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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에세이

당신이 살고 싶은 집은 어디인가요?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1년 11월 04일
매거진 루트임팩트

당신에게 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도시의 주제에 맞춰 지난 호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미래의 도시 모습에 대해 나누었고, 이번 호에서는 도시 속 집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올 10월 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이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불과 지난 해만 하더라도 31.7% 였는데, 이제는 정말 전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나 혼자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1인 가구 중 20%가 청년층 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1인 가구 중 40%가 월세라는 기사도 주목할 만한 항목이고요. 

코로나로 인해 ‘집콕’의 시기가 길어졌던 작년과 올 한 해, 업무와 휴식의 공간이 분리 되지 않았던 원룸 주거 공간의 청년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사가 굉장히 많았죠. 집은 단순히 쉼의 공간을 넘어 내 삶의 질을 좌우하는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지금, 1인을 위한 주거 공간들의 평균은 어떠한가요? 지불하는 가격에 상응하게 충분한 값어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그만큼 선택지가 제공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대안은 없을까요?
오늘은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를 운영하고 있는 MGRV의 조강태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MGRV가 그리는 1인 도시인의 주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쉼을 주는 것을 넘어 느슨한 관계 속에 타인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는 MGRV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다현 드림


지속가능한 주거 대안을 만들 수 있을까?

MGRV는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를 기획하고 개발해서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코리빙 하우스가 우리 사회의 사회초년생들에게 지속 가능한 주거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MGRV의 이런 생각과 달리 공유 주거가 지속 가능한 주거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반론이 있습니다. ‘집’은 정서적 공간이고 완전한 쉼과 회복이 이루어져야 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온전히 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이상적이라는 관점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집이라는 공간을 가족이 아닌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불완전하며 임시적인 삶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원하는 집을 낮은 가격에 소유할 수 있는 상태라면, 우리가 지속 가능한 도시의 문제를 논의하는 데 이렇게까지 열을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턱없이 높은 부동산 가격입니다. 서울의 PIR (Price to Income Ratio, 연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았을 때 자산을 사는데 걸리는 시간)는 2021년 29년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OECD 국가의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소득 대비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의 증가 속도는 소득의 증가 속도보다 2배 이상 빨랐습니다. 

이 상태가 과연 지속 가능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거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삶의 한 부분인데 안전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코리빙에는 ‘공유’로 인한 불편이 존재하긴 합니다. 모두에게 ‘가장’ 적합한 대안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는 있습니다. 

‘느슨한 사이’에서 오는 정서적 충만함

가족들과 함께 살던 때를 생각해 봅시다. ‘내 방’은 작을 수도 있죠. 하지만 거실과 부엌을 모두 함께 사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코리빙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내 방은 3~4평으로 작지만 꼭 필요한 침대와 수납, 작은 책상과 화장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원룸이었다면 더 있었을 1~2평의 공간을 모두 함께 모으는 것입니다. 

맹그로브 신설점은 전체 공간이 약 3,500평이고 약 350명의 거주자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인의 방은 3~4평이지만 약 300평에 달하는 30여 개의 공용 공간을 갖추고 있죠. 혼자서 원룸에 살았다면 누릴 수 없는 루프탑 테라스, 공유 주방, 라이브러리, 홈트 스테이션, 시네마 룸, 회의실 등의 공간을 마치 거실을 사용하듯 쾌적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들고 나는 교통 좋은 대로에 위치하고 있어서 밝고 안전합니다. 

코리빙 혹은 공유 주거라고 하면 ‘남들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가지기 쉽습니다. 맹그로브는 타인과 함께 공유하면서 생기는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지속 가능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간을 ‘프라이빗 – 세미 프라이빗 – 예약제 공간 – 세미 퍼블릭 – 퍼블릭’과 같이 5개의 위상으로 나눴습니다. 공간을 세분화해서 어떤 날은 남들을 한 번도 마주치지도 않고 나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고, 어떤 날에는 슬며시 나와서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한때 대안으로 떠올랐던 ‘셰어하우스’ 같은 경우는 기존 가족이 살던 형태의 집에 타인과 함께 살게 되기 때문에 개인간의 간섭도 많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맹그로브는 이러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없애고 커뮤니티의 장점은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코리빙이 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사회초년생 시절 비슷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타인의 삶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코리빙은 매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의식적으로 ‘느슨한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집에서 다른 사람 때문에 불편함을 느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온오프라인에서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합니다.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하지 않아도 좋고,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분이라면 이러한 느슨한 커뮤니티에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답답함이 치솟는 상황에서 ‘개더타운’에서 맹그로브 입주민 모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 같은 건물에 사는 주민이지만 온라인으로 만나니 색다른 재미를 느껴 늦은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맹그로브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베이글을 시험 삼아 구운 주민이 주변에 나눠 주기도 하시고, 퇴근길에 지하철역 앞 붕어빵 집에서 산 붕어빵을 공유 주방에 두며 마음을 공유하는 주민도 있습니다. 느슨한 커뮤니티 안에서 조금씩 일어나는 사람 간의 교류는 정서적으로 충만한 만족감을 줍니다. 

