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젊고, 핫한 정치소셜벤처 될래요
성수동 이야기
“칠리펀트는 정치 개별적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 기본 콘텐츠를 헌법, 국회법,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조문에서 시작하고,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참고하되, 더 깊은 내용은 관계부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로 보충한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개별 이슈나 정파가 아닌) 제도를 교육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치소셜벤처 ‘칠리펀트’를 운영하는 박신수진 대표는 대학에서 정치학, 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시민단체 활동과 정당 청년위원으로도 활동했지만, 개인이 현실정치를 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국민들이 진영논리가 아닌 객관적 시각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대안으로 선택한 방법은 정치소셜벤처 창업이었다.
처음부터 정치 교육 벤처기업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정치문제를 해결할 수많은 방법을 고민했고,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 정치학을 전공했지 정치교육자는 아니다. 칠리펀트도 교육기업이 아니라 정치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정치소셜벤처다”며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근원적 문제까지 내려와 교육을 마주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교육 사업을 접고 다음 문제로 넘어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칠리펀트의 주 수익은 교구판매와 교육 서비스 제공에서 나온다. 정치 놀이를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개발해 학교에 판매하거나 직접 수업을 나간 학교에 대여해주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65개 학교에서 교구를 구매했고, 일반인에게도 판매했다. 진행된 23개 수업에는 약 850명이 교육을 받았다.
수업은 현실 정치에서 실제로 정부와 국회가 사용하는 제도와 정치 시스템을 익히는 데 주력한다. 참여 학생들은 모두 유권자가 아닌 출마자가 된다. 선거 공보물을 작성하거나 직접 대통령, 장관이 돼서 국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정치인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리고,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기 위한 교육 방식이다. 게임을 통해서는 정치에서 사용되는 단어를 쓰고, 현실에서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도를 가르친다. 특정 정치 사상가의 이념이나 개별 정치 이슈는 일부러 배제하고 있다. 민감한 주제를 다루다 보면 진영 논리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정치 교육에 도전할 때는 강의 내용을 다 듣기도 전에 장학사가 고개를 저었다. 학교에서는 “정치 교육 안 해요”라는 냉소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해부터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학교나 단체에서 먼저 칠리펀트를 찾는 경우도 있다. 정파가 아닌 제도를 기반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 오해도 많이 줄었다. 강의를 듣는 학생 뿐만 아니라, 정치 교육을 바라보는 선생님, 장학사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한 쪽 진영에 매몰되지 않은 채 정치 제도를 교육하고, 사업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모델까지 찾는 것은 현실에서 가혹하리만큼 힘들다.
박 대표는 “정치 교육은 점수로 치환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토론, 협력, 설득과 합의된 결론을 연습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한국도 영국처럼 정치 교육을 하나의 과정으로 커리큘럼화한다면 공교육에서 소화할 수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수업을 하나도 못 나갔다. 언택트 교육 모델 만들기, 정책 성공 예측 알고리즘 만들기 등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앞으로도 알이 굵으면서도 의미 있는 사업을 오래 해나가고 싶다. 언제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고, 핫한 정치 소셜벤처’로 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