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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리서치

그 회사 사람들은 왜 이직을 안할까?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1년 09월 01일
Root Impact

여러분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때로는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하고, 때론 자아 실현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개인에게 일이 미치는 영향은 때때로 다르죠. 커리어를 주제로 이야기 하는 8월, 매거진 루트임팩트는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일, ‘임팩트 커리어’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소셜벤처, 비영리 단체 등 임팩트 조직에서 일하는 이들의 마음을 살펴봤습니다. 소셜 미션과 경제적 이윤을 내야 한다는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지만, 혹시 이것이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지치게 하지는 않을까요? 아니면 이 상황이 오히려 도전 의식과 즐거움을 줄까요? 루트임팩트의 People&culture 팀장이자 조직 심리학 박사인 선종헌 매니저의 연구를 담아보았습니다. 소셜 벤처의 두 가지 목표가 개인에 미치는 영향, 함께 살펴보시죠.

– 다현 드림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 입니까

임팩트 비즈니스를 처음 접하고 매료된 분들은 흔히 “좋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니!”라며 놀랍니다. 돈을 버는 것과 선한 일을 하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둘을 함께 할 수 있다니 너무나 매력적이죠. 그러나 임팩트 비즈니스의 구체적인 업무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그러한 매력을 느끼고 있는지 확인해본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모든 기업은 특정한 미션을 추구합니다. 루트임팩트는 “선한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는 미션을 갖고 있는데요, 명확한 언어로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더라도, 어떤 회사든 사내에서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구성원은 다양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사내 의사 결정, 커뮤니케이션, 사업 전략 등으로 회사가 암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세밀한 방향성에서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영리기업은 이윤 Economic Mission을 추구하고, 비영리기업은 사회적 가치 Social Mission 를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구성원은 기업의 미션을 개인적인 것으로 해석하여 조직에서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이를테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한다’라는 미션을 지닌 기업의 구성원이라면 자신이 매일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며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일의 의미 Meaning of work’를 높이 가지는 것입니다. ‘일의 의미’란 일은 단순한 밥벌이의 수단이 아니며, 일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배우거나 삶의 깨달음을 얻는 등 더 높은 차원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조직의 미션과 개인적인 일의 의미를 잘 연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조직의 미션과 일의 의미 사이의 상관 관계가 강할수록 조직과 개인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납니다. 따라서 기업은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미션을 명확하게 정의하여 소통해야 하고, 중간 관리자는 구성원이 그 미션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런 내재화가 일어나야 기업의 미션이 구성원의 개별적인 태도나 행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작용의 예로 ‘이직 의사 Turnover intention’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직 의사란, 회사의 미션에 공감할수록 조직을 떠날 확률이 낮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션을 가진 조직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직 의사가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직 의사는 조직의 미션이 개인이 인지하는 ‘일의 의미’로 전환될 때 형성됩니다. 조직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높게 평가하지만 구성원이 본인의 업무 차원으로는 연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하는 좋은 일에 개인이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낮거나 권한이 충분하지 않을 때 그렇습니다.¹ 개인이 일의 의미로 내재화할 수 있는 기업 미션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번다는 것

그런데,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벤처 등으로 대표되는 소셜 임팩트 조직은 구조적으로 명확하게 하나의 미션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기여의 미션 Social misson’과, 조직 유지와 지속가능성 확보에 필요한 ‘경제적 이윤 추구 Economic mission’, 이 두 가지 미션을 동시에 추구하지요. 서두에 말했듯 많은 분들이 임팩트 비즈니스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매료되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임팩트 생태계의 직업 환경적 요소 중 가장 특이한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직심리학자들은 이를 ‘미션의 혼종성 Mission Hybridity’ 혹은 ‘이중 미션 Dual Mission’이라고 칭합니다. 

이중 미션 Dual Mission은 임팩트 지향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구성원을 종종 혼란에 빠트립니다. 비즈니스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라고 할 때, 목적지가 두 개인 배에 탄 선원들에게는 어떤 심리적 현상이 일어나게 될까요. 임팩트 지향 조직 구성원이 사회적 미션의 수준을 높게 인식할수록 개인적인 일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고, 결과적으로 이직 의지를 낮춘다는 선행 연구가 있었습니다.² 

이번 연구의 목적은 임팩트 조직의 이중성 Duality, 즉 두 가지 미션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반감된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팩트 비즈니스 조직에서 일하는 약 240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1) 소속된 조직의 사회적 기여 미션 Social mission 수준, 2) 경제적 이윤 추구 수준 Economic mission, 3) 개인적인 일의 의미 Meaning of work, 그리고 4) 이직 의사를 물었습니다.