이처럼 코리빙은 도심 1인 가구에게 원룸이 줄 수 없는 쾌적한 공간과 느슨한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주거 대안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심 1인 가구의 일상을 바꾸는 날까지

물론 탁월하고 지속가능한 주거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습니다. 
먼저 가격을 더 낮추어야 하겠죠. 가격이 높은 이유는 부동산 자체의 높은 가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축 규제로 인한 불필요한 건설 원가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속 가능한 주거를 위한 임팩트 자본이 투입된다면 현재보다 10~20%의 임대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자산의 소유 구조를 혁신해야 합니다. 부동산 자산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유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소수만이 자산을 가질 수 있고, 자산 가치의 상승을 그러한 소수가 독점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주택’의 개념에서는 이러한 소유 구조를 변화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코리빙처럼 기업이 운영 주체가 되고 대형화된 경우에는 이러한 소유 구조까지도 대중에게 공유할 수 있습니다. 내가 자산 가치 상승에 기여하고 그러한 기여를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까지 간다면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심 1인 가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우울한 마음이 듭니다. 맹그로브는 도심 1인 가구의 삶을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 가득한 충만한 삶으로 바꿔보고 싶습니다. 기업으로서 코리빙을 통해 주거 대안의 답을 찾고, 멤버들과는 친근한 친구처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야기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었다고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 BRIEF
MGRV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 
맹그로브는 사회초년생 도심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대안을 만들고 있어. 공유를 통해서 쾌적한 공간의 경험을 주고, 또래의 커뮤니티의 느슨한 교류를 통해서 다양한 삶을 경험하며 ‘온전히 성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삶의 순간’을 함께 하고자 해. 그리고 나아가서, 출산과 육아를 해야 하는 가정을 위해 대안이 되는 주거를 만들고자 하고, 액티브 시니어 라이프스테이지에서 기존 자산을 다운사이징 하고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해결하는 주거 솔루션을 만드려 해.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은 누가있어? 너의 차별점은 뭐야? 타 코리빙 기업과 MGRV는 비즈니스 접근법과 공간 디자인,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추구하는 모습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 부동산 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업을 할 때 타겟 수익률이 있어. 예를 들어 좋은 지역에 부동산을 사면 타겟 수익률이 높고 임대료가 높아지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고객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게 돼. 반면, 맹그로브는 하이엔드 오피스텔 시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봐. 전체 시장의 60% 이상에 해당하는 원룸 시장에서 대안을 만드려고 해. 가격도 원룸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내부 가격 가이드에 맞는 입지를 역으로 찾아. 그래서, 주요 업무 지구에 15분 내 접근이 가능하지만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는 종로, 동대문, 신촌, 그리고 신길 등에 집중하고 있어. 
MGRV는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에 기반한 공간 디자인에 꽤나 진심이야. 공간이 가져야 할 기능적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세심한 고객 관찰과 인터뷰 그리고 공간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최적화하려고 해. 공유주거는 공간을 나눠서 쓰니 불편이 있을 수 밖에 없어. 이러한 불편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공간과 테크를 통해서 발전된 디자인을 하다보면 최적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
마지막으로, 맹그로브의 커뮤니티는 특정한 취향이나 직업, 목적을 지향하지는 않아. 오히려, 느슨함 안에서 각자가 서로의 존재로서 위안을 느끼고, 자연스러운 교류를 극대화 하는 것을 지향해. 만약, 맹그로브에 온다면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알게 되고, 내가 아닌 타인과의 공존에 대해서 이야기를 리드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를 만나게 되고, 나의 학교와 직장을 넘어서 가장 폭넓은 백그라운드를 가진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될 거야. 이 과정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욱 선명하게 알아가는 과정을 겪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우리는 가장 보람될 것 같아.  
📣체인지메이커들이 어떻게 너를 밀어주면 돼?  
아마도 맹그로브가 열심히 비즈니스를 성장시킨다면, 2030 사회초년생 수만명이 맹그로브 멤버십에 함께 있는 오프라인 기반의 플랫폼을 그리고 있어. 맹그로브의 플랫폼 안에서 충만한 개인들의 삶을 위한 기여와 포용적인 개인, 그리고 포용적인 사회라는 키워드 안에서 함께 만들고 싶은 변화를 이야기 하고 싶어. 현재는 규모가 작아서 의미있는 단위의 협업은 어렵겠지만, 3-5년 안에는 수만명의 맹그로브 멤버들이 생기면 이 때에 함께 결이 맞는 키워드 안에서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좋을 것 같아.  

🎬이 이슈에 대해 궁금하다면 어떤 컨텐츠를 추천해?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콘텐츠가 많이 없어. 구글에서 ‘co-living’을 검색하시면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서의 삶에 대한 다양한 아티클을 만날 수 있을거야.  

기고 조강태 MGRV 대표

기획 루트임팩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
에디팅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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