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조직 사람들의 불안감(상편)
조금 더 의미 있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임팩트 지향 조직에서 일하는 우리들에게 일이란 다양한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이 길이 맞는지, 잘하고 있는지 한없이 불안하다가도 생각지 못한 누군가의 감사 인사 한 마디에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기도 하지요.
루트임팩트 피플&컬처 팀 리드이자 조직 심리를 연구하는 선종헌 리드가 임팩트 비즈니스 종사자들의 불안감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두 편의 이어지는 글 중 상편을 이번에 소개해 드리고 하편은 7월 루트임팩트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너 요즘 뭐 하냐?” 라고 명절에 만난 작은 아버지가 묻습니다. “성수동에 있는 임팩트 지향 조직인데, 임팩트가 무엇이냐면…” 큰 아버지 눈빛에 초점이 사라져 가고 나는 점점 입이 마릅니다.
우리는 임팩트 지향 조직에 모여 ‘좋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알 수 없는 불안이 느껴집니다.깊은 숙고 끝에 선택한 이 커리어가 어째서 가끔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인가요. 이 불안감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습니다.
모호하여 불안하다.
모호함(Ambiguity)은 모든 혁신과 성장의 토대가 된다고 합니다 (주석 1). 하지만 근본적으로 모호함은 우리의 불안을 높입니다 (주석 2). 우리는 OMR카드에 까만 점 꽉꽉 찍어가며 5지선다 시험문제를 맞히고 틀림에 희열을 느끼던 그자들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우리가 그 흑백의 세계를 거부하고 대안적 선택을 하여 이곳에 모였다지만, 그 투사적 에너지가 매일매일 솟을 수는 없습니다. 선택에 후회 없이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많은 인지적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주석 3).
모호한 업
이 모호성은 우리 커리어 여정에 끊임없이 동반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전문성”에 그리도 목마른 것이겠지요. 우리 업의 본질 자체가 복잡한 사회 문제와 얽혀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그 문제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은 무엇인지 끝없는 설명과 정당화를 요구받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의 우선순위가 정책, 후원, 그리고 또 다른 사회 문제에 의해 너무나 쉽게 뒤집히곤 합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면, ‘우리 뭐 하는 회사였더라?’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모호한 역할
스타트업일수록, 가치 지향적인 조직일수록 “역할 모호성(Role Ambiguity)”이 높습니다. 전통적인 조직에서보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업무 영역이나 의사 결정 책임이 넓고, 매뉴얼보다는 실험 정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복잡성이 이 모호함에 난이도를 올려줍니다. 대중 집중을 높이기 위하여 셀러브리티나 드라마틱한 투자액수, 매출액 등을 내세울 것인지 아니면 추구하는 가치와 진정성 있는 미션을 담백하게 전달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처럼요.
모호한 성과
이 모호성 역시 우리의 운명입니다. 우리는 무형의 사회적 성과를 다룹니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임팩트 지향 조직 같은 경우 매출 등 비교적 정량적인 지표를 가지고 계실 테니 조금 덜 하겠습니다. 그러나 임팩트 지향 조직의 많은 영역에서 “매출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에요” 하는 말이 오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팩트 측정 기법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지만 (주석 4), 임팩트 지향 조직의 구성원 개인이 각자 어떤 임팩트에 매일 기여했는지 가시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불안을 타개할 우리의 힘
이렇게 모호하여 한없이 불안함에도 우리는 임팩트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주석 5). 소명(calling)과 남다른 일의 의미(meaning of work)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불안을 느끼는 구성원들은 빠른 시간 안에 번아웃을 경험하고, 조직을 떠나거나 최악의 경우 조직 안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한다고 보고 됩니다 (주석 6).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높은 소명의식과 강한 일의 의미가 불안을 견디는 방화벽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주석 7).
저는 역으로 이 강한 소명 의식과 일의 의미들이 모호함으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안함을 바탕으로 더 많은 회고와 자기 다짐, 그리고 더 강한 연대를 추구하는 동료들이 우리 주위에 분명히 있지 않은가요. 이유야 무엇이든, 그 불안을 현명하게 잘 다루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로 ‘이 불안함은 무엇인가’에 대한 가설을 제시하였다면, 다음은 ‘이 불안을 이토록 잘 조절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에 대한 논의를 해보고 싶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불안 수준이 아주 낮거나 아주 높지 않고 ‘적정 수준’ 일 때 오히려 가장 높은 수준의 창의성이 보인다고 합니다 (주석 8). 잘만 조절하면 이 불안함이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 같습니다. 그러니 임팩트 지향 조직에서 불안을 잘 컨트롤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과 그들이 쓰고 있는 전략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1) doi.org/10.1080/10400419.2011.595661
(2) doi.org/10.1016/0030-5073(72)90030-X
(3) doi.org/10.1007/s10902-021-00446-6
(4) https://rootimpact.org/journal/279/
(5) doi.org/10.1177/193672442098290
(6) https://doi.org/10.1037/str0000030
(7) https://www.techscience.com/IJMHP/v24n1/46032
(8) doi.org/10.1002/job.2489
* 임팩트 조직 사람들의 불안감(하편) 보러가기
임팩트 생태계 소식을 내 메일함에서 간편하게 받아보고 싶다면?
💌 매거진 루트임팩트 구독하기