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커뮤니케이션_닷페이스
임팩트커리어 포럼
2020 Impact Career Forum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는 우리의 삶을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일, 우리 사회에 변화를 만드는 일, 즉 임팩트 커리어를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자리였습니다.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를 찾아 조금 앞서 임팩트 커리어의 여정을 떠난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의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2020 Impact Career Forum에서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곳에 기록합니다.
임팩트 커리어 포럼의 3번째 세션은 직무별 8개 파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세 번째 직무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입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이라는 직무에
임팩트를 더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편집자의 코멘트
닷페이스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임팩트의 이해관계자 관여(Stakeholder participation)를 높이다.
설거지와 빨래로 고생하는 친구를 돕고 싶었습니다. 힘내라고 친환경 세제를 사다주었습니다. 나는 친구와 설거지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이 없고, 친구는 여전히 어깨가 아픕니다. 익숙하지 않은 친환경 세제는 수납장에 쌓여있습니다. 임팩트를 내고 싶은 우리가 자주 하는 실수입니다. 변화는, 그 사회문제의 당사자, 이해관계자가 관여(Stakeholder participation)할 때 제대로 나타납니다.
닷페이스는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알림으로써, 사람들이 소수자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이 시대에 새로운 상식을 제시하고,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된 모습이 바로 닷페이스의 임팩트입니다.
닷페이스의 소셜 임팩트는 당사자의 관점이 충분히 담겨야 정확하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닷페이스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의 ‘아젠다’가 되는 소수자를 먼저 공감하고 커뮤니케이션하며, 아직 공감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번역하는 일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일하는 방식과 역량에 따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콘텐츠만 양산될 수도, 많이 읽히기는 하지만 ‘임팩트’와는 무관한 에디터의 필력만 남을 수도 있겠죠.
매번 새로운 소수자의 목소리를 세상이 마주하도록 이끌어내고 있는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님을 만나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이라는 직무에서 임팩트에 이해관계자를 관여시키는 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
“확산될 포인트를 기획하고 시작하면 훨씬 재미있어요”
창업하기 전에 여러가지 작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메시지를 만들고 확산시키고 분석했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이 플랫폼에서는 어떤 크리에이티브가 나의 메시지를 어떻게 잘 퍼지게 할 것인지 놀이처럼 생각하고 재밌어 했거든요. 예를 들어, 한창 카드뉴스라는 형식이 유행하기 시작할 때였는데요. 카드뉴스는 원래 오른쪽으로 넘기잖아요. 그런데 어떤 만화가가 이야기를 그렇게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왼쪽으로 넘겼을 때 반전을 주는 방식을 사용하시더라고요. 이걸 세월호 관련된 정치뉴스 만들 때 적용시켜봤어요. 오른쪽으로 넘길 땐, 정부가 이런 것들을 약속했다는 메시지를. 그런데 다시 왼쪽으로 넘기면, 그 약속들이 거짓임이 드러나는거죠. 그럼 사람들로부터 이전과는 다른 반응이 오잖아요. 이런 플랫폼은 이런 컨텐츠를 기획하면 잘 확산된다는걸 알 수 있었죠.
그런데 저도 처음부터 확산되는 컨텐츠를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정도였죠. 이것도 닷페이스 창업 전의 경험인데요, 제가 집회/시위에 대해 블로그에 썼던 글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어떤 한 문장을 똑같이 복사, 붙여넣기하며 공유해주셨어요. 그런데 그 문장이 제 의도에 꼭 맞는 핵심이었거든요. 그 경험이 굉장히 만족스러워서, 공유해가신 분들의 글을 열심히 읽게 됐어요. 누가 왜 어떤 지점에서 공감하고, 공유하고, 확산하는지 분석했고요. 처음부터 확산될 포인트를 기획해서 들어가는 게 훨씬 재밌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거죠. 개인적인 성장의 모멘트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단순히 제가 하고싶은 말을 하는 것을 넘어서, 제 컨텐츠가 어떻게 유통되고 확산될 수 있는지 구조를 분석하고 이용하는 사람이 된 거죠.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에 임팩트를 더하면
“소수자를 대상화하지 않고 당사자로서의 이야기를 해요”
저희는 그냥 미디어라기보다 액티비즘을 지향해요. 설득의 메세지가 강한 콘텐츠를 만들고 동의하는 분들을 찾아내는 거죠. 그런데 그냥 당위성이 큰 ‘주장’만 하면, 설득은 되지 않고 독자의 피로감만 커지는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해요.
