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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인터뷰

언젠가 노인이 될 나를 위해 일하기

임팩트를 만드는 매일매일

2023년 09월 01일
루트임팩트 임팩트캠퍼스 팀

여러분의 일은 누구를 행복하게 하나요?

제품 개발자 신소미님은 마르코로호에서 할머니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마르코로호는 할머니들이 제작한 제품을 판매해 할머니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브랜드입니다. 사회 참여와 경제적 자립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죠. 할머니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소미님에게 ‘일’에 대해 물었습니다. 아래 인터뷰로 확인해보세요.

언젠가 노인이 될 나를 위해 일하기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해요
소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마르코로호에서 일하고 있는 7년 차 제품 개발자 신소미입니다. 마르코로호는 매듭 소품으로 시작된 브랜드이고 점차 제품을 확장해나가고 있어요. 저는 주로 봉제, 문구, 뜨개 소품을 개발해요.

방금까지 무슨 일 하다가 오셨어요?
10월 출시 예정인 인형 키링 촬영 기획안을 작성하다 왔어요. 지난 5월에 강아지 키링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거든요. 저희 브랜드 채널에서 고객분들이 가장 많이 투표해 주신 동물 모양으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SIDE 1.성장하며 일하기

직무에 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눠볼게요. 소미님이 생각하는 ‘제품 개발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일의 스타트를 끊는 사람이에요. 고객들을 위해 시장성 있는 제품을 기획하고 제안하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죠. 전국의 시니어 클럽(노인의 일자리 창출 및 활성화를 위한 협회)에 속한 할머니들과 계약을 맺고 수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해당 협회와 소통도 담당하고요. 제품 개발자의 업무 범위는 조직마다 다른데 마르코로호에서는 제품 개발자가 제품 소개 페이지에 들어갈 이미지까지 기획, 디렉팅해요. 제품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출시되기까지 모든 단계에 조금씩 발을 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미님 스스로 ‘브랜드 가치 체계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제작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를 고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품 판매량만이 아니라 브랜드 핵심 가치인 ‘할머니의 행복한 일상에 기여하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 것이요. 품목 기획 뿐 아니라 작업 공정에서도요. 할머니들이 충분히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인지, 작업 때문에 오래 앉아 계시느라 힘들진 않을지, 손을 저려하지는 않을지 등을 고민하며 제작이 쉬운 제품을 개발하게 되죠. 백팩 등의 제품을 만들고 싶어도 공정이 어렵다면 과감하게 포기해요.

또 고객이 해당 제품을 왜 사야 하는지 설득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고 있어요. 제가 속했던 사기업에서는 트렌드에 맞춰서 빠르게 제품을 생산해 내야 했어요. 저 또한 이 제품을 고객이 왜 구매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보다 제품을 빨리 판매하기 위해 달려야 했고요. 지금은 하나를 개발하더라도 고객분들이 브랜드 가치를 잘 느낄 수 있는지 고심하죠

가치소비 제품은 진정성과 제품력 모두 갖추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균형을 잡기 위한 소미님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품 개발자로서 당연히 제품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요. 할머니가 만든 제품이라고 하면 다수가 촌스럽고 자투리 원단, 어설프고 엉성한 이미지를 떠올려요. 이런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저희는 할머니들의 노련함과 꼼꼼함을 기반으로 세련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고객분들이 남겨주신 리뷰는 바로 할머니들께 공유드려요. 그 과정에서 할머니들이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끼시더라고요. 제품력은 더 좋아지고요. 진정성과 제품력의 선순환이라고 생각해요.

또 마르코로호 구성원 대부분 할머니들의 일자리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어 해요. 저는 사기업에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이나 고객 위주의 관점으로 브랜드를 보는 것에 익숙한데요. 두 관점이 잘 어우러진 덕분에 조직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고도 생각해요.

제품 개발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힘이요. 제품 출시까지 다양한 변수, 제한된 상황이 있다 보니 한 번에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는 어려워요. 꾸준히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 그러려면 계속 질문해야 해요. ‘왜 이렇게 만들었지?’, ‘더 나은 건 없을까?’, ‘이 부분이 불편한데 어떻게 개선할까?’ 하고요. 긍정 리뷰뿐 아니라 부정적인 리뷰를 참고하면 개선 포인트를 더 잘 발견할 수 있죠.

기획부터 출시까지 많은 고민과 부담감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
제품 하나를 출시하는데 매듭 소품은 2~3개월, 봉제, 뜨개 제품은 4~6개월 걸려요. 지치지 않는 건 거짓말이겠죠. 개발 업무를 하면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다양한 소통을 해야 하다 보니 많은 에너지를 쓰게 돼요. 특히 예전에는 성과를 채우려고, 또 상사에게 인정받으려고 일하다 보니 자주 지쳤어요. 건강하게 일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신경 쓰고 있어요.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미리 파악해서 닳지 않게 나눠서 쓰거나 시간을 정해두고 쉬는 시간을 가지거나요. 동료들에게도 자주 권하는 편이고요.

