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오래 머무는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임팩트 워크랩 6개월의 기록
임팩트 워크랩에서 확인한 ‘조직에 변화가 일어날 조건‘
임팩트 워크랩은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의 후원으로, 성동구에 자리한 임팩트 조직 7곳과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2월, 임팩트 워크랩의 시작을 알리는 글에서 루트임팩트는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임팩트 생태계는 지난 10여 년간 눈에 띄게 성장했는데, 왜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오래 머물지 못할까. 그때 함께 인용했던 수치가 비영리 조직 구성원의 3년 이내 이직률 52%였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는 흔한 방식은 조직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더 좋은 문화를 만들자, 리더가 더 잘 듣자, 제도를 갖추자. 하지만 5~50인 규모의 임팩트 조직을 가까이서 만나본 결과, 문제는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이 규모의 조직에는 인사와 조직을 전담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 일에 쓸 시간도,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알려줄 경험도 부족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업은 멈출 수 없으니, 조직개발은 늘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임팩트 워크랩은 조금 다른 가설을 세웠습니다. 좋은 일터는 리더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 변화를 설계할 수 있는 여건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저희가 한 일은 조직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날 조건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돌아보니 그 조건은 세 가지였습니다. 조직이 자기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는 근거 기반의 문제 정의, 그것을 실행할 자원과 전문성, 그리고 시행착오를 나눌 동료 조직입니다.

1. 근거 기반의 문제 정의 – 잘 정의된 문제에서 시작합니다
조직개발을 지원하는 방식은 대체로 두 갈래로 갈립니다. 외부 전문가가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주거나, 반대로 문제 정의를 조직에 온전히 맡기는 식입니다. 앞의 방식으로 만든 제도는 조직에 잘 붙지 않고, 뒤의 방식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방치되기 쉽습니다. 매일의 사업에 쫓기는 조직이 혼자 답을 찾다 보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거나, 당장 눈에 띄는 문제를 붙들다 정작 중요한 것을 지나치게 됩니다.
그래서 임팩트 워크랩은 지원의 출발점을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에 두었습니다. 이 단계에서 조직이 자기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두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사전 리서치로 만든 ‘조직 규모별 권장 조직개발 가이드’입니다. 비슷한 규모의 조직들이 대체로 어떤 과제를 마주하는지 보여주는 지도에 가깝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 구성원이 참여한 ‘구성원 몰입도 진단’입니다. 리더의 감이 아닌 구성원 전체의 응답을 기반으로 지금 조직의 어느 영역이 약한지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만 최종 결정은 조직의 몫으로 남겼습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곳과 조직이 지금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늘 같지는 않고, 무엇보다 스스로 고른 문제여야 6개월을 끌고 갈 동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7개 조직이 그렇게 정의한 문제를 나란히 놓고 보니,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났습니다. 조직의 규모에 따라 고민의 결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10인 안팎의 조직들이 찾고 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정작 갖춰져 있지 않던 기본이었습니다.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에 대한 합의, 조직에 아직 없던 취업규칙, 새로 온 사람이 헤매지 않게 하는 온보딩 가이드 같은 것들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 조직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취업규칙을 문서화했고, 또 다른 조직은 전 직원의 직무기술서를 모두 작성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것이 없으면 모든 것이 리더 개인의 기억과 판단에 의존하게 되는 일들이었습니다.
10~20인 구간의 조직들은 다음 단계로 커가는 조직이 겪기 쉬운 전형적인 성장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리더 개인의 역량으로 굴러가던 조직이 한계에 부딪히는 시점이었습니다. 이 구간의 조직들은 리더십 코칭과 역할·권한·책임의 재정의, 회의와 의사결정 구조의 개편에 집중했습니다. 한 조직의 대표는 1:1 코칭을 열두 차례 받으며 자신의 역할을 다시 정의했습니다.
30인 이상 조직들의 과제는 시스템의 고도화였습니다. 직무 체계를 세분화하고, 성장 경로를 정의하고, 평가와 피드백의 기준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렇게 조직 규모에 따라 문제의 성격은 달랐지만, 7개 조직 모두 프로젝트 도중 처음의 계획을 수정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진짜 문제가 더 선명해지거나, 진단 결과와 실제 프로젝트가 정확히 이어지지 않는 등의 이유에서였습니다. 문제를 잘 정의하는 일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과 품이 든다는 것을 모두가 배운 셈입니다.
“조직의 고민을 막연한 문제의식으로 두지 않고 함께 구조화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답을 대신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 조직 안에 이미 있던 답을 더 선명하게 발견하게 도와주는 과정이었습니다.”
2. 자원과 전문성 – 조직의 의지 다음에 필요한 것들
문제를 정했다고 해서 조직이 곧바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작은 인사와 조직을 전담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군가는 자기 본업 위에 이 일을 얹어야 하고, 조직 안에 참고할 경험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임팩트 워크랩은 지원의 상당 부분을 ‘시간과 사람’에 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조직당 1,000~1,500만 원의 프로젝트 진행비를 외부 용역비뿐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맡은 담당자의 인건비로도 쓸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조직별 과제에 맞춤형 경험과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HR 조직개발 전문가 풀을 구성했고, 네 차례의 역량강화 워크숍을 통해, 직원 가치제안 설계, 구조화 면접, 온보딩, 잡 크래프팅처럼 각 조직이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을 다뤘습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조직이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직접 만드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지원사업은 대개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향해 흘러갑니다. 하지만 조직이 외부의 도움 없이 가장 손대기 어려운 것은 오히려 제도와 구조, 시스템 같은 하드웨어적인 요소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그 영역을 개발하고 남기는 데 지원을 집중했습니다.
