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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소셜벤처, 그 길을 걷는 사람들

2020년 05월 04일
아주경제 x 루트임팩트

‘성수동 이야기’ 10회 차다. 소셜벤처의 성지라 불리는 성수동이었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는 관련 생태계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성수동 사람들을 만날수록 궁금증이 커졌다. 소셜벤처란 무엇인가. 그들은 누구이며, 왜 이 길을 걷는가. 애초에 개념화 가능한 영역이기는 한 것인가. 본질에 가까워지고 싶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고민을 시작한 이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이는 크게 고민할 필요 없었다. 성수동에서 소셜벤처를 위한 공간을 조성하고, ‘헤이그라운드’를 운영 중인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와 일정을 잡았다.

루트임팩트 : 2012년에 설립돼 2014년부터 성수동에 자리 잡은 비영리 사단법인. 사회‧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돕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소셜벤처를 위한 오피스 헤이그라운드와 주거공간 디웰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대학생, 경력보유 여성을 포함해 소셜벤처 생태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하는 ‘수도권 소셜벤처 활성화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2년 연속 선정됐다.

허재형 대표 : 베인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 소셜벤처 생태계로 뛰어들었다. 지인 소개로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를 만나 루트임팩트를 만들었다. 창업 당시 허 대표는 COO였지만, 현재는 역할을 바꿔 CEO를 맡고 있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지난달 28일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루트임팩트)

[소셜벤처란 무엇인가]

  • 소셜벤처를 설명하는 글을 보면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를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벤처기업이라고 나온다. 사실 모든 기업이 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있다. 개념적 측면에서 소셜벤처와 일반 벤처기업을 분류할 수 있나

“모든 비즈니스는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든다. 고객은 그 가치에 대한 합리적 비용을 지불한다. 비용은 수익이 돼 기업이 투자하게 만들고, 성장하는 메커니즘을 보인다. 사회는 가장 큰 단위인데, 기업이 사회적 의지를 안 가질 수 없다. 소셜벤처와 일반 벤처기업을 무 자르듯이 배타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그 전제에는 동의한다.

소셜벤처라는 말이 나오게 된 맥락 중 하나로 사회적 기업이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를) 만들어서 다르게 사용하다 보니 법적으로 지정된 기업들이 있다. 소셜벤처는 정부가 인증하는 사회적 기업 테두리에는 안 들어가는데, 각자의 일들이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소셜벤처라고 불리는 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 그렇다면 일반 벤처기업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반 벤처나 스타트업이 푸는 문제도 사회적일 수 있다. 다만, 정성적 판단이 필요하다. 해당 문제가 사회에서 시급하게 해결돼야 하느냐 아니냐는 측면이다.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도를 고려할 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정의, 평등, 평화와 같은 사회적 가치와 관련 있느냐는 것이다. 일반 벤처들의 문제는 그러한 공공선과 관련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쇼핑을 더 편리하게 하는 서비스가 없다고 해서 사람의 생명이나 인권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소셜벤처가 푸는 문제들은 적어도 사회적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만 해도 환경이나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고, 소셜벤처는 이런 문제들을 다룬다. 또, 의사결정을 할 때 기업가와 조직 차원에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지도 판단한다. 소셜벤처는 (수익보다도) 비즈니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 일반적인 기업과 창업가는 시장과 고객을 최우선 가치에 둔다. 소셜벤처의 방향성은 어딜 향하나

“소셜벤처도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을 기반에 두고,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가치를 전달하면서 서비스나 제품을 선택받고 성장한다. 일반 벤처와 비교한다면 균형의 차이는 있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서비스와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데, 소셜벤처는 (물질적인) ‘profit’이 아닌 (가치적인) ‘benefit’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 소셜 임팩트, 임팩트 금융부터 체인지 메이커, 가치 소비자, 사회적 기업까지 생태계에서 사용하는 ‘생소한’ 단어들이 너무 많다. 소셜벤처를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부연설명이 필요하게 만드는 문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정한다. 스스로 존재와 정체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 같다. 비즈니스를 하는데, 일반적인 비즈니스는 아니다. 그래서 소셜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사회 혁신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거창하고, 심리적 장벽이 느껴 질까 봐 체인지메이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식이다.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는 사실 다르면 안 되는데, 다르게 보인다. 스스로 정체성을 어떻게든 드러내려고 하는 것은 이 섹터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개념에 갇히지 않고 본질을 보면, 결국은 대부분은 같다.”

[소셜 섹터에서 일하는 사람들]

  • 루트임팩트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첫 직장은 베인앤컴퍼니였다. 컨설턴트로 일했다.”

