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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가족 인터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비투비 대표 김윤지 체인지메이커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1년 05월 27일
비투비 김윤지 대표

매거진 루트임팩트 칼럼 ‘아기와 부모를 살리는 품’편을 읽고 독자들이 보내주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한 글입니다.

Q1 . 실제 데이터에 기반해 문제의 상류(upstream)에서부터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비혼모, 비혼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여럿 있을텐데요.
그중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서 누가 (예. 정부/기업/시민사회/미디어 등)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A. 비혼모, 비혼부가 겪는 여러 문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1) 이들이 ‘위기임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제대로된 정보가 주어지는 것, 2) 꼭 필요한 자원이지만 비어있는 지원을 채우는 것입니다. 

첫째로 임신, 출산 상황에서 각자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관한 정보가 제공돼야 합니다. 복지 정책은 검색하면 어디에서든 얻을 수 있는 정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적절한’ 정보를 ‘정확히’ 얻는 것은 매우 어렵고 찾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지식인 질문을 통해 정보를 구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임신 상황을 주변에 알릴 수 없어 익명으로 질문할 수 있는 곳으로 지식인을 찾게 됩니다. 

임신한 청소년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 후, 출산과 양육 지원에 대해 물은 글에서 ‘낙태해라’, ‘철없는 생각이다’라며 이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임신과 출산에 대해  ‘정보’를 얻기 보다 ‘비난’을 받는 분위기인 것이죠. 

게다가 ‘미혼모’ 지원에 대해 묻는 지식인 글에는 도움을 주겠다며 개인 메신저 연락처를 남기는 답변이 자주 달리는데, 실제로 이들에게 연락해 본 질문자는 이들이 성매매를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작 필요한 정보는 구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연락만 올 경우,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더욱 쉬워질 수 있는 것이죠. (이 질문자분은 비투비의 대응을 통해 연락이 닿았으며, 현재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여 임신, 출산,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할 경우, 임신 기간 내내 한 번도 산부인과를 가지 않아 아이와 산모 모두가 위험에 처하기도 하며, 병원이 아닌 곳에서 홀로 아이를 출산하여 이후 출생신고에까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정보가 필요한 시점에,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은 ‘첫 단추를 잘 꿰는 것’과 같습니다. 사회 자원을 알지 못해 성매매나 제 3금융 대출로 상황을 대처하면, 삶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공공/민간 지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투비가 플랫폼 솔루션 ‘품’을 개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고요. 또한, 열린 공간에서 올바른 정보가 유통되려면 비혼모/비혼부가 스스로를 숨기지 않고 정보를 물어볼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이들의 선택과 결정을 함부로 비난하지 않는 시민사회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혹여나 지식인과 같은 익명의 공간에서 묻더라도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둘째로, 이들에게 ‘이 자원을 이용하라’라고 정보를 제공하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사회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꼭 필요하지만 없는 자원들이 많습니다. 비투비의 중장기 미션 역시 공백인 자원을 파악하여 정부와 기업에게 이 자원을 채울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 지낼 곳이 필요한 비혼모/비혼부가 택하는 주거 지원으로 ‘신혼부부전세임대’ 신청이 가장 많은데, 이때 본인부담금 5%를 마련하지 못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기도 하며, 공공임대 선정이 되더라도 가전제품이나 생필품을 마련하지 못해 비투비에 연락해오기도 합니다. 한 현장전문가는 아래와 같이 현재 지원사업의 한계를 설명했습니다. 

“기업에서 비혼모/비혼부 지원 사업으로 햇반이나 분유같은 생필품 지원 사업을 하잖아요. 그럼 기업들은 갯수가 풍성해보이는 게 좋으니까 햇반 10박스를 쌓아 두고 인증 사진을 찍어요. 근데 햇반을 100개 주면 뭐해요. 냄비도 전자레인지도 없는데. 분유를 줘도 물 끓일 커피포트가 없어요. 햇반을 줄거면 전자레인지도 같이 줘야 하고, 수저도 같이 줘야 하는거죠. 근데 지금의 지원들은 지원하는 사람이 편하고 하고 싶은 지원만 하니까 진짜 필요한 건 계속 없죠. 그리고 그 필요가 안 채워지니까 지금 기업에서 하는 지원들도 다 효과가 없는거고.” 

결국 ‘공공전세임대’라는 지원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본인부담금 550만원을 지원해주는 또 다른 자원이 필요하고, 주거 공간을 채울 가전제품과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기업이 필요한 것이죠. 

