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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가족 인터뷰

국내 최초 소셜벤처 공동직장어린이집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체인지메이커 in 루트임팩트

2021년 05월 06일
루트임팩트

한국의 브루클린, 힙스터의 성지. 성수동을 설명하는 수식어가 나날이 늘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곳에 소셜벤처 조직을 위한 국내 첫 공동직장어린이집이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멋진 카페와 가게를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금방이라도 꺄르르 웃을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듯한 새하얀 3층집 모두의숲 어린이집이 등장합니다. 2020년 5월 문을 연 국내 최초 소셜벤처 공동직장어린이집‘모두의숲’ 개원 1주년을 맞이하여 만든 사람들과 인터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분들 : 대표 운영사 루트임팩트 컨소시엄 담당자  정다현, 김형진, 김은영 
그리고 모두의숲 박미영 원장선생님, 김소연 주임선생님, 학부모 선종헌 

성수동에 위치한 소셜벤처 공동직장어린이집 ‘모두의숲’ 외관

어린이집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정다현) 루트임팩트는 코로나 이전부터 유연근무제를 안착시키고 있던 회사라 아이를 낳기 전에는 보육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어요. 집 주변에 어린이집도 많았고요. 그런데 당연히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던 어린이집 대기 순위는 50번째 였고, 아이가 두 돌 전에는 쉽게 자리가 나지 않을 것이라 하더군요. 막상 어린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를 전담하는 사람이 없이는 재택근무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 그만두는 엄마들이 많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 얘기가 될 줄 몰랐죠.  루트임팩트에서 운영한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소셜섹터 재취업 프로젝트 임팩트커리어W 에서 만난 여성들이 겪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간의 유무’는 저출생과 (안타깝게도) 여성의 커리어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음을 몸소 체험하고 어린이집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인데요, 어린이집 만들기 프로젝트명이 ‘헤이킨더’ 라고 들었는데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하나금융그룹 후원을 유치하기까지 과정을 자세히 들려주세요

(김형진) 고용노동부 산하 직장보육지원센터는 매 해 몇 개의 기업을 선정하여 직장 어린이집 설치비를 지원합니다. 대규모 기업, 우선지원대상 기업에 따라 설치비 지원 비율이 달라지는데요,. 헤이킨더 컨소시엄 같은 경우, 우선지원대상 기업 5개 이상이 모인 공동형으로 최대 20억원 설치비의 90%를 지원받습니다. 

설립의 기초적인 것만 알고 있었기에 직장어린이집을 만들었던 소규모 기업들을 만나 과정을 리서치 했습니다. 그리고 직장 어린이집 운영을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재단 한 곳을 선정하여 기본적인 컨설팅을 받으며 어린이집의 설립을 구체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사실 성수동은 어린이집을 설립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조건의 도시였습니다. 어린이집은 반경 50미터 이내에 주유소 혹은 공장이 있으면 안되는데, 힙의 도시에서 접근성, 안정성, 안전성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어린이집이 설립되기 적합한 건물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 였습니다. 좋은 건물을 찾았다 싶으면 카페 입주와 경쟁을 벌여야 했고요. 더 장기 프로젝트로 가져가야 하나 좌절하고 있을때 놀랍게도 새 입지가 등장했습니다. 매매로 밖에 나오지 않아 아쉬워하던 건물이 임차로 돌린 겁니다.  임대차 계약을 완료하고, 직장보육지원센터 공모전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5월, 공모전에 선정되어 설치비의 90%를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큰 숙제가 남아있었는데요, 바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금액으로는 역부족인 높은 운영비였습니다. 아이 한 명당 들어가는 운영비는 소규모 소셜벤처가 부담하기에 굉장히 큰 금액이었습니다. 작은 신생 소셜벤처가 추가로 들어오기 어려운 금액이었고, 이 프로젝트가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 큰 소셜벤처들만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우리가 처음에 설계했던 바와 같이 “소셜섹터도 어린이집같은 복지가 있는 일하기 좋은 곳이다.”란 명제를 실현하기 어려워지죠. 그러던 중 컨소시엄사 MYSC의 연결로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이 운영비 지원 및 후원사 역할을 맡으면서 작은 소셜벤처들의 아이들도 운영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또한 하나금융그룹 임직원분들의 아이들도 함께 다닐 수 있게 되면서 더 다채로운 공동직장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모인 11개 기업이 함께 의논 하며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정다현) 헤이킨더 프로젝트로 모은 소셜벤처들과 함께 주요 의사결정이 있을 때 마다 ‘킨더 빌딩 프로세스’를 진행했어요.실제적인 예산 계획까지 모든 부분을 공유하고 결정했습니다. 

어린이집을 운영할 재단의 기본 철학부터 공간의 구성, 우리가 바라는 어린이집의 철학 등 팀이 아젠다를 던지고 함께 토의하는 형태로 진행했어요. 공간 설계나 교육 프로그램 등은 전문가와 함께 논의했고요. 각기 해결하는 문제들이 다른 소셜벤처들이 모였기에, 장애 통합교육 가능 여부, 교육 프로그램 등을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논의 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의숲’ 내부 모습

어린이집 이름이 ‘모두의숲 어린이집’ 인데요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정다현) 하나의 나무 종으로만 이루어진 숲은 없죠. 다양한 나무들이 고루 섞여 있어야 건강하게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집도 다양한 특색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성향과 특성에 맞게 존중 받으며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두의 숲’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여자답게, 남자답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자라고,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어린이집 건물도 과거 임시 동사무소로 쓰이던 곳을 리모델링했다고 들었는데요, 깔끔한 외관과 자작나무로 마감된 단정한 실내가 인상적이에요! 공간을 설계/시공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특히 주안점으로 두었던 것은 무엇이 있나요?

