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선 CIO, 어디 갔다 이제 왔어요?(下)
1. 시간이 없다 – 위기에 빠진 글로벌을 위한 빅픽처를 준비하라
Q. (상편에 이어) 그렇다면, 그렇게 출장을 다니며 기후 변화 솔루션을 찾고 있다고 이해하면 되는 거예요? 사실 저도 아마존이 연일 불타고 있는데 한국 뉴스에서는 겨우 한두 번 작게 다뤄지는 것을 보고 많이 놀라긴 했습니다만.
제가 리포트 하나와 기사 두개를 보여드릴게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리포트에 의하면 2007년에서 2016년 사이에 남극 빙하는 1997년에서 2006년까지 녹은 양의 세 배에 달합니다. 또한 (상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인간의 활동이 지구 전체의 온도를 산업화 이후부터 지금까지 1도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과 같은 증가 속도라면 2030년에서 2052년까지 1.5도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연히 인구가 많은 지역은 특히 온도가 더 많이 오를 것이고 몇몇 지역에는 굉장한 비가 쏟아질 것이며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과 사막화도 진행됩니다. 거기에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멸종과 같은 생태계 영향도 예상되지요. 이처럼 기후변화는 신체건강, 생계, 식품 안전, 물공급에 있어서 총체적인 위험을 초래합니다.
또 뉴욕타임즈의 기사는 2050년이면 약 1억 5천만명의 사람들이 2050년이면 만조 때 물에 잠길 지역에 살게 될 것이라는데요, 구체적으로 베트남 남부의 경우 대부분 물에 잠기고, 태국에서는 전체 인구 중 10퍼센트가 2050년에 침수될 지역에 살고 있다고 전합니다. 그 이전에 1퍼센트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되던 곳이 말이죠. 특히 방콕이 매우 위험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어떤가요? 기후변화는 단순히 환경 문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전 인류에 대한 문제일 뿐 아니라 안전, 군사적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더 시급한 문제는 이에 대해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가장 위험한 지역에 거주하면서 게다가 30년 후에 닥쳐 올 위기에 대해 무방비라는 것이 정말 시급한 경고라고 생각했습니다.
Q. 글로벌 임팩트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고 하셨죠? 경선님이 <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 내면서 했던 인터뷰 기사에서는 재벌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재조명이 이루어지기도 했어요. 글로벌 임팩트 펀드도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나요?
네, 저는 어쨌든 보험회사와 관련이 많은 사람이고, 산업적으로 보면 기후변화,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불안정, 노령화, 건강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최대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 또한 정부와 보험회사입니다. 외국 보험회사들은 예방적 의료보험 (Preventive Healthcare)에 이미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보험이야말로 임팩트투자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관이지만, 혼자 힘으로는 이 절박함을 해결할 수준의 펀드 조성이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이미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정부를 찾았고 또한 동남아시아의 여러 보험회사를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로 싱가포르에서 내년 상반기 목표로 대규모의 임팩트 투자 펀드를 론칭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짝짝짝!) The Sylvan Group이라는 이름의 펀드입니다. 이를 투자의 수단을 좀 더 다양화하고 자본의 힘을 임팩트 쪽으로(참고_매거진 루트임팩트 #59호) 끌어오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양한 방법으로 임팩트를 위해서 노력하는 자본이 생겨날 수 있어요.
싱가포르에서 내년 상반기 목표로 대규모의 임팩트 투자 펀드를 론칭할 수 있게 됐어요. The Sylvan Group이라는 이름의 펀드입니다. 투자의 수단을 좀 더 다양화하고 자본의 힘을 소셜임팩트로 끌어오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 주시면 좋겠어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The Sylvan Group은 Series B,C에 속하는 기술(tech)쪽으로 투자합니다. 여기에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정부가 동남아시아 해수면 상승에 절박함을 느끼고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임팩트 지향의 채권을 발행한다면 어떨까요? 이런 식으로 투자의 종류와 사회문제를 구분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방안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선택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상상하고 있는 그림은 이렇게 다양한 단계의 개별화되고 맞춤화된 임팩트 자본을 끊임없이 조성하는 거예요. 이러한 목표를 위해 가능한 자본을 정부이든, 기업이든 끊임없이 설득해 가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반가운 소식은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도 7천5백억불($750billion) 펀드를 조성했어요. 여러 단계의 임팩트 자본이 기후 변화 관련한 혹은 그것이 야기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생기는 거죠. 골드만 삭스의 CEO가 기업들이 더 이상 기후와 관련한 역할을 주변적인 것으로 치부할 “사치”를 누릴 수 없다고 말하면서 금융 기관들이 변화를 촉구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는 탄소세 부과에도 긍정적이고 공공정책과 기술, 자본이 협력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강조해요. 이 펀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9개의 핵심 테마들과 포용 성장(접근성있는 교육과 식품 생산 등)을 다루는 금융에 투자하고 더불어서, 대출 정책에 있어서 석유 관련 산업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 채굴산업 기업들에 대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산업을 다각화하도록 도울 것이고 “남극 석유 추출이나 발전산업을 직접적으로 서포트하는” 프로젝트에는 절대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2. 임팩트 유니콘을 찾아라
Q. 경선님이 기후 변화와 그로부터 야기되는 문제에 대해 느끼고 있는 절박함을 공유해 주셨어요. 글로벌 임팩트 펀드로 그 문제를 풀겠다는 것으로 들리네요. Series B,C 규모이면 투자금액이 클 텐데, 전략이 무엇인가요?
