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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우리 회사에 맞는 조직문화 만드는 법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2년 03월 16일
매거진 루트임팩트

임팩트 지향 조직은 어떻게 회사에 맞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주 4일(주 40시간) 근무 제도와 연 휴가 24일의 근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의 김홍익 대표, 다양한 사내 위원회/스터디를 장려하고 유연근무를 잘 정착시킨 루트임팩트의 선종헌 커리어 디벨롭먼트 매니저에게 그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와 잘 유지하는 비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Q. 안전가옥은 주4일제를 왜 도입하게 됐나요? 도입 후 구성원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김홍익 대표 : 사실 안전가옥이 2017년 처음 설립되었을때는 북카페 비스무레한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뭇 그런 공간들이 보통 그러하듯, 조금 늦은 시각에 마감했고 월요일에는(사실은 월요일에만) 쉬었어요. 2020년 초 사업을 피벗하기로 하면서 그 공간을 정리하고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했는데요. 그때 그냥 당시 공간의 영업시간에서 토/일만 뺐어요. 그래서 화요일부터 금요일, 하루 10시간 근무하는 현재의 주4일제가 스리슬쩍 시작되었습니다. 

안전가옥의 업무강도는 높은 편입니다.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많고, 내부/외부 미팅도 많아요.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할때까지 하루 두끼를 회사에서 해결하며 업무하는 건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운동 등 개인시간을 활용하기도 어렵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특히 저희는 월요일에 쉬지만 협업하는 파트너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월요일에 본의아니게 업무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3일짜리 주말은 강력하죠. 3일간 푹 쉬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보다 더 길게 다녀올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Q. 이 인터뷰를 보고 도입해볼까 고민하는 조직들에게 조언을 준다면요.

김홍익 대표 : 어려운 선택일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이는 비가역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도입하는 것도 어렵고, 주 5일제에서 4일제로 적응하는 것도 매우 어려울거에요. 안전가옥은 스토리 프로덕션이고, 특히 프로듀서들은 작가와의 협업이 많습니다. 전업이 아닌 작가님들과의 미팅은 늦은 저녁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고, 혼자 집중해서 작가님들의 원고를 읽고 고민해야하는 시간도 많이 필요해요. 동시에 내부적으로 대면해서 싱크를 맞추어야 하는 일들도 많아요. 즉, 극단적으로 혼자/극단적으로 함께 일하는 온/오프의 갭이 큽니다. 어떤 면에서는 8시간씩 5일 근무보다는 주 4일 근무가 자연스러운 편이죠. 그러니 안전가옥의 근태제도가 일반적이라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 조언드리고 싶은 것은, 주 4일제는 결코 워라밸을 위해 선택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를 먼저 고민하고, 근태제도는 그에 복무하는 형태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한국에서 지정된 법정휴가는 15일인데, 안전가옥은 24일을 주고 있어요. 많은 휴가가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구성원들이 24일의 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편인가요?

김홍익 대표 : 저희는 연 24일을 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저희는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6주 분량에 해당하는 휴가라서, 법정 휴가 15일(주 5일제 기준 3주 분량)에 비해 꽤 많은 편입니다. 통상 크리스마스 이후 연말까지 추가로 더 쉬기 때문에 실질적인 휴무일은 더 많아요. 

안전가옥의 휴가에는 두가지 특별한 운영원칙이 들어갑니다. (1)휴가를 연 1회 24일 짜리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4개월마다 8일 짜리로 부여합니다. (2)이 8일의 휴가 중 4일의 휴가는 ‘반드시 붙여서’ 써야합니다. 나머지 4일은 0.5일씩 나눠쓸 수 있습니다. 이 ‘반드시 붙여써야’ 하는 휴가는 주 4일제에서 사용되는 경우 앞뒤 3일씩의 주말을 더해 총 열흘짜리 휴가가 됩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잔업을 챙기거나 하는 것을 특히 더 엄격히 지양합니다. 이 휴가의 이름은 ‘추방’ 입니다. 

휴가를 연 단위가 아니라 4개월 단위로 운용하는 것도, 그중 일부를 ‘추방’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멤버들의 휴식에 개입(?)하기 위함입니다. 연 단위로 휴가를 운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고 해서 스스로 휴가를 쓰기 조심스러울텐데요. 회사는 적극적으로 멤버를 ‘추방’합니다. 쉬고 오라고요.