기업이 돈이나 현물 자원을 지원하고, 비혼모/비혼부에게도 친화적인 직장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한다면, 정부는 정책을 이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조건들을 개선해야 합니다. 집을 구했다면 본격적으로 출산을 준비하기 위해 의료비가 필요한데, 이때 ‘미혼모부자 거점기관’사업에서 7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은 혼인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둘째 자녀를 임신한 상황에서 이혼하여 비혼모가 된 경우, 또는 혼인신고가 되어있지만 아이 아빠의 소재조차 몰라 사실상 비혼모인 경우 출산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죠. 

출산을 하고서도 또 발목을 잡힙니다. 아이를 낳았으니 얼른 취업을 하려는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려는데, 출산 후 3개월부터 이용이 가능합니다. 맞벌이 부모를 위해 정책이 만들어져 3개월 간 출산휴가를 쓰는 걸 전제했기 때문이죠. 아이만 낳으면 바로 일자리를 구해 생계비를 마련할 수 있을 것같았는데 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하지 못하고, 그 동안 필요한 생계비와 생필품은 더 많아집니다. 이때에 양육을 포기하고 베이비박스를 찾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죠. 당장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부탁드린다고, 돈을 벌고 능력을 갖춘 다음에 꼭 다시 찾아와서 우리 아이 데려가겠다는 편지를 남기고서요. 임신과 출산을 해낼 거라는 결심을 사회가 지지해주지 않을 때 부모도 아이도 현실의 벽에 떠내려 갑니다. 

정보 제공과 실제 지원의 두 트랙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각자의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기에 한 쪽에선 자원을 마련하고 한 쪽에선 그러한 자원을 쉬운 정보로 잘 전달하는 것이 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2. 투자자로서 베이비박스 사업에 기여할 있는 부분을 찾고 싶습니다

 A.  위기임신의 경우, 초기에 큰 금액을 투자하여 지원한다면 그 임팩트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초기에 총체적인 지원을 투입하고 나면 큰 문제들을 해결하고 넘어감으로써 이후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ex. 아이의 장애, 부모부터 아이까지 몇세대에 걸쳐 이어지는 기초생활수급)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육원을 비롯한 아동 보호 시설의 운영 비용까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비투비에서 지금까지 파악한, 꼭 필요하지만 존재하지 않거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서 투자가 필요한 사회자원은 (물론 재정적 리턴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하겠지만) 아래와 같습니다:  

주거 지원

: 주거가 불안정할 경우 취약한 상황이 노출되어 성폭행 피해로 이어지기도 하고,  임신부의 불안정한 상황이 산모의 건강악화와 아이의 장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주거는 안정적인 삶의 기반으로서, 꼭 선행되어야 할 지원이며 투자 모델도 다양합니다. 

  1. 주거 보증금 융자 지원

: 공공 전세 임대 입주시 필요한 본인부담 보증금을 융자로 지원해 준 후, 일정 금리와 함께 돌려받는 형태의 투자입니다. 

  • 초기정착지원

: 공공 전세 임대 등을 통해 주거를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냉장고, 세탁기, 전자렌지 등의 가전제품과 생필품 없이는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민간단체의 생필품 지원 역시 아기 분유나 기저귀등과 같은 소모성 생필품에만 지원이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임신 부모가 마련하기 어렵지만 꼭 필요한 가전제품을 살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 긴급 주택 운영 

: 사각지대 부모가 즉시 입주할 수 있는 긴급 주택을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공공 임대 신청시, 선정 및 입주까지 1-2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의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긴급 주택이 필요합니다. 

  •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할 수 있는 주거공간 

: 현재 비혼모 보호시설의 경우, 전국에 111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혼부 시설의 경우 전국에 3곳으로 현저히 수가 떨어지며 (출처-여성가족부 2021년 통계), 사실상 한부모이지만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되어있거나  미성년 부모의 경우, 사실상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 없어, 계속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실정입니다. 보다 더 다양한 가족이 살 수 있는 커뮤니티나 이들이 위기상황에서 갈 수 있는 주거공간의 투자도 시급합니다. 