이 펀드는 내년 상반기 중에 싱가포르에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비즈니스 스쿨에 있으면서 한국에서보다 더욱 뼈저리게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보다 빠르게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꽤 큰 규모의 임팩트 펀드가 조성될 예정이고 지금은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구체적 내용들을 논의하는 상태입니다.
이 펀드는 주로 5-6가지의 테마로 투자해요. 적정 금액으로 건강을 돌볼 수 있는 ‘Affordable Healthcare’, 도시 환경을 위한 ‘Smart/Green City’는 물론 그 변화를 만들 인재를 키워낼 ‘Innovative Education’, 금융에 소외된 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Inclusive Finance’, 기후 변화에 대응할 ‘Climate Resilience’ 등입니다. 물론 다양성과 평등을 얘기하는 ‘Diversity & Equality’도 포함하려고 하는데, 북미나 유럽 대비 아시아에서 이 테마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을 얼마나 발굴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이 역시 풀어야 할 부분이죠.
이 펀드의 투자처는 어디에 소재해도 무관하지만 궁극적으로 아시아의 임팩트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에 소재하는 Innovative Education 회사에 투자한다고 해도 당사는 궁극적으로 동남아시아 등지에 진출하여 아시아에서 임팩트를 내길 바랍니다.
주로 기술(tech)에 기반한 임팩트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예측되고, 임팩트 유니콘이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야 빨리 긴급한 문제를 풀 수 있을 테니까요.
3. 각 거점 도시에 존재하는 체인지메이커 생태계 없이는 이 빅픽처도 없다
Q. 그렇다면 기술 기반의 기업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투자가 과연 루트임팩트가 조성하고 있는 체인지메이커 생태계와 어떤 상관 관계를 갖고 있을까요?
아니, IPCC report나 뉴욕타임즈 기사를 읽어도 아직 와 닿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1년에 2주만 물에 잠겨도 그 도시에는 살 수 없어요. 2012년에 왔던 허리케인 샌디 때문에 아직까지 고통을 받고 있거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뉴욕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직접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못 막는다고 해도 해수면 상승에 대비는 해야죠. 태국의 정치적, 사회적 수도인 방콕만 봐도 얼마나 해수면이 달라질 것인지 계산조차 해 두지 않은 상황이죠.
체인지메이커 생태계와 글로벌 임팩트 펀드는 상호보완적입니다. 충분한 수준의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기 전에 이미 해당 자원을 소화할 수 있는 생태계가 활성화되어야 하죠. (제가 생각하고 있는) 자본과 생태계의 관계는 꽤 느슨하지만, 방향은 유사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모두 체인지메이커 생태계 안의 조직과 개인이 나서서 하고 있으며, 해야 할 일들이예요. 그래서 더욱 활발한 체인지메이커 생태계가 필요한 것입니다. 필요조건이예요.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준의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고, 그 전에 해당 자원을 소화할 수 있는 생태계가 활성화되어야 함은 물론이고요. 절박한 시대적 문제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진정성 있는 투자를 받아서 진심이 담긴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두 가지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체인지메이커 생태계와 글로벌 임팩트 펀드는 상호보완적입니다. 다같이 노력해야 하고 심지어 A지역에서 새로운 문제를 고민하는 동안 B지역 역시 같은 문제를 고민해온 경우도 있기에 지식의 공유 (knowledge share)가 훨씬 더 활성화되어야 속도가 나고요. 자본과 생태계의 관계는 꽤 느슨하긴 하지만, 방향은 유사합니다. 생태계 활성화에 집중하고 그 일환으로 헤이그라운드를 여러 거점 도시에 만들고 있는 것도 실상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일이거든요. 앞서, 한국의 헤이그라운드의 성수 시작점을 통해 분명히 배운 것은 물리적인 거점이 체인지메이커의 구심점이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4. 헤이그라운드만 있다면 전세계 어디에서든 나는 길순이*
(*길순이는 헤이그라운드 서울의 1호점의 마스코트 격인 고양이 이름이다)
Q. 싱가포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난 것에 이어, 지난 주(2019.12.20)에는 오바마재단에서 헤이그라운드를 방문했다면서요!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 말해 줄 수 있나요?