사회적 미션과 경제적 미션을 동시에 추구하는 환경은 개인적인 일의 의미를 낮출까? 

예상했던 것처럼 구성원이 인지하는 조직의 사회적 미션의 수준이 높을 때, 개인이 인지하는 일의 의미도 높아지고 이직 의사는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경제적 이윤 추구의 미션 수준이 높은 것도 사회적 미션만큼은 아니었지만 일의 의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 미션 수준이 모두 높을 때는, 일의 의미가 그만큼 높게 인지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소속된 조직의 경제적 이윤 추구가 높다고 인지한 사람들(빨간 선)과 낮다고 인지하는 사람들(초록 선)로 나누어 보면 효과의 차이가 더 쉽게 보입니다. 

조직의 이윤 추구 수준이 높다고 인지하는 경우에는 사회적 기여의 미션 수준이 높아질수록 일의 의미가 높아지는 정도, 즉 그래프의 기울기가 완만해집니다. 즉, 사회적 기여 미션과 경제적 이윤 추구 미션이 모두 높을 때는 일의 의미가 충분히 높아지지 않습니다. 조직의 경제적 미션이 높으면 사회적 미션 추구 정도가 높아져도 개인이 일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미션이 공존하는 상황은 조직 안에 ‘긴장감 Tension’을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긴장감은 몇가지 이유로 조직과 구성원에게 해롭습니다. 업무 중 발생하는 다양한 의사 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구성원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제약이 생깁니다. 미션이 한 방향으로 단순하게 제시되어 있는 경우에 비해 검열하고 검토해야 할 과정들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정서적 에너지를 소모시켜서 구성원이 쉽게 소진되고 좋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중 미션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때문에, 개인은 조직의 사회적 미션을 자신의 일의 의미로 연결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긴장감이 유지됨으로써 더 많은 토론과 고민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태생적인 조건에 동의하고 긴장 속에서의 혼란을 즐기거나 적어도 인내할 수 있는 구성원이 모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필연적인 임팩트 업의 이중성, 해결 방안이 있을까?

임팩트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조직 이탈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구성원을 압박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중 미션의 존재를 직시해야 합니다. 명문화된 미션이 있기는 하지만 유명무실하여 구성원이 상황별로 다른 미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구성원이 각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션이 다른 것은 아닌지 정확히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호함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임팩트 비즈니스의 숙명이지만, 그러한 환경 안에서 구성원이 받는 스트레스는 자명해 보입니다. 

물론, 이중미션으로 인한 긴장감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발, 평가, 그리고 동기 부여의 과정에서 구성원의 성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미션을 제시하는 방법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임팩트 비즈니스의 복잡성이 공론화, 공식화되어 더욱 유능한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근무 조건과 복리 후생이 개선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임팩트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구성원도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일의 의미를 잃지 않는 전략을 도모해볼 수 있습니다. 일의 의미를 높게 가질수록 개인적인 안녕감이나 삶의 행복 차원에서 유리하니까요.

먼저 두 가지 미션의 논리적 관계를 잘 이해할 것을 추천합니다. 경제적 이윤 추구와 사회적 가치 추구가 어떠한 논리적 흐름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연결고리에서 본인이 맡은 직무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스스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때 주변의 멘토, 조직의 리더, 동료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임팩트 체인이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일의 궁극적 목적을 잊지 않게 해줄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의사 결정 상황에서 불필요한 인지적, 정서적 에너지 소모를 줄여줄 것입니다. 

루트임팩트 정경선 창업자는 사회적 미션과 경제적 미션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셜벤처를 두 마리 ‘토끼’ 가 아닌 두 마리 ‘썰매개’ 로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미션만을 추구하다가 기업과 구성원 모두 지쳐버리는 상황이 아닌, 두 가지 미션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서로 호흡을 맞추며 나아간다면 임팩트 비즈니스와 구성원 모두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학술지 Sustainability의 Special Issue: Intrapreneurship and the Social Dimension of Sustainability 에 2021년 7월에 게재한 논문 The Influence of Dual Missions on Employees’ Meaning of Work and Turnover Intention in Social Enterprises 을 기반으로 작성함.

각주1. Spreitzer, G.M. (1996) Social structural characteristics of psychological empowerment.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39(2), 483-504. 
2. Sun, J., Lee, J.W. and Sohn, Y.W. (2019), Work context and turnover intention in social enterprises: the mediating role of meaning of work, Journal of Managerial Psychology, 34(1),46-60. 


에디터 선종헌 루트임팩트 P&C 리드, Ph.D.
편집 정지혜
기획 루트임팩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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