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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에세이

조직은 어디까지 유연할 수 있을까

루트임팩트가 일하는 방식

2022년 01월 18일
루트임팩트 피플앤컬처팀

‘루트임팩트가 일하는 방식’은 일 잘하는 조직 루트임팩트가 구성원들과 함께 특별한 조직 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콘텐츠입니다.


우리는 1년에 두 번, 빠뜨리지 않고 ‘타운홀’을 진행한다.

타운홀을 구글에 쳐봤다.

루트임팩트의 타운홀도 비슷하다. 조직 문화와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고 모두 모여서 자유로운 토론을 한다. 고민되는 조직문화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고, 명확히 해야 할 것이 있으면 책임자가 즉답을 하기도 하면서 모호함을 해소해 간다. 취지는 그렇다.

루트임팩트의 People&Culture팀(이하 P&C팀)은 연초에 1년 업무 계획을 수립할 때 타운홀 날짜를 정하고 전사에 캘린더를 보낸다. 미리 정해둔 날짜가 한달 앞 즘으로 다가오면 그 시점에 회사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조직 문화 관련된 키워드를 되짚어 보고 타운홀 주제를 정한다. 주로 요즘 가장 애매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2021년에는 도무지 “유연”이라는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유연해서 고민이 많다.

루트임팩트는 확실히 특이한 근무 환경이다. 하루 필수 근로 시간은 8 시간(경우에 따라서 그 이하)으로 정해져있지만 특별한 출퇴근 시간이 없고, 근무장소에도 제약이 없다. 거기에 코로나19 위기까지 더해져 더욱 강력하게 재택근무를 권장하게 되었고, 거의 모든 회의와 행사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졌다. 사내에서는 여러가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랙이나 시프티 같은 도구들을 도입할 때는 자율적인 분위기를 해칠까봐 두렵다는 목소리, 현장 근무가 필수적이거나 고정된 강의 스케쥴에 따라 근무해야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자율출퇴근이 여의치 않아 불공평하다는 목소리, 우리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구성원들에게는 적응이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유연함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이드를 달라는 말이었다.

유연함은 루트임팩트가 지녀왔고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다. 우리 구성원들은 자율성이 보장되는 유연한 근무 환경에서 가장 높은 성과와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본인과 타인이 해석하고 활용하는 유연성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고, 미묘한 불편함이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첫번째 타운홀에서 던진 질문 “유연함이 좋으신가요”

조직의 유연성이 출퇴근시간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근무 시간 (자율출퇴근), 업무 공간 (재택 근무 및 사무실 분리*), 커뮤니케이션 방법 (슬랙,이메일 회의), 업무 피드백 (건설적 피드백), 역할 범위 (배정 된 팀 외의 추가적인 활동, TF, 위원회, 사외 활동 등) 를 주제로 조를 편성하고 토론을 진행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곧 유연함이 주는 수많은 장점들 가운데에서도 조금씩 불편함이 있다는 말로 종합되었다. 이런 저런 자유로움에 나는 괜찮은데 남들이 불편할까봐 걱정, 내가 아는게 남들이 아는 것과 다를까봐 걱정, 결국은 가이드에 대한 요구, 그런데 그 가이드가 자율성을 해칠까봐 또 걱정. 걱정들을 종합하여 이야기로 만들었다.

김루트의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김루트입니다. 저는 루트의 ‘유연한 근무시간‘ 제도를 100% 만족하고 있어요. 아침마다 지각의 부담과 눈치를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마음이 편하고, 내가 일하기 편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너무 유연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늦을 때도 있어요. 출근 시간은 늘 들쭉날쭉하고요. 가끔 업무 중간에 산책하거나 커피 마시면서 개인 일정을 보내는 날이면 10시에 퇴근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래도 좋아요. 제가 최대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아, 당연히 팀 일정이 있을 때는 팀원 시간에 맞춥니다. 저희 팀원 A는 근무시간이 고정적인 편입니다. 제가 늦은 저녁에 근무할 때는 이미 퇴근한 팀원 A에게 메일/메시지를 보낼 때가 많아요. 당연히 퇴근한 A에게 회신이 바로 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회신이 올 때는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저는 저의 ‘최대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근무 시간을 선택한 것이고, 저의 근무시간에 일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제가 민폐를 끼치는 기분이 들어요. 제가 문제일까요?