네, 오바마 재단의 아시아-태평양 담당자가 헤이그라운드를 방문하여 앞으로의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어요. 뉴욕에서든, 서울에서든, 방콕, 싱가포르에서든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일을 함께 하고 싶어요. 오바마 재단은 그가 임기를 마치고 만들어졌죠. 국제적으로는 현재 콜럼비아(Columbia University)와 시카고(University of Chicago)대학에 장학생 초빙, 아시아-태평양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오바마 리더 (Obama Leaders) 프로그램, 그리고 오바마 펠로우 (Obama Fellows)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단의 활동도 다양하게 진행하죠.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가 상당 부분 시간을 보낸 시카고 남부 지역에 오바마 프레지덴셜 센터 (Obama Presidential Center)를 짓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오바마 재단 프로그램의 참가자가 저희가 조성하고 있는 체인지메이커 생태계(Changemaker Ecosystem)의 구성원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지역사회의 문제와 해결책을 찾는 차세대 리더잖아요! 오바마 재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 친구들이 바로, 우리가 알아야 하고 또 지원해야 하는 그 체인지메이커입니다.
그리고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요. 2020년에 오바마 재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차세대 리더를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의 연사 시리즈 (Virtual Speakers Series the Obama Foundation: Asia-Pacific program)에 참여하기로 했거든요. 그 뿐 아니라 오바마재단의 다양한 행사를 헤이그라운드에서 열수도 있어요, 루트임팩트와 함께 해도 좋고요. 서울 뿐 아니라 뉴욕, 방콕 등에 만드는 체인지메이커의 거점, 헤이그라운드와의 협업에 큰 관심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재미있고 의미있는 연결이 다양하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요. 2020년에 오바마 재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차세대 리더를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의 연사 시리즈 (Virtual Speakers Series the Obama Foundation: Asia-Pacific program)에 참여하기로 했거든요.
Q. 오바마에서 글로벌까지 – 더더욱 경선님을 한국에서 보기 힘들 것 같은 ‘넘사벽’ 기분인데요?
글로벌 관점으로, 임팩트 생태계 (Impact Ecosystem)의 측면에서 한국이 흥미로운 이유는 여러 가지 군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 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이 미래적인 국가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의미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사회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과정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저 또한 한국에서 교육 받은 한국 사람이다보니,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국내에 있죠. 그래서 한국의 루트임팩트가 주도적으로 조성해 가는 체인지메이커 및 임팩트 생태계가 전세계를 위한 테스트베드(Test bed)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얻은 배움을 다른 나라에 확산하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한국은 뼈대를 잡아주는 곳이죠.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마당에는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고양이 ‘길순이’ 가 사는데요, 저는 헤이그라운드의 길순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아요. 헤이그라운드 안에 길순이만을 위해 정해진 공간은 없지만,그래도 어엿한 멤버로 모두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거든요. 이처럼 헤이그라운드로 대표되는 체인지메이커의 생태계가 글로벌 곳곳에 조성된다면 저를 비롯한 전세계의 모든 체인지메이커들이 자신이 애착을 느끼는 모든 곳들을 위해 노력하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곳이 어디이든간에, 체인지메이커들의 문제 해결이 결코 생경하지 않은 ‘집(home)’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제가 한국에 없는 날이 많겠지만 그럴 때 생각해주세요. ‘아, 어딘가에서 또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빅 픽처를 그리고 있구나’ 하고 말이죠!
마치며
꿀벌은 1초에 200번이 넘는 날갯짓을 하며 꿀을 모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난 6개월 간 무려 300시간을 비행하며 종횡무진 날아다닌 정경선 CIO의 이야기를 들으며 꿀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루트임팩트라는 ‘벌집’ 에 열심히 꿀을 나르며 성수 소셜벤처밸리의 성장을 도모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임팩트 펀드 유치와 체인지메이커 생태계를 위한 날갯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사회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들에게 루트임팩트와 헤이그라운드가 커뮤니티와 영감을 제공하는 아늑한 ‘집(home)’ 되는 그날, 그래서 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세상, 그 날이 꼭 올것만 같은 꿀처럼 달콤한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