요즘 꽤 많은 회사들이 (넷플릭스 등에서 쓰고 있는) 완전 무제한 휴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는 일단 그 제도가 더 많이 쉬게 하는 제도는 아니라 생각하고, 그와 별개로 많이 오래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온 한국사회에서는 더더욱이나 동작하기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전가옥은 굉장히 여러가지 장치를 통해 멤버들의 휴가 소진을 유도합니다. 4개월마다 제가 직접 멤버들의 잔여 휴가를 체크하며 가라고 채근해요. 그래서 나름 휴가일수 대비 연차소진율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난해 투자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조직의 성장에 이러한 제도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김홍익 대표 :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안전가옥의 업무는 어렵습니다. 절대적인 양도 많고 난이도도 높아요. 특히 새로운 업을 정의하며 만들어가기 때문에 담당자들이 업무에 깊이 몰입하여 고민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빡센 휴가제도(3일의 주말과 연24일의 휴가)가 필요합니다. 저는 휴가제도는 일하는 방식과 비례해서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고성능 그래픽카드에는 고성능 쿨링팬이 필요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물론 충분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열심히 쉬며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안전가옥의 운영멤버들이 각자의 업무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덕에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이자리를 빌어 멤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주4일제’라는 제도를 단순히 워라밸이라는 목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업의 프로세스를 고민해보라는 김홍익 대표님의 답변이 인상적인데요. 이처럼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은 우리 회사가 가진 업의 본질을 면밀히 살펴보는데에서 출발합니다. 이어서, 사내 다양한 모임을 시행하고 유연근무를 잘 정착시킨 루트임팩트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우리 회사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Q. 루트임팩트가 사내 위원회/스터디를 장려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선종헌 커리어 디벨롭먼트 매니저(이하 선종헌 매니저) : 루트임팩트 구성원들이 가진 잠재력과 역량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구성원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의 맥락과 목적을 납득할 때 가장 높은 수준의 몰입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위원회나 스터디 모임이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임팩트에 기여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루트임팩트 구성원들은 동료들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습니다. 입사 이유로 “뛰어난 동료”를 가장 자주 언급하고, 동료에게 배우고 인정 받는 것을 주된 동기부여 요소로 꼽아요. 위원회나 스터디를 통한 피어러닝(peer-learning)은 루트임팩트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복지입니다.

Q. 구성원이 위원회/스터디를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선종헌 매니저 : 강제성과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 입니다. 의지가 있는 구성원이라면 간단한 신청 절차 후 바로 활동할 수 있어요. 스터디나 위원회 활동 중 일부는 업무 시간으로 인정하고, 소정의 비용을 지원하죠. 위원회/스터디의 목표와 기대 산출물 역시 참여하는 사람이 정의합니다. 

타의적 의무와 책임을 낮추니 사내 위원회/스터디를 일종의 소모임 기회로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많아졌습니다. 탁월한 동료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이자 꿩(성장)도 먹고 알(커피)도 먹는 베네핏처럼 느끼기 시작했고, 이 인식은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해요.

Q. 임팩트 지향 조직에 있어 구성원의 “다양성, 사회문제에 대한 민감성”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만드나요?

선종헌 매니저 : 사내 위원회 중 하나인 다양성 위원회는 매주 진행하는 전사 회의 때 최근 이슈되는  콘텐츠를 공유하고, 각 사업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성 가이드’를 제작하여 구성원들이 다양성을 향한 관점을 놓치지 않도록 돕고 있습니다. ‘구성원 다양성 감수성 함양’은 다양성 위원회가 직접 설정한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누구나 사내 전체채팅방에 쏠쏠한 정보(할인 소식, 맛집 오픈, 중고 물품 나눔)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다양성, 사회 문제 관련 기사를 공유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개인이 영감을 받은 기사를 동료에게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은 맛집 정보를 나누는 집단 지성과 같으며, 서로의 관점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Q. 루트임팩트 조직문화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선종헌 매니저 : 누구나 WHY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조직문화란 기후와 같아서 한두가지 개입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은 아니예요. 때문에 어떤 조직 문화 자체를 만들어 간다기 보다는 우리가 가진 문화의 가치를 최대한 잘 살리는 노력을 합니다. 우리는 근본(Root)에서 부터 사회의 변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함께 일을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크고 작은 사안에 대한 맥락과 배경을 설명하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누구나 일의 맥락과 배경에 대해 질문 할 수 있고, 질문을 받은 사람은 언제든지 답해야 하죠.

Q. 위에 답변해주신 중요한 가치를 위해 어떤 제도/시스템을 도입했나요?

선종헌 매니저 : 팀별 분업이 심화되고 원격근무까지 더해지면서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의식적으로 근본적인 질문과 고민을 돕는 장치들을 둬요. 예를 들면 우리는 성과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 하는 것 못지 않게 회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언플러그 아워 (매월 마지막 주 플러그를 뽑고 업무를 멈추는 시간) 동안은 자신의 성장에 대해서, 분기별 돌아보기 (팀 성과 점검 워크샵) 동안은 업무 경험으로 얻은 Lessons’ Learned 에 대해 정리하고 기록하게 합니다. 누구나 리더십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을 익명으로 보낼 수 있는 온라인 채널도 운영중이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무한정 토론을 제안하는 WE-THINK 라는 회의 방식도 가지고 있습니다.

Q. 루트임팩트는 유연근무를 잘 정착시켰어요. 그 비결이 있나요? 

선종헌 매니저 : 루트임팩트에서는 출근 시간과 근무 장소를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팀별로 업무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전원이 유연근무를 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예: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의 대고객 업무 등). 

다양한 예외 상황이 있음에도 이 제도를 잘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상황에 최우선으로 적용 되는 원칙이 무엇인지 자주 소통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요. ‘구성원들의 자율성은 아주 소중한 가치이지만 우리가 목적으로 두는 사업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 동료의 탁월을 우선 신뢰한다’와 같은 원칙을 다양한 채널로 반복 소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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