경제 지원 

: 생계비, 출산 의료비, 아동발달장애 재활치료비, 질병 의료비에 대해 융자를 지원한 후 일정 금리와 함께 돌려받는 형태의 투자입니다. 임신 중 일을 하지 못해, 또는 출산 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일을 하지 못해 신용카드 빚으로 생계비를 해결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며 빚이 쌓이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임신 중 생계비 지원

: 임신 중에는 일을 하기가 어렵고, 임신부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 무리하게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에 임신부가 출산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계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비혼모의 경우 임신 중 일을 그만두게 되면 생계를 책임지는 배우자가 없기 때문에, 가구 전체의 소득이 끊겨 당장의 생계가 위급해지곤 합니다. 이 때문에 임신 중에도 무리하게 일을 이어나가 임신부와 아이 모두의 건강에 이상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혼모가 임신 중 자신과 아기의 건강을 위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생계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 출산비 지원

: 임신 출산 진료비 바우처로 정부에서 60만원이 지원되지만, 제왕절개 수술 등 추가 의료비가 발생할 경우 바우처의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며, 민간단체의 지원도 잘 드러나있지 않거나 금액면에서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 산후조리비 지원

: 큰 금액의 산후조리원비가 부담되어 적절한 산후조리를 하지 못하기도 하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 사업 역시 본인부담금이 발생합니다. 출산 후 산모의 건강을 위해 산후조리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 아동의 발달장애 재활치료비 지원

: 발달장애의 경우, 아동기 내내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월 2-30만원 상당의 정부 지원금으로는 치료비를 모두 감당할 수 없습니다. 재활치료를 끊기지 않고 받기 위해 아동의 발달장애 재활치료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 부모의 경계성 인지장애 치료비 지원

: 위기임신 부모 중에는 경계성 인지장애 사례가 많습니다. 경계성 인지장애가 위기임신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에 오래 노출되다 보면 합리적인 사고가 어려워지는 것이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계성’의 경우 직업을 갖기도 어렵고 치료비 지원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고는 합니다. 이러한 부모들이 의료 지원을 받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1. 부채 탕감 지원

: 개인회생제도의 경우 직업이 있어야 하고, 파산의 경우 근로능력이 없어야 하기에 혼자 아이를 키우는 3-40대 비혼부의 경우 잘 적용되지 않습니다. 비혼한부모들이 취업 후 자립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부채를 해결해주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자립지원

  1. 아이 돌봄 서비스 지원 

: 출산 후 부모가 학업 및 취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영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의 경우, 출산 후 3개월부터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아이 양육과 노동을 모두 해야하는 비혼모/비혼부의 경우 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하지 못하고, 이때 대출을 받으면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아이 돌봄 지원은 비혼한부모 가족의 경제적 자립에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때문에 비혼한부모가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수급 대신에 월급을 받도록 지원하는 영아돌봄서비스가 필요합니다. 

  1. 취업교육 목적의 근로 사업장 운영 

: 취업 훈련 목적의 근로 사업장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경계성 인지장애의 청소년 부모나, 기초생활수급에 익숙해져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의 경우 직업 교육 이전에 총체적인 사회적응 훈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취업 지원 제도는 자격증과 같은 ‘직업 교육’만 수강하는 형태이기에 직업 경험이 없는 부모가 실제로 사업장에서 경제활동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익 창출이 아닌 취업 훈련을 비롯한 사회 적응 및 경험이 목적인 근로 사업장을 운영함으로써  구직 및 취직 유지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임팩트를 만드는 일에 비투비와 함께 하고 싶으신 투자자분들은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hifive@btob.or.kr, ?010.4059.6925, ??후원하기

Q3.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보호자에게 어떤 방법으로 닿고 있나요? 사각지대에 있는 부모, 또는 보호자들이라서, 다른 고객들에게 도달하는 방법과는 다를 수도 있을 같아서요.

A. 크게 1)취약가족을 지원하고 있는 기관을 통해서, 그리고 2)온라인으로 더 넓게 ‘불특정 다수의 사각지대 부모를 발굴하는’ 방법으로 부모들에게 닿고 있습니다. 

먼저, 청소년 부모나 비혼모/부를 지원하고 있는 민간 기관을 통해 사각지대 부모를 접하고 있습니다.

제도 밖/시스템 밖 비혼모/부의 경우 공공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민간 기관에서 발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비혼모나, 3년동안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비혼부, 학교를 중퇴하고 찜질방과 pc방 등을 전전하는 청소년 부모, 아이 아빠와 연락이 끊겼는데도 혼인신고가 되어있어 한부모복지시설에 들어가지 못하고 공원을 떠도는 비혼모의 경우처럼요. 민간 기관들과 접촉하며 그동안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사각지대 부모 사례를 발굴하고 있으며, 사각지대 부모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기관에서 이미 연계된 부모들이 아닌, 보다 넓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사각지대를 포함한) 부모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발굴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접근방법은  1) 키워드 광고 2) 네이버 지식인 대응 3) 품 내의 자체 지원 사업으로 다시 나뉩니다. 