  • 어떻게 소셜벤처에 관심을 갖게 됐나

“2008년에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이 막 생겨서 국내에 소개됐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다. 대학생 때 사회적 기업 관련 인물에 대한 책을 읽고,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 동아리가 있었는데,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누가 성공했는지 스터디를 했다. 캠페인도 열고, 학생 수준에서 사회적 기업 컨설팅도 했다. 그때 참여했던 프로젝트 중 ‘공부의 신’으로 알려진 강성태가 있다. 그 친구를 도우면서 진심으로 기쁘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경험했다. 베인앤컴퍼니에서 다음 커리어를 모색하고 있을 때 당시 기억이 떠올랐고, 후배의 소개로 정경선 CIO를 만났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 살아있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다. 그 부족한 하나의 퍼즐을 내 시간과 노력으로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내가 열심히 살면 사회에서 쓸모가 있구나 하는 자기 효능감도 있다. 소셜벤처가 이런 제 가치관과 잘 맞는 것 같다.”

  • 소셜벤처에는 물욕이 없는 이들이 뛰어드는 건가

“아직은 저도 1인 가구다. 혼자 먹고살면 되니까 덜 민감한 시기는 맞다. 주변과 비교해도 저의 물욕은 약한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일을 물욕이 없는 사람들만 하긴 바라지 않는다. 빌게이츠처럼 큰 부가 있는 사람도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 소셜 섹터 구성원은 일반인과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책에서 봤는데,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적으로) 1% 다르다고 한다. (소셜섹터 사람들이) 다르더라도 1% 정도 다른 것 같다. 사회적 기업가라고 해서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일까라고 생각하면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제가 클럽을 좋아해서 엄청 다녔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놀란다. 음악도 인디밴드 노래 들을 것 같은데 힙합을 좋아한다. 소형 전기차, 국산차를 타고 다닐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고 한다. 사실 헤이그라운드에 들어오는 차 중 전기차 비중은 작고, 외제차도 많다. 이런 고정관념은 깨졌으면 좋겠다.”

  • 일반인과 비슷하다면 그들은 왜 다른 길을 걷는가

“99.9% 사람은 선의가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선의를 행동으로 옮겨가기에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어서 일부만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용기는 아니지만, 작은 용기로 이 분야를 선택한 사람들인 거다. 모든 사람들이 이쪽 분야를 업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 큰 용기를 내지 않아도 이쪽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소셜벤처의 성장]

-국내 소셜 섹터의 질적·양적 수준을 평가한다면

“초기 형성기 단계는 지나갔다. 그 증거가 루트임팩트를 포함해 중간에서 지원하고 투자하는 회사들이 세분되고 있다. 하나의 리트머스 테스트라고 생각한다. 생태계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지 않았을 때는 투자 테마가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초기 투자자에 더불어 시리즈A ,B 투자자들이 생겼다.”

  • 소셜벤처도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유니콘으로 불릴만한 사례가 없어서 얘기하기 조심스럽다. 가능성이 없느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운이라는 상황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투자자와 다양한 조력자들의 노력이 유니콘 기업을 만들고 있다. 그 조건들이 소셜벤처라고 충족이 안 될 리 없다. 정부, 기업, 민간투자자들이 이제 소셜 섹터에 자본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인터뷰를 하는 것도 그 증거다. 이렇게까지 기사로 다뤄지는 건 소셜벤처에 대한 인식과 저변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소비자들도 가치있는 제품에 조금 더 지갑을 열 수 있을 거다. ‘돈을 많이 버는 게 최고지’라는 시대정신과 주류가 달라지고 있다. 가치와 의미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등장했고, 소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소셜벤처는 더 탄탄해질 거다.“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그 과정에서 소셜 섹터는 어떤 역할을 하기 바라는가

“우리 사회가 그동안 1인당 GDP를 지표로 경제적인 성장을 최우선 아젠다로 가지고 왔다. 이 선택이 전반적인 삶의 질, 복지의 수준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과거) 경제 성장 단계에서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음 단계다. 경제적이지 않더라도 사회에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한된 자원들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포용적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소셜 섹터의 역할은 결국은 정부나 큰 시스템에 앞서서 작고 가벼운 조직들이 특정한 사회문제, 특정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더 세밀하게 포착하는 거다. 바람직한 사회로 가기 위한 실험들을 소셜벤처가 진행하고, 정부는 성공한 실험에 더 투자해서 스케일업을 위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 기사원문보기 : https://www.ajunews.com/view/202005031015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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