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연결하고, 양성하고, 새롭게 바라보다
지난 9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 400여 개 기관과 300여 개의 전시 부스가 모였습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대한민국 사회적가치페스타(이하 사가페)’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사가페는 기업과 공공기관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과 청년이 사회문제의 다양한 해법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사회적 가치 박람회로, 올해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열렸습니다.
사가페 안에서는 ‘행사 속 행사’로 SOVAC도 함께 열렸습니다. SOVAC은 2019년 SK의 제안으로 출범한 민간 사회적 가치 플랫폼으로, 2024년부터 사가페를 공동 주관하며 사회적기업과 임팩트 조직이 사회적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깊이 나누는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는 사가페의 공동주관사이자 참여사로서, 이틀 동안 ‘인재’라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루트임팩트가 사가페에서 인재를 연결하고, 양성하고, 새롭게 바라본 세 가지 시도를 소개합니다.
왜 ‘인재’였을까: 연결을 넘어 협력으로
루트임팩트는 2015년부터 임팩트 생태계의 인재 양성을 핵심 사업으로 이어 왔습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프로그램 임팩트 베이스캠프로 청년이 사회문제를 직접 풀어 보는 경험을 만들었고, 공동채용 프로그램 임팩트커리어Y와 채용 플랫폼 impact.career로 그 청년들을 현장과 이었습니다. 이 사업들을 ‘임팩트닷커리어’라는 이름으로 묶어 지금까지 500개 이상의 사회혁신 조직과 3,500개 이상의 채용 기회를 연결하고, 2,500명 이상의 임팩트 지향 인재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한계도 선명해졌습니다. 사회문제가 복잡해지면서 생태계에 필요한 인재는 늘어나는데, 한 민간 기관이 자체 프로그램으로 만날 수 있는 청년의 수와 다양성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청년이 ‘임팩트 커리어’라는 길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진로를 정하고 있었습니다.
“루트임팩트 혼자서는 더 많은 청년이 임팩트 생태계로 들어오는 길을 넓힐 수 없습니다. 저희가 가장 잘해 온 청년과 현장을 잇는 일에 더해, 대학이 인재를 길러 내고 사회가 청년의 경험을 역량으로 인정해 주는 구조를 파트너들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루트임팩트 사무총장 김상우
그래서 루트임팩트는 가장 잘해 온 ‘청년과 현장의 연결’에서 출발해, 인재를 길러 내는 대학, 그리고 청년의 경험을 역량으로 인정하려는 기업으로 협력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이번 사가페에서 선보인 부스와 세션 역시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더 많은 청년이 임팩트 커리어를 시작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루트임팩트는 이 질문에 연결과 양성, 전환의 방향으로 답해 보았습니다.
연결: 청년과 임팩트 조직이 직접 마주 앉다
청년과 임팩트 조직을 잇는 일은 루트임팩트가 지난 10여 년간 가장 꾸준히 다져 온 역할입니다. 올해 루트임팩트는 SOVAC 운영사무국으로서 ‘임팩트 커리어’를 주제로 아래와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했습니다.
- 사전 커리어 특강: 행사에 앞서,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임팩트 조직에 맞춘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 방법을 나눴습니다.
- 미니채용박람회: 행사 기간에 맞춰 16개사가 29개 포지션(30명)의 채용을 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13개 임팩트 기업이 1:1 상담과 커리어 코칭을 제공했고, 62명의 청년이 참여했습니다.
- 임팩트 커리어 토크&투어: 무의, 임팩트스퀘어 등에서 일하는 현직자들이 커리어 이야기를 나누고, 참가자들과 함께 행사장을 돌며 스탬프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청년들의 몰입이었습니다. 1시간으로 예정했던 현직자 투어는 청년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아 훌쩍 길어졌고, 첫날 투어로 생태계를 둘러본 청년들이 이튿날 미니채용박람회를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8명이 채용으로 이어졌고, 일부 포지션은 지금도 채용이 진행 중입니다. 루트임팩트의 기존 공동채용 프로그램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채용 기업들도 사가페를 통해 함께했습니다.