비혼모, 비혼부들이 방문할 만한 온라인 발자취를 따라 키워드로 검색 광고를 띄워 부모들이  ‘품’을 찾을 수 있도록, 또 ‘품’이 부모들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청소년이나 비혼모/부는 임신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쉽지 않아 세상밖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은 하기 때문이죠. 

네이버 지식인의 경우 청소년 임신, 비혼모/부 지원 관련 문의에 답변함으로써 이들이 ‘품’을 알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품에서 제공되는 정보 중 질문에 맞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답변으로 제공하고, 이들이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위해 품에 접속하는 경로로요. 

‘품’을 통해 새로운 지원사업을 할 경우, 지원 대상을 우리가 닿고자 하는 사용자 그룹으로 한정해 우선 신청받음으로써 사각지대 대상자를 발굴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만 21세 미만의 청소년 부모’로 지원 대상을 정해 우선적으로 신청받는 것이죠. 이렇게 특정 상황에 놓인 부모를 발견하고, 그 그룹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품의 사용자 분이 같은 상황에 있는 주변 지인에게 품을 홍보해 입소문으로 네트워크가 커지기도 하고요. 

또, 품의 사업 과정에서 온라인으로 만난 부모를 오프라인으로 인터뷰해서 품이 타겟하는 사용자 그룹이 어디서 정보를 얻고, 어떻게 지내고 있으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 계속해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추적하고 있습니다. 일회성의 지원으로 끝나지 않고, 품과 닿은 부모를 지속적으로 트래킹 및 지원함으로써 품이 가지고 있는 사각지대 부모 네트워크를 점점 더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사각지대를 타겟하는 만큼 모집단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사용자를 대거 확보하려고 하기보다, 한 명 두 명씩 Information hub가 될 수 있는 부모를 발견함으로써 품의 사용자 그룹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Q4. 정말 어려운 문제를 풀고 계신다고 생각이 들어요. 비투비 사업을 하면서 극복했던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위 질문들이 비투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질문이라면 이 질문은 비투비가 걸어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네요. 저는 올해로 이 일을 시작한지 6년차가 되었고, 모든 창업가들이 그렇겠지만, 해마다 어렵지 않았거나 힘들지 않았던 해는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른 스타트업과의 가장 큰 차이는 이 일이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점이었어요.

‘품’을 솔루션으로 만들기로 한 후, 여러 국내지원사업들을 거쳐 시작했는데 대부분 인건비 지원이 안되는 경우가 태반이었어요. 설령 지원이 된다고 해도, 인건비로 쓸 수 있는 액수가 너무 적거나 아니면 신규직원 채용시에만 쓸 수 있는 등 제약이 많았고요. 그래서 밤새워 일하면서도 과외를 병행하기도 했고, 몇년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일하는 오랜 가뭄의 기간을 거치기도 했죠. 가끔은 우리가 영리 스타트업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영리 스타트업들은 초기부터 투자를 받아서 소수라도 팀을 꾸려 시작하는데, 비영리 섹터는 그 ‘사람’에 대한 투자가 구조적으로 인색하다고 할까요. 

일을 해나가면서는 ‘비영리 조직’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재정적 보상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가진 파트너들을 만나곤 합니다.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가장 필요한 대상을 선정하는 노하우나, 기관의 많은 리소스를 쓰고 싶어하지만, 이에 대한 보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지요. ‘비영리는 원래 그런 일 하는 데잖아’라는 논리때문에요. 

하지만 소위 말하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특히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물론 그동안 제가 길을 잘 못 찾았기 때문일 수 있지만, 현재 구조와 인식으로는 보통 영리 스타트업보다 훨씬 더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 같고요.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얼버무리면서 답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어요. 모두가 힘든 일이 있을텐데, 굳이 저까지 보탤 이유는 없다는 생각때문에요. 

하지만, 비영리 섹터의 대선배님이 수년간 힘들어 하는 저를 보시면서, ‘앞에 선배들이 다 똑같이 지나온 길’이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뜻을 품고 이 길을 걷고있는, 또 앞으로 걸을 많은 동료들이 너무 힘들지 않게, 내가 지나왔던 것 보다는 좀더 수월하게 각자의 임팩트 여정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굳이 몇 자 덧붙여보았습니다. 

비투비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비투비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루트임팩트 팀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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