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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인터뷰

디자인_세이브앤코

임팩트커리어 포럼

2020년 09월 18일
Root Impact

2020 Impact Career Forum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는 우리의 삶을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일, 우리 사회에 변화를 만드는 일, 즉 임팩트 커리어를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자리였습니다.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를 찾아 조금 앞서 임팩트 커리어의 여정을 떠난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의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2020 Impact Career Forum에서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곳에 기록합니다.  

디자인

임팩트 커리어 포럼의 3번째 세션은 직무별 8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섯번째 직무는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이라는 직무에 임팩트를 더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편집자의 코멘트
세이브앤코의 디자인, 비즈니스가 지향하는 임팩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추석 명절이 다가와서인지, 선물용으로 천연 비누를 찾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기존 고객이 아닌 더 많은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죠. 이 참에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쉽게 풀어 쓴 메시지를 종이 패키지에 디자인으로 담아볼까 합니다. 물론, 친환경 인쇄 방식으로요. 제품이 무사히 고객의 손에 전달된 후에는, 비누 향이 은은하게 밴 이 패키지가 메시지 카드로 재활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이처럼 비즈니스가 지향하는 가치가 고객에게 일관되게 잘 전달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들이 그 메시지를 쉽게 이해하고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어야만 실질적으로 태도와 행동의 변화로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임팩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세이브(SAIB)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에 대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편견(BIAS)을 뒤집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여성의 성생활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 누구라도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당당하게 성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결정할 수 있는 모습이 바로 세이브앤코의 임팩트입니다.

세이브앤코의 소셜 임팩트는 이들이 제조하고 판매하는 제품, 그리고 그 제품을 둘러싼 경험 전반에 걸쳐 고객에게 일관된 메시지가 전달될 때 발생합니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의 성인용품이라면 한번 더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에 그칠 것입니다. 하지만 세이브앤코의 디자이너는 여성의 몸을 이해하는 제품,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는 경험을 디자인합니다. 그렇기에 고객들은 그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 전반에 걸쳐 세이브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여성을 위해 여성이 만든 인티메이트 코스메틱 브랜드 세이브의 박지원 대표님을 만나, 비즈니스가 지향하는 임팩트를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디자인 슬라이드

세이브의 디자인에 담긴 메시지

세이브의 제품은 여성이 망설임없이 구매하고 휴대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처음 성인용품에 관심을 갖고 조사를 시작하였을 때, 이 시장 자체가 너무나도 남성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이 부분을 막연히 남성의 몫으로만 여기는 수동적인 태도에 멈춰있었고요. 그래서 막상 콘돔을 사는 것부터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진열대에서 제품을 찾아 계산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혹시 누가 나를 보진 않을까 자꾸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 순간 디자인이 원래의 기능과 달리, 제품을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을 밀어내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렇다면, 다시 디자인으로 해결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고요.

디자인이 갖고 있는 힘을 활용하여, 여성들이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망설이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성인용품이 일상적으로 휴대하는 가방 속 다른 소지품들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아가 주체적이고 멋있는 여성이라면 응당 이 제품을 갖고 싶어하는 것으로 변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죠. 그래서 세이브의 제품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화장품처럼 심플하고 모던하게 디자인되었습니다. 그 이전에 여성 건강에 유해한 화학 물질이 아닌 여성 친화적인 천연 성분만을 사용하여 제조하였고요. 여성들이 스스로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성적 자기결정권을 발휘하고, 보다 주체적이고 건강한 성생활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하고 좋은 제품이 있다 해도 갑자기 그 문화가 바뀌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이브의 판매 수익 일부를 성 평등과 여성의 권리 증진 등의 다양한 인식 개선 캠페인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여성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성에 대한 인식이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이요. 변화가 굉장히 더딘 것 같지만, 디자인을 통해 그 속도를 조금은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세이브의 컬러에 담긴 메시지

핑크 컬러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여성성을 재정의 하고자 하는 세이브의 브랜드 철학과 일치합니다.

세이브의 브랜드 컬러로 밀레니얼 핑크(Millennial Pink)를 선택한 것은 페미니즘 무브먼트 안에서 가진 상징적인 의미가 큽니다. 페미니즘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남성과 동등하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여성성을 배척하고 남성과 유사한 모습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잖아요. 그 과정에서 핑크 역시 배제되어야 할 컬러가 되었던 것 같아요. 여성의 경우에는 유치하고 어린 사람으로 인식될 것 같아서, 남성의 경우에는 남성성에 반하는 선택처럼 보일 것 같아서, 그 누구라도 핑크를 좋아한다고 섣불리 이야기할 수 없었죠. 

하지만 컬러는 그냥 컬러일 뿐이잖아요. 이 미묘하고 정제된 옅은 톤의 밀레니얼 핑크는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짓기 보다는 중성성(Gender-neutral)을 추구하는 요즘의 시대 정신을 반영합니다. 하나의 성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컬러, 여성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여성의 성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하는 세이브의 브랜드 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세이브앤코 박지원 대표와 루트임팩트 김수영 디자이너
왼쪽부터 세이브앤코 박지원 대표와 루트임팩트 김수영 디자이너

디자인, 그리고 임팩트 비즈니스

멋진 디자인에 대한 정의도 변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디자인하며 끊임없이 마주하는 또 다른 고민의 지점은 환경입니다.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없이 잘 알고 있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죠. 세이브앤코의 제품을 예로 들면, 세정제의 경우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 용기를 사용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물기가 많은 화장실에서 거품과 함께 사용하는 제품이기에 안전상의 이유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더라고요. 위생용품에서 비닐 사용을 완벽하게 배제하기도 어렵고요. 그래도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친환경 인쇄 용지를 사용하는 등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금씩 바꿔가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디자인이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겨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매하도록 설득함으로써 사회적 자원을 낭비해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친환경 디자인, 윤리적 디자인이라는 것을 공존할 수 없는 관계로 인식하고 쉽게 타협해버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 역시 사회적, 환경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잖아요. 디자인의 정의 역시 이런 요소들을 모두 반영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 그리고 임팩트 커리어

디자인은 공감 능력이 뛰어날 수 밖에 없는 분야입니다. 

디자이너로 살아온 제가 임팩트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조직의 대표가 되어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에 있습니다. 재무적인 부분은 물론, 제품의 제조부터 판매에 이르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처음 경험하는 일이기에 쉽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이기에 잘할 수 있는 강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디자이너는 공감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자리에서든지 디자이너로 일을 하며 크고 작은 임팩트를 만들 수 있겠죠. 그렇기에 디자이너가 본격적으로 임팩트 커리어를 결심한다면 더욱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자인 직무에 임팩트를 더하기 위해서는
제품 뿐만이 아니라 제품을 통한 고객의 경험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메시지가 담길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합니다. 🙂

정리: 송예리 (루트임팩트 Impact Career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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