6개월 동안 각 조직은 취업규칙과 직무기술서, 온보딩 여정 맵, 커리어 패스맵, 전사가 합의한 행동규범, 새로 만들어진 협업 회의체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쓰이고 업데이트될 결과물이 조직에 생긴 것입니다.
“조직원들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 다양한 강의와 워크숍을 경험하면서,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조직의 고충을 조금씩 덜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정서적으로도
방법론적으로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3. 동료 조직 – 옆에 같은 고민을 하는 조직이 있다는 것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참여 조직들이 가장 자주 언급한 것은, 지원금도 전문가도 아닌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조직의 존재였습니다.
작은 조직에서 인사와 조직을 맡은 사람은 대체로 혼자입니다. 조직 안에 같은 일을 하는 동료가 없으니, 지금 겪는 어려움이 우리 조직만의 문제인지 이 규모라면 다들 지나는 길인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문제를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여길 때는 그것을 드러내는 일부터 조심스러워집니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담당자들과 마주 앉아 같은 고민을 듣게 되면, 그 문제를 ‘우리 조직의 허점’에서 ‘이 규모의 조직이라면 겪는 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렇게 바라보는 눈이 바뀌면, 문제를 감추기보다 꺼내놓고 서로의 해법을 물어보는 쪽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 연결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임팩트 워크랩은 네 번의 워크숍 동안, 매번 강의와 함께 각 조직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회차는 결과 공유회로 열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이 관계는 각 조직에 남아 있습니다.

“HR팀 없이 혼자 인사 업무를 하는 작은 조직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조직들과 연결되어 위안도 받고 솔루션도 공유했습니다.”
변화에는 진통이 따릅니다
프로젝트 전후로 실시한 구성원 몰입도 진단 결과에 따르면, 임팩트 워크랩에 참여한 7개 조직 중 5곳이 개선됐습니다. 특히 각 조직이 집중적으로 다룬 영역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졌습니다. 협업 구조를 새로 만든 조직은 실행력 관련 항목의 긍정응답률이 40%p 이상 올랐고, 기본 운영 체계를 정비한 조직은 업무 체계 영역이 14%에서 58%로 뛰었습니다. 소통에 집중한 조직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이, 회의 체계를 개편한 조직에서는 근속 의사가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몰입도가 오히려 떨어진 조직도 있었습니다. 그중 한 곳은 직무 체계와 성장 경로를 가장 야심 차게 재설계한 조직이었습니다. 기존의 익숙한 기준이 아닌 새로운 기준에 대해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지표에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결과는 조직개발의 성과가 6개월 뒤의 만족도 점수로 곧바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히려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조직 구성원들이 익숙하게 여기던 질서를 흔드는 일입니다. 변화의 규모가 클수록 그 흔들림은 커지고, 다시 안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깁니다. 프로젝트의 성패가 짧은 기간의 정량 지표만으로 결정된다면, 정작 가장 필요한 변화를 시도한 조직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임팩트 워크랩은 말 그대로 조직개발을 위한 실험실입니다. 기존 방식이 무력화되었다고 낙심하지 마세요. 그건 조직이 더 큰 단계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조직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이 오래 머무는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이 질문에 대한 임팩트 워크랩의 대답은 조직이 자기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는 근거 기반의 문제 정의, 그것을 실행할 자원과 전문성, 그리고 시행착오를 나눌 동료 조직의 존재입니다.
주목할 것은 이 셋 중 어느 것도 개별 조직이 혼자 갖추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우리 조직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다른 조직들과 견주어 봐야 보이는데 그 비교 기준은 조직 하나가 만들 수 없습니다. 자원이 생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단편적인 외부 처방에 의존하게 되기 쉽고, 동료 조직과의 연결은 누군가 판을 깔지 않으면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조직의 건강이 개별 조직만의 과제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 6월 발표된 정부의 「사회연대경제 발전 종합계획」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개별 기업 중심의 육성에서 조직 간 연대·협력을 통한 생태계 구축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입니다. 임팩트 워크랩은 그 전환이 현장에서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은 사례일 것입니다.
물론 7개 조직이 6개월 동안 참여한 이번 실험은 ‘제도’를 수립하기엔 충분했지만 ‘정착’까지 지켜보기에는 짧았습니다. 여기서 확인한 패턴이 다른 규모와 맥락에서도 성립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조직이 건강해지는 데는 여러 길이 있고, 이번에 임팩트 워크랩이 걸어본 것은 그중 하나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한 참여 조직이 남긴 말을 빌리면 이렇습니다.
“사회적 임팩트를 위한 가장 좋은 투자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투자하는 것입니다.
조직에 함께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면 결국 조직이 이루고자 했던 임팩트도 내기 힘듭니다.”
사람이 오래 머무는 조직을 만드는 일은,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되지 않습니다. 조직이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함께 만드는 일이 우리 앞에 남아 있습니다.
임팩트 워크랩은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의 후원으로 진행됐습니다. 참여 조직의 사례와 데이터는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