제품 개발자의 일도 연차별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소미님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 궁금해요
처음 조직에 입사하면 프로젝트의 세부 업무를 수행하게 돼요. 당시 저는 ‘왜 이렇게 잔업만 시키지?’라며 안일하게 생각했었는데요. 작은 업무를 할 수 있어야 전체 일의 이해도가 높아지더라고요. 미리 흐름을 읽을 수도 있고요. 또 주니어의 기획이 바로 제품화되기는 어려워요. 그보단 기존 제품의 개선점을 찾아 제안해 보는 태도가 필요해요. 연차가 낮을수록 고객의 눈에 가깝기 때문에 문제를 쉽게 발견할 수 있거든요.

3년 차 정도 되면 중간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아요. 업무 범위를 넓혀 가면서 독립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되죠. 외부 업체와 협력할 때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야 하고요. 업무 프로세스를 전반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고요. 동시에 중간 관리자로서 리더십과 팔로워십 훈련을 많이 해야 해요. 저는 이 훈련을 통해서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는 협상력과 서포트 업무 역량이 쌓였다고 느껴요.

5~7년 차에는 팀을 이끌거나 PM을 맡아서 진행해요. 매출 성장에 기여할 직접적인 기회가 주어지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어야 하고요. 제품 출시까지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동료, 팀원 관리 능력도 중요해져요. 저는 지금 이 단계에 와있는 것 같아요.


SIDE 2. 의미를 생각하며 일하기

사기업에 다니다 3년 전 임팩트 브랜드인 마르코로호로 이직하셨죠.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마르코로호는 제가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벤치마킹 하던 브랜드였어요. ‘사람들은 왜 이 브랜드를 좋아할까?’, ‘더 좋고 편한 제품이 있는데 왜 꼭 이 브랜드 제품이어야 할까?’ 분석하던 중에 고객 리뷰를 보게 됐어요. ‘이왕이면 의미 있는 소비를 하고 싶어서’, ‘내 행동이 사회에 도움이 돼서’라는 내용을 보면서 막연히 제가 만든 제품이 사회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마음이 커지다 보니 이전 조직에서의 만족감이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눈여겨봤던 마르코로호로 오게 됐죠.

‘일’을 바라보는 소미님의 관점이 달라졌을지도 궁금해요
이전에는 주로 기업 매출이나 저에게 돌아오는 이익 중심으로 일했어요. 그런데 사회에 직접적으로 임팩트를 만드는 조직에 오니 저의 일이 누구에게 가치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어떤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갑자기 관점이 달라져서 혼란스럽지는 않으셨나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원래 저는 일의 의미와 사회적 영향력이 중요한 사람인데 뒤늦게 알아차린 것 같아요. 주니어 때부터 왠지 모를 갈증이 있었거든요. 새로 제품 개발해야 할 때 선배에게 기획 의도와 맥락을 물으면 ‘예쁘잖아’, ‘사람들이 좋아해’라는 답만 들었어요. 제가 의미를 담아서 제안해도 트렌디 하지 않으니 안된다는 피드백을 받았죠. 당시에는 연차가 낮아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연차가 쌓여도 해소되지 않더라고요.

제품을 직접 기획할 수 있게 됐을 때 제품으로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지, 이 메세지가 확산되었을 때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설득했어요. 트렌드에 기대기 보다는요. 희열이 있더라고요. 이때부터 저에게 ‘제품’은 가치를 전하는 도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기 위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르코로호에서 일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할머니들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을 때요. 급여로 손주들에게 맛있는 걸 사줄 수 있게 됐다거나 예쁜 옷 하나 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뭉클해요. 일자리 덕분에 할머니들의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해 나가시는 것 같아서요.

또 고객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될 때가 있어요. 한번은 신제품 촬영 모델을 섭외했는데 저희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이더라고요. ‘어린 시절 할머니랑 많은 시간을 보냈고 마르코로호 제품을 보면 할머니가 떠올라서 좋다’면서 많은 할머니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뿌듯하더라고요. 제가 하는 일 무엇인지 실감이 났어요.

소미님에게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이 왜 중요한지 궁금해요
우리는 언젠가 노인이 되니까요. 마르코로호 입사 전까지는 먼 미래라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면 노후에 어떻게든 먹고 살지 않을까? 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거죠. 그런데 문제에 깊게 관심을 갖게 되니, 저에게도 사회 전반에도 정말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되더라고요. 아직 심각성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노인의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언젠가 저와 친구, 가족들이 직면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함께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팩트 커리어를 어렵고 거창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에게 소미님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저도 이직을 하기 전에는 막연히 걱정하기도 했어요. 분명한 건 일을 보는 관점이 기존의 조직과 다르고 신경 쓸 것도 많다는 거예요. 매출만 잘 나오면 되는 게 아니라 결국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임팩트 커리어에 환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막연하게 멋져 보일 수도 있죠. 짐작하기보다는 본인이 지향하는 삶의 방향과 닮은 조직이 있다면 도전해보시길 바라요.

실제로 소미님은 면접관으로 자주 참여하시죠. 어떤 점을 집중해서 보실지도 궁금해요.
지원자분들의 업무 역량도 중요하지만요.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우리 브랜드 가치에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더 주의깊게 보게 돼요. 단순히 매출에 있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어필하는 사람보다는요. 그래서 업무적인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분과 함께 일하고 싶더라고요.

소미님 인터뷰는 이렇게 마무리해 보려고 해요. 이제 어떤 일 하러 가시나요?
새로 협력하게 된 은평 시니어 클럽 담당자와 샘플 제작 관련해서 수량과 일정 조율을 해야 해서요. 메일을 작성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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