“이번에는 최종 채용하지 않았지만, 추후 채용 시 후보자로 연락할 수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ESG·사회적 가치 분야에 깊은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다 보니, 지원서 내용과 관련 이력들도 무척 진정성 있게 느껴졌습니다. 당장 채용하지 않았더라도, 추후 인재 채용을 위한 좋은 소통 창구가 된 것 같습니다.” – 파이브세컨즈 채용 담당자
양성: 대학과 함께 인재의 저변을 넓히다
체인지메이커 양성은 루트임팩트에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는 대학과 함께였습니다. 한 기관이 만날 수 있는 청년의 수가 제한적이라면, 청년들이 진로를 가장 깊이 고민하는 대학 안에서 함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도 같은 고민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 고려대학교 지속가능원, 서울여자대학교 SI교육센터를 이끄는 교수진이 네트워크를 꾸렸고, 두 달 만에 9개 대학 11개 캠퍼스가 뜻을 모았습니다. 대학 교육이 현장 프로젝트와 커리어로 이어지려면 대학 밖의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고, 루트임팩트는 유일한 민간 조직이자 여러 기관의 협력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백본(backbone) 조직으로서 대학 임팩트 얼라이언스(University Impact Alliance, 이하 UIA)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UIA는 현재 정식 출범에 앞서 준비위원회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학 단독으로는 급변하는 소셜섹터 현장과 학생들을 잇는 데 제도적 한계가 컸습니다. 루트임팩트라는 유연한 민간 백본 조직이 매개가 되어 주었기에, 여러 대학이 경쟁을 넘어 ‘사회혁신 인재 양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협력할 수 있었습니다.” –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윤수진
이번 사가페는 UIA를 생태계 관계자들에게 처음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학생과 교수가 함께 무대에 올라 ‘미래의 대학’을 주제로 발제하고 패널 토론을 벌였습니다. 또 부스에서 UIA의 비전을 소개하고, 대학생 팀이 직접 기획한 사회적 가치 프로젝트를 전시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틀간 외부 기관 관계자와 대학 연계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마주 앉아 즉석 미팅을 갖기도 했습니다.



대학은 현장과 연결되기를, 현장은 대학의 청년들을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다만 학기 단위로 움직이는 대학과 빠르게 변하는 현장 프로젝트 사이에는 속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루트임팩트는 백본 조직으로서 대학과 현장이 같은 호흡으로 일할 수 있는 협력 방식을 UIA 참여 대학들과 함께 다듬어 갈 계획입니다.
* UIA가 걸어온 1년이 궁금하다면, 대학과 현장 사이, 함께 쓰는 협력의 문법: UIA 준비위원회 1년을 살펴보세요.
전환: 사회혁신 경험을 역량의 언어로 옮기다
연결과 양성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청년들이 비영리, 소셜벤처, 지역 현장 등에서 부딪치며 쌓은 문제 해결 경험은 학점, 어학 점수, 자격증 중심의 이력서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애써 쌓은 경험이 채용 과정에서 읽히지 않는다면, 더 많은 청년을 생태계로 이끌기도 어렵습니다.
이 경험을 기업과 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역량의 언어로 옮기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바로 현대해상과 SK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트레일마크(Trailmark)입니다. 트레일마크는 청년이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사회문제를 직접 풀어 보는 고밀도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공감, 협업, 주도적 사고, 회복탄력성과 같은 비인지 역량을 키우고, 그 경험을 기록·검증·인증해 기업 채용과 창업, 사회혁신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루트임팩트는 트레일마크의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으며, 이번 사가페에서도 트레일마크 부스와 세션에 함께했습니다.




- 첫 번째 세션에서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지동섭 SV위원장, 태재대학교 염재호 총장, 현대해상 정경선 CSO가 AI 시대에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재의 기준, 청년 일자리 해법 및 교육의 변화에 대한 사례와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청년의 경험은 어떻게 역량으로 인정받는가”를 중심으로 교육·채용 분야 관계자들이 청년의 경험을 역량으로 읽어 내는 방법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 부스는 ‘경험이 역량이 되는 공간’을 주제로, 2천 명의 청년이 자신의 문제 해결 방식을 돌아보고 역량 리포트를 발급받는 체험 공간으로 운영되었습니다.
“AI가 지식을 대체하는 시대에 진정한 경쟁력은 정답이 없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에서 나옵니다. 트레일마크는 청년들이 현장에서 쌓은 소중한 경험을 사회가 공정하게 인정해 주는 새로운 역량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 현대해상 CSO 정경선
청년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언어가, 기업에는 이력서 너머의 일하는 태도를 확인할 믿을 만한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이번 사가페는 두 필요가 맞닿아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트레일마크는 2026년 준비 기간을 거쳐 2027년 파일럿에서 고밀도 경험의 인증 기준과 실제 채용 연계가 작동하는지 검증한 뒤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더 많은, 더 깊이 있는 인재를 향해
기업, 대학, 공공기관, 청년이 한자리에 모인 사가페에서 루트임팩트는 청년과 현장을 직접 잇는 동시에, 그것만으로는 닿지 못하는 곳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 볼 수 있었습니다. 이틀간 다시금 확인한 것은, 임팩트 생태계의 인재 문제는 한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풀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청년을 잇는 일, 길러 내는 일, 그 경험을 인정하는 일이 서로 맞물릴 때 생태계는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루트임팩트는 UIA 참여 대학들과 함께 임팩트 커리어를 아직 접하지 못한 청년들이 생태계를 만나는 입구를 넓혀 가려 합니다. 트레일마크를 통해서는 청년의 고밀도 문제 해결 경험이 역량으로 기록되고 인정받는 구조를 만들어 갑니다. 더 많은 파트너와 협력의 범위를 넓혀 가며, 더 많은 청년이 더 깊이 있는 인재로 성장해 사회혁신 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시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