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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언유주얼 X Changemaker

2021년 01월 13일
Root Impact

대면이 조심스러워진 요즘, 우리는 비대면을 통해 접속을 시도한다. 그러나 가상 공간에서 만남이 잦아질수록 오히려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우리의 접속에는 물리적 기반이 필요한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코리빙 커뮤니티 ‘디웰(D-well)하우스’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심은주 님을 만났다.


코리빙 커뮤니티(Co-living Community)라는 개념이 낯설어요. 디웰하우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디웰하우스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체인지메이커들을 위한 공동 주거 공간이에요. 하나의 거실과 주방, 화장실을 3명의 입주민이 공유하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각자 방에서는 혼자가 되었다가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다른 사람과 접속할 수 있죠.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라, 입주민 간 접속의 깊이가 훨씬 끈끈하고 특별해요. 그래서 저희는 디웰하우스를 코리빙 ‘커뮤니티’라고 부릅니다.

다른 이와 함께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럼에도 사람들이 디웰하우스에 입주하는 이유는 뭘까요?
디웰하우스는 신념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는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공간이에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서로에게 공감을 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람이 되어 주죠. 디웰이 ‘퇴사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웃음) 디웰만 들어오면 그렇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세요. 너무 신기해서 왜 그런지 살펴보니까, 서로 고민을 나눌 때 우리가 흔히 하는 말들, 가령 ‘원래 직장 생활은 다 그래’ ‘성취감 찾지 말고 그냥 월급이나 받자’ 같은 말씀을 안 하세요.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짜 나를 찾고자 하는 행동과 결심이 환영받죠. 입주민 분들 사이에서 서로가 얻는 새로운 자극과 영감이 디웰이 가진 특징인 것 같아요.
그리고 입주민 분들을 모집할 때 최대한 다양성을 보장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디웰하우스에 오시면 정말 관심사가 다양한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실제로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특정 사회 문제에 공감해 아예 커리어를 바꾼 분들도 계세요.

커리어까지 바꿔 주는 공간이라니, 정말 멋지네요! 타인과의 접속을 통해 달라진 삶을 살게 된 실제 입주민의 사례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지금 거주하고 계신 분들 중에 각자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함께 창업을 준비 중인 분들이 계세요. ‘여성과 육아’에 관련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고
계신데요, 각각 다른 회사에서 일하던 디자이너, 개발자,기획자 분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뜻을 모아서 시작하게 되셨어요.
또, 디웰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미국에 계신 분도 기억에 남아요. 원래 정치를 통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다는 확고한 꿈을 가진 분이셨어요. 그런데 디웰에 들어와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니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정책을 만들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신 거죠.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관련 공부를 시작하셨고, 디웰 입주민 중 한 분의 도움을 받아 관련 업무 경험을 쌓아 보기도 하셨어요. 결국 전공을 정치학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바꾸셨죠. “디웰에 살지 않았다면 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자극과 성장은 분명 디웰에 살았기에 가능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라는 그 분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디웰하우스 전경


많은 만남들이 가상의 공간인 온라인으로 옮겨 가는 게 놀랍지 않은 요즘이지만, 정작 우리 삶은 현실의 물리적 공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죠. 주거 공간에서 이뤄지는 ‘접속’은 어떤 의미일까요.
집은 일을 다 하고 돌아와서 쉬는 공간이자,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거 공간이 갖는 힘은 매우 크죠.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모임과 다르게 집에서는 사람들이 ‘집 밖의 나’를 내려놓고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매우 솔직해져요. 그 솔직을 기반으로 입주민 분들끼리 소통하니 시너지 효과가 큰 것 같아요.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니 커뮤니티도 돈독해지고요.

디웰하우스를 운영하는 은주 님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접속’을 하고 계신가요?
12번의 접속이 기본인 것 같아요. 디웰하우스 입주민이 12분이거든요. (웃음) 커뮤니티 관리자로서 한 사람, 한사람과 접속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접속의 빈도는 때에 따라 다르고요.

대부분 커뮤니티에는 어떤 규칙이 있던데, 디웰하우스에도 규칙이 존재할까요?
최대한 입주민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요. 저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만드는 커뮤니티는 없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커뮤니티 매니저가 ‘우리 커뮤니티는 이래야 돼, 여기서부터는 연결되고 여기서부터는 아니야’라고 규정할 순 없어요.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입주민분들이시죠. 그럼에도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할은 분명 있어요. 입주민들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걸 지켜보되, 그 과정이 안전할 수 있게 테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죠. 커뮤니티의 색을 잃지 않게 유지해 주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코로나19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요즘입니다. 커뮤니티의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은주 님이 그리시는 코리빙 커뮤니티의 모습은 어떤가요?
비대면이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외려 물리적인 연결을 원하는 것 같아요.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동료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얼른 출근하고 싶어지지 않나요? 그러니 앞으로는 공간 안에서 안전한 연결을 가능하게 해 주는 요소가 중요해지리라 봐요.
또, 개개인을 보다 면밀하게 배려하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주거와 삶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주거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일상과 행복이
보장되기를 바라죠. 개개인이 행복하면 우리 사회도 더 행복한 곳이 되지 않을까요?


디웰하우스도 ‘개인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요?
체인지메이커들은 대부분 세상을 바꾸는 일에 집중하느라 자신을 너무 희생시키곤 해요. 이런 삶은 지속가능하지 않죠. 그래서 체인지메이커들이 오래 지속할 수 있
는 에너지를 가지고 좋은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계획 중이에요. 가령 요가, 명상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에게 집중하여 자기다움을 알아가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자신의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데서 나아가, 자연의 건강도 지킬 수 있도록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도 진행해 보려고 해요.
그동안 입주민이라는 소수 체인지메이커와 깊은 접속을 했다면, 앞으로는 콘텐츠나 라이프 스타일을 바탕으로 더 많은 체인지메이커들과 연결되려 합니다.

▶디웰하우스 커뮤니티 매니저 심은주님의 인터뷰가 실린 [언유주얼 매거진] 11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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