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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칼럼

기후 비영리 생태계와 인재를 위한 자선 재단의 역할

CP1 프로젝트

2026년 02월 04일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CP1 프로젝트 기고 시리즈 04

[편집자주]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단일 주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입니다. 학계·시민사회·기업·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수적인 가운데, 기후 비영리 조직은 서로 다른 영역을 잇고 공동의 실행을 만들어내는 핵심 연결자로서 기후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역할과 책임에 비해 장기적·신뢰 기반의 지원은 충분하지 않으며, 이는 조직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기후 대응 생태계 전반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의 CP1 프로젝트는 기후 비영리 조직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기후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조명하고,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필란트로피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이번 기고 시리즈는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의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지역 현장에서 만들어온 변화의 경험을 전합니다. 이어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팀장이 기업의 책임과 협력의 관점에서 기후 비영리 조직과의 관계를 짚고,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국내 기후 비영리 조직의 성장 사례를 통해 장기적·전략적 지원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살펴봅니다.

기후 비영리 생태계와 인재를 위한 자선 재단의 역할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미국 유학 생활 중 미국의 큰 환경단체에서 잠시 일할 기회가 있었다. 짧은 인턴 기간 동안 여러 가지를 배웠지만, 특히 눈에 띈 점은 기존에 알았던 한국 환경단체와 사뭇 다른 미국 환경단체의 환경과 모습이었다. 미국 환경단체가 미국 자선재단들로부터 받는 지원의 규모는 상당했고, 그러한 지원 덕분에 유명 기업이나 정부 소속 기관에서 일을 했을만한 이력의 분들도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분들이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니, 그 단체가 내는 메시지의 힘도 달랐다. 그들의 목소리는 실질적으로 미국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또한, 이런 단체에서 육성된 인재들이 나중에 백악관이나 연방정부로 이직하여 기후변화대응 업무를 하는 것도 보았다.

기후솔루션​ 활동 사진 (출처 = 기후솔루션 홈페이지)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나도 언젠가 저런 자선재단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국내외 자선재단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상태에서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을 설립했다. 물론, 초반에는 기후솔루션에 자금이 하나도 없었기에 변호사 업무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남는 시간에 기후솔루션 업무를 했다. 기관 설립 초반에 우리가 들여다본 주제가 석탄발전의 문제였다. 석탄발전이 얼마나 강력한 오염원이고 기후변화에 어떻게 악영향을 미치는지, 우리 정부기관들이 석탄발전 확대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런 여러 노력 끝에 2021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제공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 선언의 영향으로 불과 6개월 이내에 일본과 중국도 유사한 발표를 했고, 그로 인해 전세계 신규 석탄발전건설 사업이 사실상 대부분 중단되었다.

문 대통령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석탄발전 공적 금융 지원 중단” / KBS 2021.04.23. (출처 = KBS 뉴스)

이 초기 활동을 보고, 미국과 유럽의 자선재단 몇몇이 우리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석유산업을 만든 존 록펠러의 자손들이 만든 재단 중 하나도 그렇게 우리에게 연락한 자선재단 중 하나였다. 석탄발전 중단의 사례를 만들긴 했지만 그 외에 기후솔루션이 달성한 성과가 많지 않고 그저 몇 사람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조직의 대부분이었을 때 이들은 우리에게 기부를 했다. 이런 이유에서 이 재단 분을 뵐 때마다 “그때 당신은 무엇을 믿고 우리에게 기부했냐”고 묻는다. 

또 기후솔루션 설립 초기에 청소년 몇 명과 청소년 기후헌법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했고, 그 준비 과정에서 이러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맞는지와 관련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다. 그때 홍콩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과 함께 부를 쌓으신 기부자 한 분은 역시 크게 이룬 것이 없던 우리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면서 기부를 하셨다. 그러한 격려 덕분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고, 그 소송은 결국 2024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이어졌다. 이와 같이 기후솔루션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아직 미약한 상황에서도 흔쾌히 후원을 결정한 기부자의 역할이 컸다.

또한 우리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 역시 기후솔루션을 성장시키는 데 큰 참고가 되었다. 현대 그룹 정주영 회장님이 얼마나 신용을 강조했는지, 즉, 당장 손해를 볼지라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맞다는 그의 철학이 어떻게 현대라는 기업의 성장에 이바지했는지란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가장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 경제를 성장시킨 우리 기업가들의 생각과 일화는 큰 귀감이 되었다. 기후솔루션 또한,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후 자선재단들의 격려와 지원이 정말 큰 힘이 되었다.

기후솔루션을 몇 년 간 운영하면서 느낀 바는 기부의 가장 큰 수혜자가 결국 우리 사회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부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전환과 녹색철강에 대한 논의가 빨라질 수 있었다. 우리 기업들에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파고에 더 빠르게 대응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무엇보다도 기부 덕분에 기후솔루션은 열정 있는 젊은 인재들을 채용하여 이들을 우리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인력으로 성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세계적으로 보면 지금까지는 이러한 변화와 인력 양성에 해외 기후 자선재단들이 더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전세계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배출되고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석탄 발전량이 5번째로 많은 나라이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도 전세계 톱 3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가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현재와 같은 수준의 부를 누릴 수 있게 된 만큼 인류가 지속가능하게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대한 책임도 있다. 특히나 미국과 유럽이 이전과는 다른 정치적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기후변화 논의를 이끌어 가는데 우리나라나 아시아 지역 자선재단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정말 크다. 기후솔루션과 같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단체와 인력이 더욱 늘어나야 할 시기이고, 그런 단체들을 뒷받침하는 데 우리나라 자선재단들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핵심적이다.


김주진 | 기후솔루션 대표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설립자이자 대표를 맡고 있다.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자문 및 송무 업무를 수행했으며, 현재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감축정책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국내 기후변화·에너지 정책에 기여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률적 전략 실행과 정책 대안 제시 등 전문적인 시민사회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동 대학 환경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환경법 법학석사(LL.M.)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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