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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에세이

조직 안에서 나의 능력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루트임팩트가 일하는 방식

2022년 01월 21일
루트임팩트 피플앤컬처팀

루트임팩트가 일하는 방식


P&C (People and Culture)는 2021년 중 루트임팩트 구성원들이 보유한 ‘기술’,’지식’그리고 ‘노하우’를 데이터화 하기 위해 ‘탤런트 드라이브(Talent Drive)’를 만들었다. 구성원들은 탤런트 드라이브 안에 마련된 본인의 탤런트 카드에 잘하는 것들을 기술하고, 동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한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도움을 준 사람의 카드에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

우리가 탤런트 드라이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첫번째 배경
우리가 열 명 남짓의 회사였을 때는 모두가 등을 대고 일하니 서로 하는 일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교육 담당자였는데 모든 구성원들 대부분이 내가 하는 교육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40명이다. 쪼개진 업무별로 각자 일을 하는 것이 자리가 잡히니, 서로의 업무에 쉽게 의견을 내고 도움을 주기가 어려워졌다.

두번째 배경
모두가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성장을 위해 루트임팩트에 왔다고 말한다. 그런데 당장 코앞에 닥친일을 처리하기에 바빠 성장은 이루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큰다는 것은 무엇이 된다는 것일까?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정말 각자 키우고 싶은 역량인걸까? 잘한다는 것이 도대체 뭘 잘한다는 것을 말할까? 이러한 고민의 끝에는 우리가 스스로 ‘잘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의해 본 적이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세번째 배경
루트임팩트 입사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탁월한 동료들을 찾아왔다는 대답이 제일 많다. 그런데 정작 그들이 무엇에 탁월한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잘 알지는 못한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탁월한 동료가 솔직히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무리 그가 대승적으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 해도 말이다. 게다가 구성원들이 가진 이 탁월함들이 충분히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모습은 심히 안타까웠다. 좀 물어봐 가면서 했으면 좋겠는데, 혼자서 끙끙대는 저 소중한 시간들이 너무나 아까웠다. 왜 누구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면, ‘누구한테 언제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2021년 초반에 전사를 대상으로 발표 했던 “2021 P&C 내다보기”

탤런트 드라이브가 목표로 했던 것

우리는 이 프로젝트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정리해보았다. 어떠한 그림의 완성보다는 이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에서 일어나기를 바라는 움직임들이 있었다.

먼저 구성원들이 아주 자세하게 자신이 잘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당당한 언어로 그것을 설명하기를 바랬다. 자신이 가진 기술, 경험, 노하우 등으로 얼마나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으면 했다. 그렇게 시각화 된 자신의 자산을 주기적으로 들여다보고, 공들여 발전시키기를 바랐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이고, 그간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더 잘하게 되었는지’ 자신을 포함한 타인들에게 주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였다.

또한, 작은 일이라도 서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지기를 바랬다. 문제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나같이 바빠보이고, 누가 뭘 잘하는지, 아니 요즘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실정이었다. 그러니 ‘도와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워 지기를 기대하였다.

마지막으로 도움의 과정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원했다. 돕고 싶다며 모인 사람들 아닌가?! 자기 주도성을 미덕으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비효율을 추구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그 동료를 모른 척 할 구성원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히려 타인을 돕고자 할 때 동기를 얻는 사람들이니, 이러한 과정이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우리의 탤런트 드라이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고, 쉽게 들어와 확인할 수 있으며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 채널을 고민한 끝에 노션(Notion)을 선택하였다. 각자의 카드로 들어가서, 준비된 템플릿 역량 카드를 이용해서 도움 줄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한 후, 자신의 능력치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해 두도록 했다. 지속적으로 카드가 “상”을 향해서 움직이기를 바라면서. 주마다 1-2명씩 순번을 정해 자신의 탤런트 드라이브를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마치 음식 배달 앱에 리뷰를 쓰듯이) 그의 탤런트 드라이브 카드에 리뷰를 남기도록 했다. 가장 먼저 리뷰를 받는 구성원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했고, 연말에 리뷰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을 찾아서 시상을 하겠다는 공약도 걸었다.

만들어보니 좋은 점

기대하지 않았던 장점들도 발견했다. 무엇보다 좋은 자기 소개 방법이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심하게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몰랐다. 할 수 있는 일들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전 경험들에 대해 말하게 되었고, 하고 싶어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직무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사람의 소소한 취미나 관심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았다. 더하여, 번듯한 카드로 정리된 자기의 탤런트들이 의외로 많아서 자신감이 생긴다고도 했다. 스스로는 미처 적지 못한 탤런트를 동료가 적어 둔 것을 보면서 ‘엇, 나도 저거 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여전히 아쉬운 점

탤런트 드라이브 작성을 장려하고, 발표를 부탁하면서 의외의 어려움들도 만났다. 개인적인 성격들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남보다 잘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성격, 누군가 도와 줄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성격, 나보다 더 잘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 능력을 “상”이라고 말하기가 너무 어려운 성격, 나는 남들만큼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정이나 능력이 되지 못해 오히려 남들의 탤런트 드라이브를 보는 것이 마음이 어렵다는 성격. 2021년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탤런트 드라이브를 발표하며 “분명 저보다 더 잘하는 분이 계시겠지만” 하는 등의 불필요한 단서를 붙이거나, 모든 카드를 “중” 혹은 “하”에 두는 경향이 강했다. 우리끼리만 보는 페이지이고, 맞고 틀리는 것이 전혀 없으니 어떻게 해도 무관하다고 몇번이나 강조해봤지만 잘 통하지 않았다. 우리의 문화처럼 자리잡아 버린 이 과한 겸손함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무엇을 할까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이 탤런트 드라이브가 잊혀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들여다 보고, 애정을 가지고 관리 하는 각자의 자산이 되기를 바란다.

그를 위해서 연 1회 이상은 탤런트 드라이브 버전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이다. 사용 현황을 점검하고, 각자의 카드를 업데이트 하도록 권장하는 기간을 가지며, 특이한 탤런트가 등록된 경우 전사적으로 공유해보는 시간도 가져보려 한다. 

신규 구성원 입사 시 적응기간 동안 동료들의 탤런트 드라이브를 꼼꼼하게 살펴 보고, 자신의 페이지도 공들여 만들 수 있도록 온보딩 프로세스(Onboarding Process)를 업데이트 하기도 했다.

루트임팩트가 다달이 가지는 “언플러그 아워(Unplugged hour : 정해진 시간동안 업무와의 플러그를 뽑고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면서 한달을 회고하는 시간)”를 마치고, 의무적으로 탤런트 드라이브를 업데이트하도록 안내할 예정도 있다. 한달의 시간이 자신의 탤런트 드라이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살펴보기 용이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또, 현재는 사람 기준으로 탤런트 카드들이 작성되어 있다. 좀 더 연구해서 탤런트 기준으로 카드들을 섞어 분석해 볼 계획도 있다. 루트임팩트에 주로 어떤 탤런트들이 모여 있는지, 어떤 분야에 강하고 어떤 분야에 약한지 알아 볼 수 있고 그를 통해 성장 계획이나 채용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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