발 중심 정책은 도민의 일상과 삶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심 공원과 하천이 훼손되면서 도민들이 누리던 삶의 풍경이 바뀌고 있으며,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재난은 농민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그러나  전북도청과 정치권은 도민 안전과 환경보다 개발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의 현안 대응과 실천 활동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의로운 전환과 행동 촉구

이제는 정의로운 전환을 향한 선택을 해야 할 때다. ‘낙후된 전북’이라는 오래된 논리를 개발 추진의 명분으로 삼는 관행을 중단하고, 기후재난 시대에 맞는 복원과 보존, 살림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도민이 자신의 삶터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의 생태적 가치와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역사회와 도민이 함께 전북을 살리는 행동의 출발점으로, 지난 11월 29일 ‘전북기후정의행진’을 진행했다. (출처: 전북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새만금을 지키던 날의 절박함, 동료 활동가들과의 연대의 기억, 일상의 실천 속에서 이어온 생태적 삶의 고민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지켜온 환경운동의 기록은 곧,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지나온 궤적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위기의 현실 앞에서 더욱더 중요한 지역 풀뿌리 단체의 역할 

조직의 지속가능성, 시민사회의 연대 약화, 기후위기의 가속화 등 새로운 시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조건과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지역 풀뿌리 단체가 흔들리지 않고 뿌리내릴 수 있을 때, 비로소 기후 비영리 생태계가 선순환하며 살아날 수 있다.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변화를 만들어온 지역 단체들이 지속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신뢰에 기반한 활동의 동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전히 우리는 묻는다. “앞으로 30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지난 여정은 시민과 함께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사회적 메신저이자 지역과 지구를 잇는 환경 실천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시간이었다. 그 걸음이 다음 세대에게 징검돌이 되길 바란다.


문지현 |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살림꾼이자, 지역의 환경 현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로 뛰는 현장 중심의 환경 활동가. 단순히 생태계 보존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정책 제안부터 시민 실천 운동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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