(김은영) 이 건물은 1970년대에 지어진 벽돌건물로, 임시 동사무소 전에는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 이었어요. 오래된 연식으로 인한 노후화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이용하기에도 가파른 계단과 기본적인 공조 시설들이 부재하는 등 제한된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았죠. 아이들이 활동하기에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또한 어린이집의 경우 노유자시설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현관 타일 재질부터 문 폭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습니다. 매 프로세스마다 빠르게 그리고 최선의 해결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경험이 많은 파트너사와 협력했습니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선택하되, 어른들의 눈으로도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꼼꼼히 설계하고 수정했습니다. 아이들의 공간이라 하면 알록달록한 색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아이들도 어른처럼 차분하고 자연에 가까운 색을 아름다우며 편안하게 느낍니다. ‘모두의숲 어린이집’은 밝은 자작나무 마감과 조화로운 색상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간결하면서 쉽게 질리지 않도록 디자인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존에는 없었지만 호기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다목적 공간, 야외 공간 그리고 선생님들 사무실로 조성된 3층에 애착이 갑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인 소셜벤처들이 합심해서 만든 어린이집인만큼, 남다른 교육철학이 있을 것 같아요. 

(정다현) 우리는 아이들이 타인에 공감하고 불의에 맞설 의지를 가진 어른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주입식으로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공감력과 의지를 보여주는 체인지메이커가 옆에 존재한다면 아이들이 자연스레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결론 내렸습니다. 원장선생님도 선생님을 뽑을 때 체인지메이커의 자질이 있는 분인지 살폈습니다. 이후엔 다양한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다양성,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 토론도 함께 합니다.  

두번째로 모두의 숲은 아이들이 ‘나답게’ 클 수 있는 환경이길 바랬습니다. 모두의 숲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성별의 제약에 갇히지 않고 나답게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자 합니다. 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 우따따를 운영하는 기업 딱따구리를 만나 아이들이 세상을 건강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새로운 교육 방안들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두의숲’ 입구

어떤 철학으로 원을 운영하고 계신지와 함께 1년만에 원을 빠르게 안정화 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박미영 원장선생님) 아이들이 나답게 성장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그리고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라는 세 가지 운영 철학으로 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에 없던 코로나 시국에도 어린이집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솔어린이보육재단과 사업체의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으로 든든하게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교직원간의 믿음과 협력이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그 힘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 돌보고 살필 수 있었어요.

모두의숲은 어떤 직장인가요? 개인적으로 모두의숲 1년동안 교사로서 어떤 성장을 이루셨나요?

(김소현 주임선생님) 제게 모두의 숲 어린이집은 새로운 도전이 된 직장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오랜시간 몸담은 재단에서 새로운 재단으로의 옮기는 도전도 있었고, 또 교사로서는 주임교사라는 직책에 대한 새로운 도전, 개원하는 어린이집을 경험하는 도전 등 10년이라는 교사생활 동안 많은것이 익숙해진 저에게 새로움과 설레임, 책임감을 다시금 일깨워준 곳입니다. 

모두의 숲 어린이집에서 1년동안 재직하며 이곳의 주인은 우리라는 깊은 애정을 갖게 되며 책임감을 많이 경험했어요. 개원을 하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원장님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과 협력하다보니, 서로를 더 의지하게 되었고 주임교사로서의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또한  재단과 사업체에서 교사교육이나 복지등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않고 해주심에 교사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스스로 다양한 교수방법이나 놀이방법등을 도전하며 지속적으로 배움에 대한 시도를 하고있습니다.

모두의숲을 보내시면서 특별히 만족하는 점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아이의 태도나 본인의 일과 삶의 질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선종헌) 선생님들께서 보여주시는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을 신뢰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시설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도 잘 보이고요. 특히 저희는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팬데믹의 시대에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여러 기업들이 함께 뜻을 모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어린이집이라는 점에서, 제 아이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제가 기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저희 아이는 모두의 숲 생활을 시작하면서 눈에 띄게 낯가림이 없어지고, 생활의 규칙을 잘 이해하게 되었으며, 하루하루를 즐기게 되었어요. 저 또한 비로소 예측 가능한 하루의 스케줄을 가지게 되었고, 무엇인가 계획하는 것이 가능해졌어요. 주어진 시간동안 높은 집중력으로 일에 몰입하게 되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도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하게 되었는데요. 이것도 어린이집 생활이 안정화 된 다음에야 가능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의숲’ 3층 야외 공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루트임팩트를 포함하여 인터뷰에 미처 담지 못한, 성수동에 둥지를 틀고 있는 11개의 소셜벤처 담당자 모두가 합심하여 아이 한 명 한 명을 위한 어린이집을 만들었습니다. 모두의숲을 시작으로, 체인지메이커들이 육아로 인해 일을 멈추는 일이 없도록 또 다른 모두의 숲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나답게’를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함께 공부하다보면 “이젠 그렇게 여자/남자 양립된 가치관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없을껄요?” 란 이야기들을 하십니다. 모든 아이가 가진 성향대로 존중받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가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더 이상 모두의숲이 특별한 곳이 아니길 바라며,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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