우리는 매뉴얼과 가이드로 모든 애매함을 해소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다운 방법도 아니었다. P&C의 명확한 개입이 필요한 부분도 있으나 모두가 생각을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영역도 있었다.

2019년 루트임팩트 타운홀 이미지

타운홀과 후속 소통이 조직내 존재한 불편함을 단번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해결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객관적으로 구분해 내기 위한 작업에 가까웠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표면으로 꺼내고, 그것을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각자의 책임을 깨닫고 자발적인 솔루션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였다.  물론 필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P&C가 정확한 의견을 제시하고 필요한 가이드를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의 출퇴근 시간은 유연하지만 기본적으로 권장하는 공식적 출퇴근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던가, 주요 업무 외 기타 활동 참여 (e.g., 동아리 활동, TF 구성 및 참여)는 팀리더와 최우선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재차 공지했다.

두번째 타운홀에서 던진 질문 “너도 그래? 나도 그래!”

두번째 타운홀은 보다 가벼운 분위기로 연출했다. 개더타운을 활용해서 기본적으로 서로를 귀엽게 여기도록 했고, 40명의 의견이 빠르게 스크린에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유연한 루트임팩트에서 겪고 있는 개인들의 어려움을 시나리오로 만들고, 가상의 상황에서 우리는 각자 어떤 선택을 하는지 객관식 문제를 푸는 형식이었다. 이 과정의 가장 큰 목적은 가상이지만 최대한 진짜 같은 상황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다른 팀 동료들이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유사한 업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모호하게 ‘다들 이렇게 하겠지’ 혹은 ‘나 빼고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희미해지기를 바랐던 취지대로 모든 상황에서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 시나리오와 선택지를 설계한 우리 입장에서도 의외라고 느낄 정도로, 구성원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다. 이러한 생각들은 다시 보기 좋은 자료로 만들어 모두에게 공유했다.

타운홀은 답을 주지 않았다

두 번의 타운홀을 회고하면서 우리는 몇 가지 생각을 했다.

구성원들은 모두 각자 어느정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었다. 그 정도와 깊이 그리고 드러내는 방식 또한 다양했지만 어쨌든 이들은 기꺼이 견디는 중이었다. 우리는 타운홀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구성원들은 답변과 함께 또 다른 질문을 해왔다. 즉답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정리해 바로 답변하기도 했고, 리더십팀을 관여시켜 더 넓은 논의를 하기도 했다. 타운홀에서 나온 이야기 중 일부는 2022년 루트임팩트의 조직문화를 고찰하고 필요한 과제들을 도출하는 프로젝트의 기반이 될 예정이다.

이런 계획이 말해주듯, 타운홀이 조직 문화의 어떤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답이 있는자와 질문이 있는 자의 끊임 없는 대화가 이어지도록 하는 장치 중 하나이다. P&C 운영 초반에 우리가 했던 큰 실수 중 하나가 “그래서 타운홀에서 이야기 하면 뭐가 달라지는 건데요”라는 가상의 목소리에 심하게 겁을 먹었다는 점이다. 모두가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손에 잡히는 결과가 있어야 그 시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른 팔로우업을 고집했고, 그 자리에서 솔루션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바) 루트임팩트 타운홀은 두려움 없는 질문과 대화, 그리고 그 과정 자체에서 얻는 안정감을 목표로 할 뿐이라는 것이다. 의견들이 한 목소리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소리로 나누어지기도 하는 모든 과정을 지지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주기적으로 인식함으로써, 모두 생각과 대화를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과정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이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정리하면

  • 우리 조직에 가장 필요한 유연성은 불편함을 걱정없이 내비칠 수 있는 유연함이다.
  • 투정에서 멈추지 않고 자발적인 방법으로 불편을 해소하는 혁신성은 구성원들에게 있다.
  • 타운홀은 그 과정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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