저희는 소수자, 우리 사회의 약자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데요, 그럴 때 이들을 대상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지, 그들이 ‘문제’라고 여겨지지는 않도록 메시지를 섬세하게 설계하는거죠. 예를 들면, 아직 완벽한 제작 가이드라인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인터뷰 중에 많이 우는 장면은 편집하는 편이에요. 카메라 앞에 서겠다고 동의해주신 것은 맞지만, 카메라 앞에서 우는 것에 동의하신 건 아니니까요. 최근 N번방 사례와 같이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외부로 노출할 때는 피해자라는 단어를 쓰지만, 저희끼리는 피해 경험자라고 이야기해요. ‘경험’을 한 거죠. 경험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과거, 이미 낡은 것이 되어야 하고, 일상을 회복해야해요.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의 역할
“당사자와 대중이 소통할 수 있도록 번역해요”
닷페이스가 많이 알려진 계기가 퀴어 프라이드 축제였어요. 기성 미디어는 이 축제에 대해 찬반을 이야기했는데요. 저희는 그런 프레임을 벗어나 그들이 어떤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고, 결과적으로 차별화되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어요. 당사자의 관점이 미디어가 취하고 있는 프레임보다 훌륭할 때가 있는 거죠. 반면에, 당사자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몇 백명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안에 너무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고, 각자의 진단이 다르고, 또 특수한 업무를 다루고 있어서 모든 내용을 전달하는 게 어려웠던 적도 있어요. 당사자들도 공감할 수 있고, 그 사건 밖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중간에서 번역하는 작업이 필요했죠.
당사자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공감을 얻는 콘텐츠
“눈앞의 무언가를 목격하게 해야 해요”
영상을 매체로 선택한 이유가 있어요. 글로 설득의 성격이 강한 콘텐츠를 내보낼 때는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논리가 많이 작용해요. 현실과 동떨어지는 논리 싸움, 말 싸움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영상은 순간을 잘 포착해서 담거나, 그 사람의 목소리나 눈빛만으로 공감되는 포인트가 있는데요. 내 눈 앞의 무언가를 목격하게 한다는 지점에서 매력적인 매체라고 느꼈어요. 설득할 때 강점이 되는거죠.
콘텐츠의 내용 측면에서는, 꼭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서인건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름’이 ‘재미 없음’과 동의어가 되기도 해요. 혹은 까다롭거나 사람들이 무겁게 받아들이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세련되게, 사람들이 질리지 않게 이야기를 잘 전달할지 고민해요. 이번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의 경우 피부색이나 외향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편견으로 쏠리지 않도록 기획/디자인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불꽃머리, 인어바지 등 다른 방식으로 ‘퀴어’의 의미를 잘 살렸죠. 올바른 정치적 지향을 하면서도 재밌고 특이하고 즐거운 경험을 만들 수 있고 그게 멋진 일임을 경험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모르는 상태로 빠져나와서 한 번 더 이야기하고 피드백하는 것을 중요시해요. 콘텐츠 피드백 과정에서 안 본 사람 1~2명을 무조건 프로젝트 마지막까지 남겨두고, 그 사람에게 마지막 피드백을 받는거죠. 전체 맥락이나 취재 목적, 아이템 선정 이유를 잘 모르는 사람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그 밖에도 현장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였던 질문들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변을 더해주셨습니다.
닷페이스의 커뮤니케이션이 추구하는 변화
“소수자는 이미 ‘다수’인, 변화를 먼저 겪은 사람들이에요.”
저희가 말하는 소수자는, 사회에서 이미 다수가 되었음에도 사람들이 소수라고 인식하는 분들이에요. 예를 들면, 가정폭력이나 이혼가정은 사실 이미 엄청 많은 수가 겪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여전히 소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소수자라는 고정된 집단이 있는 게 아니에요. 본인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 각자 자신의 퀴어한 부분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닷페이스가 이야기하는 소수는 다수의 반대가 아닌, 이미 다수인데 아직 이야기되지 않은 것들이에요. 변화를 먼저 겪었고, 이미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요. 다수를 향해 소수를 설득한다는 대립이 아닌, 조금은 다른 방식의 해석을 하려고 해요.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사회가 정말 빠르게 많이 바뀌고 있죠. 닷페이스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뉴노멀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요, 새로운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콘텐츠라는 것이 사람들을 매개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접착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혼자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모여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는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하고요. 누군가는 만들고, 누군가 보는 관계에서 한발짝 나가는거죠. 변화가 필요한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서로를 통해 학습하고 신뢰하는 커뮤니티, 이야기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요즘 ‘크고 정확한 영향력’이라는 단어에 꽂혀있어요. 닷페이스 초기에는 ‘내 주변 3m의 원’이라는 개념에 꽂혀있었고요. 거대한 담론보다, 나에게 가장 와닿고 내 주변에서 필요한 정치적인 변화를 발견하고 이야기하고 창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연장선에서 지금은 ‘정확한’에 더 초점을 둡니다. 높은 조회수가 나오더라도 불필요한 정보로 일상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으려고 해요. 변화가 필요한 지점을 발견하고, 우리가 거대한 영향력의 깔때기 역할을 해 정확히 찌르고 실현하고 싶어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직무에 임팩트를 더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주장하고 선언하기보다,
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이미 가까이 있는 변화의 모습을 목격하도록 해야겠습니다. 🙂
정리: 김형진 (루트임팩트 Learn Business L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