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볼드저널 김치호 대표
언유주얼 X Changemaker
[루트임팩트는 사회 곳곳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일, 삶, 배움의 커뮤니티를 통해 성장을 지원합니다. 우리가 직접 만난 체인지메이커들의 이야기를 문화 무크지 언유주얼을 통해 전합니다.]
성별에 따른 역할과 의무는 없다고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남과 여’의 또 다른 모습인 ‘아빠’와 ‘엄마’의 전형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전형적인 아버지 상을 탈피하고 아버지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응원하는 <볼드저널>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었다. ‘아버지답게’가 아니라 ‘나답게’ 디자이너이자 남편 또 아빠로서 삶의 방향성을 일궈 가는 볼드저널 김치호 대표를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다.
Q. 대표님께서는 ‘남과 여’라는 단어를 들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남과 여’라는 단어가 단순히 성별을 구분하는 것으로만 쓰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능력과 취향과 꿈 등은 성별에 상관없으니까요.
최근에는 특히 ‘남과 여’하면 사회적으로 대결 구도의 맥락에서 다뤄지거나, 폭력과 불평등의 이미지로 치환되어 여러 담론과 논의를 만들지만, 앞으로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진다면 성별 구분 외에는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그런 사회야말로 이상적인 사회일 테고요.
Q.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이라는 <볼드저널>을 발행하고 계세요. 콘텐츠가 특이한데, 어떤 배경이 있나요?
창업 전에는 다른 매거진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디자이너는 대표적으로 밤낮없이 일하는 직종이잖아요. 그 생활이 저에겐 너무 당연한 거였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당연히 집에서 해야 될 일도 늘어 아내와 합리적으로 가사를 분담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아이가 네 살쯤 됐을 때 어쩌다 일찍 퇴근해서 집에 갔는데, 아이가 저를 어색해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다들 정말 그냥 이렇게 사는 건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어요.
선후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었죠. 그래서 이 사람들과 만나서 나눈 이야기들을 그대로 담아도 매력적인 주제를 가진 잡지가 되겠다 싶었죠. 그렇게 <볼드저널>을 시작하게 됐어요.
Q. 그렇다면 <볼드저널>이 생각하는 이 시대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요?
남의 눈치를 보고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나답게 사는 삶, 나다운 삶이란 뭔지 고민하는 분들이요. 나 혼자만 중요한 게 아니라 가족들, 동료들, 친구들과 공감하며 같이 가는 태도를 가진 분들을 만나면서 모던 파더란 이런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Q. 어떻게 ‘나다움’을 찾아갈 수 있을까요?
일단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다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를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과정과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확인하고 발견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볼드저널>은 2018년 발행된 8호에서 ‘젠더’를 주제로 다루셨더라고요. 어떤 내용을 담고 싶으셨고, 담겼는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볼드저널> 8호에서는 가정을 이루고 있는 3040 남성이 알아야 하는 젠더 문제를 다뤘습니다. 젠더감수성을 알기 위해 필요한 ‘공감 능력’에 대해 중요하게 다뤘고,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육아’와 ‘가사일’ 영역에서 많은 공방이 생기게 되는데, 남성들의 보수적인 관점을 깨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의 통계 자료를 보면 ‘아내가 혼자 생계 활동을 하는 가정에서도 아내가 가사일을 도맡는’ 비율이 꽤 크더라고요.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돌봄’ 능력이 없는 성인 남성이 꽤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기 돌봄’ 능력의 중요함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Q. ‘젠더 감수성’ 강연회도 주최하셨다고 들었어요. 청중의 대부분이 30-40대였다고 하던데, 강연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무엇이었나요?
볼드저널의 타깃층이 딱 3040이었고, 젠더 이슈를 중요하게 여기시는 독자분들이 많아 참여율이 높았던 것 같아요.
가사를 도맡아 하시는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님을 통해 일상적이면서도 요상한 남녀의 역할 구분 현상에 대한 폐해를, 공감 능력이 풍부한 교사 서한영교 님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와 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손경이 작가님을 통해 꼭 알아야 하는 열린 성교육 이야기를 들려 드렸어요.
실제로 아내와 함께 자리한 한 남성 독자님은, 평소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을 듣고 나니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죠.
Q. 두 아이의 아버지이신 대표님께서는 젠더 감수성을 고려한 특별한 육아 철학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별한 철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소한 일상에서 조심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아이들과 대화하거나 훈육할 때 ‘너는 남자잖아, 너는 여자잖아’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어요. 너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이들에게 가사를 부탁할 때도 자연스럽게 설거지, 청소 등 구분 없이 경험하게 하고 있고요. 진로에 대해서도 남녀 구분 없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답니다. 저희 딸 장래희망이 지금은 게임 스트리머랍니다.
Q. 볼드저널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 줄지 궁금하네요.
앞서 언급한 8호 이후 10권이 더 나오게 되었는데, 18호는 ‘패션’이 주제입니다. 창간호부터 12호까지는 3040 남성의 삶에 대한 주요 어젠다와 질문을 던져서 스스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창간호를 함께 만들었던 성정아 편집장이 복귀하면서 3040 남성들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적 고민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그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판형도 좀 더 작고 가벼워지고 글자 사이즈도 좀 더 커져서 반응이 좋습니다. 온라인 플랫폼도 리뉴얼해서 콘텐츠를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버지들을 위한 워크숍도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고, 가능하면 지속적으로 여러 남성 독자분들과 만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힘써 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